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2016년의 변화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왔을까요? [2016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B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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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듣고 싶고, 계속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그럴게요!!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노동자회입니다. 2016년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아름다운재단의 고마운 지원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팟캐스트 ‘을들의 당나귀 귀’를 청취자 분들께 실어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 아시죠? 이발사는 대나무 숲에서 가슴 속에서 담아 두었던 말을 시원스레 내뱉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리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을 중의 을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바로 여성노동자들입니다. 여성노동자들의 가슴 속에 맺혀있는 이야기, 즉 당나귀 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만든 방송입니다. 정말 많은 팟캐스트가 있었지만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방송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여성노동자회는 “해 보자!”라는 심정으로 시작했습니다.
방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이었습니다. 그 해 방송을 하면서 엄청난 좌충우돌을 경험했습니다. 칭찬은 아주 조금, 그보다 쓴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교육방송이냐, 말이 너무 어렵다” “잘 들리지 않는다”. 생각만큼 다운로드 수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2016년 재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여성노동을 이야기하는 독립언론으로 ‘을들의 당나귀 귀’를 성장시키는 것이었거든요. 그것이 언제가 되든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는 결심이었죠.
2016년 ‘을들의 당나귀 귀’는 변신을 시도합니다. 먼저 노동 이야기 일색이던 기존의 구성을 바꾸고 <대중문화와 젠더>, <노동>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조금 접근이 쉬운 대중문화를 페미니즘 시각에서 접근하고, 그러면서도 노동의 이야기는 꾸준히 계속하는 방식인 거죠. 각 이야기 파트에는 고정 패널도 섭외했습니다. <대중문화와 젠더>는 페미니스트 문화평론가 손희정. <노동>은 노동 전문가인 정치인 은수미,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기자 나랑. 이렇게 진용을 짜고 한국여성노동자회의 두 대표와 사무처장을 투입했습니다.
드디어 5월. 대망의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대중문화와 젠더> 파트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페미슈’, 심층적으로 이슈를 들여다보는 ‘젠더 돋보기’, 페미니즘과 관련된 도서나 영화를 추천하는 ‘페미페미북북’, 젠더와 관련된 모든 질문에 답하는 ‘페미큐’로 구성하였습니다. 때마침 연예가를 강타한 김숙의 ‘숙 크러쉬’ 현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손희정님은 가득한 팬심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잘 풀어주셨죠.
이어진 2회 차 방송에서는 ‘남자들은 나를 자꾸 가르치려 든다’는 레베카 솔닛의 책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유난히 페미니즘 이슈가 많았던 2016년은 방송할 거리가 넘쳐났습니다.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로 촉발된 넥슨의 성우 교체 사건, 영화 <아가씨>와 <비밀은 없다>, 책과 영화로 소개된 <서프러제트 :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정유라를 건져낸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 트럼프와 이미지 정치 등 매회 중요한 페미니즘 이슈들을 다루었습니다. 2016년 페미니즘의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는 방송의 모음이 탄생한 것이죠.
<노동>편은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를 좀더 쉽고 편안하게 풀어내어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성노동 이슈를 다루는 ‘여노슈’, 여성노동과 관련한 통계를 소개하는 ‘여노통’, 여성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법률을 이야기하는 ‘여노빽’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최저임금, 시간제노동,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 등을 주제로 다루었죠. 이슈가 되었던 사건의 주인공들도 초대하여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한창 투쟁 중이었던 김포공항 청소노동자, 파업 중인 철도 노동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돌봄 노동자, 860일간의 투쟁 끝에 복직을 쟁취한 청주노인전문병원 노동자 등 현장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해드렸습니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건져 올려 구조와 함께 이야기하는 여성노동 전문방송이 만들어졌습니다.
12월 말에는 공개방송을 진행했습니다. ‘흑역사 청산의 밤’이라는 주제로 참여한 청취자들과 자신의 흑역사를 공개하고 이를 청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날 참여해 주셨던 청취자들 한분 한분의 이야기가 모두 소중했지만, 특히 한 젊은 남성들의 고백이 놀라웠습니다. “자취를 해 보니 셔츠 하나를 1시간이 넘게 다려도 아무리 해도 주름이 안 펴지더라. 밥 한 공기, 잘 다려진 셔츠 하나가 당연히 내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는 당연하고도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을 친구에게 나누었더니 친구는 “그러니까 좋은 여자를 만나야지”라고 응수했다고 합니다. 이 청년은 소스라치게 놀라 한 달 동안 친구를 설득하기에 나섭니다. ‘을들의 당나귀 귀’가 아니었으면 이런 소중한 이야기들을 어디에서 누구와 나눌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한국여성노동자회에는 이런 메일이 왔습니다.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서… 계속 듣고 싶구 계속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의 기쁨이 상상이 가시겠지요? ‘을들의 당나귀 귀’는 2017년에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듣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편만 들은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방송, 을들의 당나귀 귀! 같이 들어 보시겠어요? (팟캐스트 바로가기 ☞ http://www.podbbang.com/ch/9548 )
글 | 사진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여성들이 노동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의 일을 갖고, 이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며 노동의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노동환경과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는 임금, 평등한 승진과 배치, 교육을 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