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아름다운재단,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로 취임한 박희옥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을 아껴주시는 기부자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15년간 이사로서 자리를 지켜오다 이제 새롭게 ‘상임이사’로 아름다운재단과의 인연을 시작하였습니다. 두 글자 차이인데도 어깨가 참 무겁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아름다운재단이 그동안 쌓아온 유산이 매우 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도전과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바라본 아름다운재단의 역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혁신’과 ‘변화’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17년 전만 해도 ‘기부’라는 것이 큰 부자들만 할 수 있는 어려운 일로 여겨지던 때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기부 문화’라는 단어가 낯설던 그 시기에 ‘시민과 공익운동을 잇는 가교’ 역할을 창립 정신에 담아 시작되었습니다.
그 새로운 도전에 주변의 많은 분들이 걱정을 했고 저 역시 때로는 ‘과연 이게 잘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은 ‘나눌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라는 정신으로 <1% 나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저마다 월급·휴가비·담뱃값·용돈의 1%를 기꺼이 내놓았습니다. 정말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아름다운재단의 모금은 늘 새로운 이슈와 형식으로 우리 사회 기부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강제징용 조선인 마을을 지키기 위한 <우토로살리기 희망모금>, 결식아동 급식비를 지원하기 위한 <결식0제로 캠페인>, 손배 가압류로 고통 받는 근로자와 가족들의 생계를 지키는 <노란봉투캠페인>, 그리고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억0416 캠페인>까지 아름다운재단은 소외된 이웃들의 눈물과 아픔에 연대해 왔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길이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은 험난했지만 새로운 도전이었기에 의미있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시민들의 힘을 모아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만드는 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창립 이후 17년. 아름다운재단 앞에는 여러 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기부문화는 급속히 확대됐지만 현재의 모금 환경은 썩 좋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계속된 경제 불황으로 대부분의 기부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청년층은 취직이 어렵고, 장년층은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노인은 빈곤층으로 몰락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은 더욱더 희망이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또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더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름다운재단이 다시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내리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삶이 무너져 내리는 현장에서 기본권을 지키고 자립의 기회를 확대할 것입니다. 이웃이 이웃을 서로 돕는 따뜻한 사회 공동체를 만들 것입니다. 현실이 무겁고 암울하지만, 그럴수록 즐겁게 우리 모두 함께 헤치고 나갈 것입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그 누구보다 기부자님의 참여가 가장 소중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특정 개인이나 기업, 단체의 재단이 아닙니다.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사회를 바꾸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기부자님 모두의 재단입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라는 것이 자랑스럽도록, 지금까지의 17년을 딛고 더 성장하는 내일을 만들겠습니다. 꿈에 도전하고 때로는 시행착오도 거치는 17살을 지나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겠습니다. 이 길에 기부자님들이 함께 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