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이영일 부부의 <아름다운Day 결혼 기념 기부> 나눔 이야기
아내 : 우리 영일이 상장 어딨지?
남편 : (아름다운재단 기부증서를 가리키며) 조~오기!
결혼 7개월 차, 갓 새댁 지은 씨와 새신랑 영일 씨가 함께 하는 신혼일기 속 한 장면이다. 아내보다 네 살 더 많은 오빠지만 지은 씨가 아이 대하듯 ‘우리 영일이’를 부를 때면 기꺼이 귀여운 아들이 되어주는 새신랑. 자상한 남편, 여전히 설레는 오빠, 세상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까지, 영일 씨가 지은 씨를 위해 자임하는 역할은 다양하다.
아내가 준비한 특별한 생일 선물
올해 1월 14일, 영일 씨는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았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아름다운재단 기부증서가 그것. 아내가 준비한 생일 이벤트였다. 달달한 신혼답게, 지은 씨는 기부금액에도 깨알같이 사랑의 메시지를 새겼다. 486,012원. 삐삐 시절, 암호 깨나 찍어본 이들이라면 단번에 알아볼 이 숫자의 의미는 ‘사랑해, 영원히’.
“고맙고, 놀랍기도 했어요. 전혀 생각도 못했던 선물이라… 제 생의 첫 이벤트더라고요.”
남편을 위한 ‘마음 부자’ 이벤트
“결혼 후 처음 맞는 신랑 생일에 기억에 남을만한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마음 부자를 만들어주기로 했죠. 어릴 때 학교에서 받던 상장처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기부증서를 보면 기분 좋을 거 같았어요. 신랑 생일에 딱 맞춰 도착한 기부증서를 저는 ‘우리 영일이 상장’이라 불러요.”
아름다운재단 블로그를 통해 기념일 기부를 접하며, 지은 씨는 나눔이야말로 내 아이를 위한 특별한 선물이 되겠구나 생각했단다. 앞으로 갖게 될 아이의 첫돌, 두돌, 입학 등 생의 아름다운 순간마다 나눔을 실천하고, 아이의 이름으로 꾸준히 행한 기부증서를 모아 성년이 된 아이에게 선물하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이미 집에 있는 ‘큰 아이’, 남편을 주목했다고. 일단 남편부터 마음 부자로 이끄는 나눔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헌혈증서 모으기, 봉사 시간 쌓기, 정기 기부, 기념일 기부 등, 지은 씨가 진두지휘하는 나눔 활동에 영일 씨는 늘 함께 한다. 아내와 함께라면 유기견돌봄센터에서 종일 개똥만 치우고 와도 미소를 잃지 않는 남편.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지은 씨와 섬세하고 꼼꼼한 영일 씨는 서로의 빈 곳을 메워주는 단짝이다.
강원도가 고향인 지은 씨는 경상북도 안동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유년시절부터 청년기 내내 무뚝뚝한 말투의 사내들만 보고 산 셈. 그래서인지 충청도 남자 영일 씨의 자상한 말투와 온화한 성격에 끌렸다. 그런가하면 영일 씨는 지은 씨의 ‘상 여자’ 기질에 처음부터 반해버렸다. 남들은 와일드하다고 표현하는 지은 씨의 성격, 그 의리있고 씩씩한 모습이 좋았다. 이렇듯 정반대 성향이지만, 영일 씨와 지은 씨는 서로에게 ‘한결같은 사람’이다.
두 사람의 인연과 연애의 역사엔 드라마적인 재미가 꽤 쏠쏠하다. 일단 연애의 시작은 두근두근 몰래 한 사랑.
“안동에서 함께 지내던 친한 언니의 남동생이었어요. 셋이 자주 어울리다 보니 어느새 신랑이랑 제가 눈이 맞아서…(웃음). 이제는 시누이가 된 언니 몰래 연애를 시작했는데, 금방 들켰어요. 좋은 거 숨기지 못하는 성격이라, 티가 다 났다고 하더라고요.”
평탄한 연애 드라마에 극적인 긴장감을 불어넣은 건, 두 사람이 한 차를 타고 가다 당한 교통사고였다. 사고 차량이 폐차 될 만큼 큰 사고였으나 다행히 골절상으로 그쳐, 오히려 병실 로맨스를 꽃피우는 계기가 됐다. 지은 씨 인생의 좌우명인, ‘위기는 곧 기회다. 뒤로 넘어져도 오버헤드킥을 날릴 수 있는 센스!’가 발휘된 셈이다.
“저는 요추 골절로 꼼짝 없이 누워 있어야 했지만 신랑은 갈비뼈에 금이 간 정도라 움직일 수 있었거든요. 처음엔 간병인을 뒀다가, 곧 병실을 합쳐 신랑이 저를 돌봤어요. 저는 일 년 가까이, 신랑은 5개월 정도 입원했는데, 그때가 지금보다 더 신혼 같았어요.”
연애 기간 중 절반을 병원에서 함께 보냈다. 가장 힘든 순간을 공유하며 전우애 못지않은 ‘환우애’를 쌓아서일까. 사선을 넘어온 연인의 병실 로맨스는 빼도 박도 못할 결혼으로 이어졌다.
나눔은 큰 배움이다
교통사고 이후, 지은 씨는 삶이 마냥 좋기만 할 순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시간을 곁에서 지켜준 한 사람을 얻었다. 머지않아 식구도 늘릴 계획이다. 미래의 아이를 생각하며, 지은 씨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행동한 것들은 ‘나눔’으로 귀결된다.
기부든 봉사든, 뿌듯한 기록을 열심히 쌓아가려고요. – 이지은 기부자님
“지금 생각으론, 아이는 하나만 낳을 거 같아요. 한데, 혼자 자랄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모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어떤 추억과 유산을 물려주면 아이가 외롭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기부와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봉사활동을 나가보면 2만 시간, 3만 시간씩 봉사활동을 해온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기부든 봉사든, 뿌듯한 기록을 열심히 쌓아나가려고요. 훗날 우리 아이가 외롭지 않을 근거가 될 거 같아요.”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보다 좋은 세상을,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꿈꾸게 되는 모성을 아이를 낳기도 전에 벌써 습득한 지은 씨. 그에게 나눔은 곧 ‘배움’이다. 나누면서 알게 된 것들, 비로소 보이는 진실, 내밀한 기쁨과 긍지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 배움의 길을 영일 씨와 함께 한다는 건 무엇보다도 좋은 일. 든든한 사랑 나눔 파트너가 있어, 오늘도 배움의 진도를 즐거이 쭉쭉 뽑아내는 지은 씨다.
글 고우정 ㅣ 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