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나리오] 이름으로 진행되는 여러 사업 중에서 유일하게 활동가 개인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2002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활동가 재충전 (휴식/해외연수) 지원사업’으로 활동가 스스로 쉼과 회복을 위해 기획한 재충전의 기회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6 변화의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은 2014년에 신설되었으며 소속된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슈와 관련하여 해외 단체 또는 지역탐방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16년에는 총 7팀 27명의 활동가가 선정되어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나현필님은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강은지님, 공익인권변화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동현님과 함께 필리핀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환경과 인권침해 피해를 조사하였고 미안마의 숨겨진 관광명소도 방문해 공정여행의 새로운 후보지를 물색해보았다고 합니다. 

 

시트웨에서 므락우로 향하는 배에서 찍은 에라와디 강 풍경. 바다에서 강을 타고 올라가는 여정이었다. (출처-나현필 님)

  
우리 기억 속에 미얀마는 바쁜 출장 일정으로 가득하지만 미소 띤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등의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재충전 사업에 맞게 이번에는 조금 여유 있게 맛있는 음식도 즐기고 미얀마의 아름다운 자연도 보고 오자고 결의하였다. 더욱이, 국제민주연대 사업 중의 하나인 공정여행에서 미얀마 공정여행 사업을 모색하는 터라 더욱 그러하였다.

우리가 미얀마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미얀마 아라칸(Arakan) 주의 주도인 시트웨(Sittwe)였다. 이곳은 2006년에 나현필 활동가가 한국기업 조사차 방문했던 곳인데,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우리는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바로 배를 타고 숨겨진 고대도시 므락우(Mrak-U)로 향하였다.

불교 유적으로 가득한 므락우는 도시가 경건함으로 가득했다. 교통편이 불편하여 아직 관광지로 본격 개발되지 않은 탓인지 외국인도 드물었다. 온종일 걸어 다니다가 결국 가장 유명한 불교유적지를 발견하였는데 그 장엄한 광경이 잊혀 지지 않는다. 므락우에는 보여드린 사진보다 훨씬 아름답고 경건한 풍경들이 많다. 직접 가서 보시라고 다른 사진들은 일부러 아껴두려 한다. 미얀마의 유명 관광지로 바간도 있고, 만달레이도 있지만 므락우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경건함이 있는 곳이다. 므락우에서 다시 배를 타고 시트웨로 돌아온 9월 1일은 김동현 변호사의 생일이었다. 항상 바쁜 일정 때문에 같이 일을 한지 오래되었지만 생일을 특별히 챙겨줄 여유가 없었던 우리는 함께 시트웨의 유명관광지인 뷰포인트로 향했다. 어둑해진 인도양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너무나 시원했다. 생일을 맞이한 김동현 변호사는 자연이 주는 압도적인 풍광에 취해서 어느 때보다 행복한 생일이라고 계속 말하였다.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 뷰포인트 가는 길의 인도양 바다 (출처-나현필 님)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 뷰포인트 가는 길의 인도양 바다 (출처-나현필 님)

그렇게 시트웨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양곤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한국기업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벌여 나갔다. 양곤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가면 있는 바고지역을 시작으로 양곤을 둘러싸고 있는 공단의 노동자들을 계속 만났다. 많은 노동자가 의류봉제업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살고 있었지만 특히나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한 것은 어떤 한국기업은 최저임금조차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대사관과 한인 봉제협회를 만나서 국제사회가 한국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고, 한국이 미얀마에서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을 계속하려면 최소한 노조를 탄압하고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나쁜 관행을 하루속히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때로는 식사를 거르면서 인터뷰 일정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게 무슨 재충전이야!!”라고 불평도 장난삼아 했지만,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결근까지 한 노동자가 있기에 열심히 인터뷰에 응하였다. 현장에서 만나는 생생한 목소리야말로 활동가들에겐 활동을 이어나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임은 분명한 것 같다.

한국기업 노동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동현 변호사, 강은지 활동가 (출처-나현필 님)

한국기업 노동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동현 변호사, 강은지 활동가 (출처-나현필 님)

미얀마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황금으로 빛나는 쉐다곤 파고다를 보면 미얀마 인들이 자신들의 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무슬림계 소수 종족을 비롯한 소수 민족과의 갈등을 비롯하여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군부독재에서 벗어난 미얀마는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해 보였다. 화려한 쇼핑센터와 호텔이 들어서고, 통신 사정도 매년 더 좋아지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기회의 땅으로 보고 투자를 늘려나가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양곤 옥상 식당에서 바라본 쉐다곤 파고다 (출처-나현필 님)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해외연수부문 지원사업-양곤 옥상 식당에서 바라본 쉐다곤 파고다 (출처-나현필 님)

한국 기업인들은 미얀마의 전력 사정이 좋지 않고 인프라가 열악하다면서 미얀마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얀마의 인프라는 개선되어 나갈 것이고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미얀마로 더 몰려들 것이다. 과연 한국기업은 미얀마에서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아무리 미얀마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와 k-pop을 좋아한다지만 지금과 같은 낮은 인권의식으로 노동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면 한국은 결코 미얀마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대사관과 정부는 이런 점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미얀마 진출 한국기업에 대해 비판과 함께 조언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미얀마의 아름다운 유적과 자연이 지속 가능하고 환경을 해지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가 다가갈 방법도 고민해 나가려고 한다.

조금은 편안한 환경에서, 조금은 더 여유 있는 일정 속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고민을 나누고 서로 간의 우애가 깊어지는 시간을 선사해주신 아름다운재단과 후원자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글ㅣ사진  나현필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