[2013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SPREAD(Social Problem Research And Debate)팀은 사회과학 분야에 대하여 연구하고 토론하는 활동을 하고있습니다. 단순히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공헌하는것을 주 목적으로 설립된 SPREAD 팀의 이야기 입니다.
‘왜’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다
여느 시작이 그렇듯 ‘한국학생사회과학연구소(이하 ’SPREAD’) 역시 그 출발점은 ‘왜?’라는 물음이었다.
“3년 전, 고입 준비하며 논문을 찾아보다가 문득 ‘과학 쪽에는 이렇게나 많은 논문이 있는데 사회과학은 어떤가?’ 궁금했어요. 그러고 보니 과학탐구대회는 많은데 사회탐구대회는 없더라고요. 사회과학 분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싶은데 선례가 없어 당혹스럽기도 하고. 이리저리 찾아다니다 대학논문을 주워보게 됐고 그게 SPREAD 설립의 모태가 됐어요.”
중학교 2학년부터 시작된 학문에의 열망은 해를 거듭하며 갈증으로 변질됐다. 참고할 자료가 부족하다, 아직은 어리니까 기다려라… 두드리면 열릴 줄 알았던 지식의 보고는 의외로 폐쇄적이었다. ‘청소년’이란 정체성이 통과할 수 없는 벽이라니. 좌절이 반복되니 슬쩍 오기가 생겼다. 그럴수록 파고들었지만 솔직히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주변을 둘러봐도 알려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상황이 달라진 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2년 동안 홀로 키워낸 소년 이세영(군포고등학교 2학년, SPREAD 소장)의 비전은 결국 교내동아리라는 현실로 도약했다.
“여러 논문을 읽으면서 혼자 주제를 찾고 논지를 펼치며 논문을 작성했어요. 그러다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논문을 쓰는 친구들과 모여 활동하면 어떨까 궁리하게 됐고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야 그 꿈을 이뤘어요. 학술지 뒤에 보면 연구소 개요 같은 게 나오잖아요. 그게 SPREAD의 모티브가 된 거예요(웃음).”
기금을 종자돈 삼아 연구소를 설립하다
기다란 복도 가득 봄볕이 들던 2013년 3월, 솟아오르는 에너지의 계절에 SPREAD가 탄생했다. 처음엔 현대 사회과학이 다루는 주요 문제 영역을 연구하는 군포고등학교 내의 모임일 뿐이었다. 26명의 교내동아리가 150명의 전국 회원을 둔 연합동아리로 확장된 계기는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봄꽃 흐드러진 4월에 날아든 행운의 초대장은 가히 매력적이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이러저러한 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기회다’ 싶었어요. 연구소를 차리고 싶었거든요.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재단에 제출할 제안서를 준비하고 SPREAD를 구체화했죠. 비전과 취지, 조직을 정비하고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촘촘히 계획 세웠어요.”
SPREAD는 ‘Social Problem Research And Debate’의 약자로 ‘퍼지다’와 ‘펼치다’의 중의적 의미를 지닌 연구소 이름 역시 그때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다. 학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고 꿈을 펼치는 학생 연구원을 담아내고, 학술 교류를 통해 사회과학 분야의 지식과 생각을 널리 퍼뜨리고 많은 학생에게 확산시키는 연구소라는 의미가 포함된 SPREAD.
최초 발기인 이세영을 소장으로 한 SPREAD는 학술행사와 캠페인을 맡는 기획팀, 자료조사나 연구원 데이터를 관리하는 자료팀, 저널 발행을 담당하는 출판팀, 학생들의 연구활동을 도와주고 연구소에서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학술활동지원팀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연구 실적에 따라 연구원을 수석/연수/일반으로 나눴다. 의미를 더할수록 모호했던 사유가 명료해졌고 이는 연구소를 현실화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SPREAD가 연합동아리로 우뚝 서는 데 아름다운재단의 기금이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모릅니다. 200만원을 종자돈으로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연구소가 활발히 제 삶을 꾸리게 된 거예요. 일시적 지원으로 머물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청소년과 학술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논문은 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SPREAD 운영진이 된 계기도 제각각이다. 학술활동지원팀장 정석현(한가람고등학교 2학년)은 2012년까지만 해도 청소년과 논문을 연결 짓지 못했다. 입시공부하기 바쁜 고등학생이 학술연구라니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이 단체를 소개해줬는데 뭔가 다른 세상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의문, 의심이 마구 생겨났다고 해야 될까요. 그러면서 논문 활동에 관심이 생겼어요. 이게 가능할까?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진로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겠다 싶었죠.”
경제사범이나 화이트컬러 범죄자를 잡는 검사가 되고 싶다는 정석현은 이전까지의 삶을 ‘우물 안 개구리’에 빗댔다. 엄청난 학구열로 들썩이는 목동에서 공부하는 기계처럼 수동적으로 살아온 그는 이제야 뭔가 스스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논문이 대학생, 교수, 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청소년을 비롯한 비전문가들도 꿈꿀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
이에 기획팀에서 학술행사 및 세션 인큐베이팅을 담당하는 고유진(한대부고 2학년)도 거들고 나섰다.
“양성평등에 관한 논문을 쓰려고 준비 중일 때 페이스북에서 SPREAD 모집 공고를 발견했어요. 보자마자 ‘여기다!’ 생각했죠, 완전 뿅 갔어요(웃음). 제 관심사를 펼칠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학술행사 등의 대외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게 신났어요. 굉장히 재밌어요.”
요즘 한창 ‘창의 인성’이란 주제에 골몰해 있는 고유진은 지난 10월 26일 개최한 ‘제1회 SPREAD 세미나’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를 논문의 주제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입시 공부만이 전부인 시절을 지내서 그렇지 사실 대부분의 청소년은 자신의 꿈을 스스로 찾아 낼만큼 열정적이고 순수하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선배들에 비하면 저는 그냥 돕는 정도예요. 아직 어리바리하지만 SPREAD 활동은 제게 많은 가능성을 선물해줬어요. 가장 큰 가능성이요? 논문이 뭔지도 몰랐던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논문을 쓸 수 있다는 거요. 그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도요.”
스마트폰 중독에 관련한 양적연구를 펼친 캠페인팀 기획 담당자 국서현(군포고등학교 1학년)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교내 캠페인으로 연계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개월만에 완성된 SPREAD의 첫 연구논문은 국제청소년학술대회 ICY에 최종 합격, 수많은 연구들을 물리치고 우수청소년학자상(최고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사회과학도 과학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희열을 잊지 못해요. 과학실험처럼 철저히 통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오히려 엄청난 매력이라고 여겨지고요. 수많은 외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거대한 유기체인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변화시키고픈지 실험하며 지내려고 해요.
열정과 호기심을 품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논문을 작성할 수 있는 플랫폼 SPREAD!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 찾아오세요.”
채 8개월밖에 안 된 작은 연구소 SPREAD의 조용한 움직임. 그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예고편과도 같다. 장차 SPREAD를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이세영 소장의 포부가 청소년의 치기쯤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다.
글. 우승연 | 사진. 정김신호
※ 한국학생사회과학연구소 SPREAD 홈페이지 : http://spreadinstitution.weebly.com/
※ 한국학생사회과학연구소 SPREAD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spreadinstitute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회활동 지원사업’은 청소년이 더불어 사는 세대, 꿈꾸는 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 자아 존중감, 만남과 소통, 모험과 도전, 상상력 그리고 나눔을 키워드로 청소년과 세상를 이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