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이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을 펼친 지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합니다. 공공임대, 국민임대, 영구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실질적 소년소녀가정을 대상으로 1년간의 임대료 및 관리비, 체납임대료를 지원하는 본 사업은 한국사회복지관협회와 파트너십을 맺어 공동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주거지원사업 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을 마련하여 소년소녀가정에 주택 개보수 비용과 환경개선 물품 전달, 자원봉사를 통한 환경정리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상반기 동안 3가정이 주거환경을 새롭게 정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
주거환경개선 자원봉사 활동 스케치 ‘희망으로 집 짓는 8인의 키다리아저씨’
“우와, 우리 집 맞아요? 엄청나게 깨끗해졌어요. 특히, 책상 주변이 정리돼서 진짜 좋아요.”
깨끗하고 말끔해진 집의 풍경에 함박웃음 짓는 희진이(15·가명). 열과 성을 다해 희진이네를 청소한 8인의 자원봉사자 입가에도 잇달아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다.
지난 7월 5일 희진이네는 대대적인 공사가 한창이었다. 바로 ‘소년소녀가정 주거 환경개선사업’이 펼쳐졌던 것. 자원봉사자로 동참한 <SGI서울보증> 임직원 8명은 폭염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이었다. 최근 아름다운재단에 개설한 ‘SGI키다리하우스기금’으로 실행되는 만큼 그들은 소설 속 키다리아저씨의 심정으로 저마다의 소임에 열중했다
주거환경의 개선으로 청소년의 삶을 지지하다
아침 9시 즈음 출근하는 대신 강남종합사회복지관으로 모여드는 남성들의 발길이 인상 깊다. <SGI서울보증> 임직원 8명이 그들이다. 소년소녀가정 주거환경개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그들은 일터 아닌 나눔터에서 서로 조우하니 더욱 반가운 기색이다. 그것은 나눔이 선사하는 신비의 현상이기도 하다.
우선 그들은 세미나실로 모여 오리엔테이션 격인 자원봉사교육에 집중했다. 소년소녀가정의 사례관리를 담당하는 조윤영 사회복지사는 오늘의 자원봉사에 깃든 의미를 각별히 공유했다. 무엇보다 평안한 주거환경이 조성되면 소년소녀의 삶이 희망적으로 변모한다는 메시지에 그들은 결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원봉사자 리더인 유용수 씨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실현하고 싶은 생각에 조금이나마 도움되고 싶습니다.”라고 참석한 의의를 밝혔는가 하면, 사내 사회공헌사업을 기획하는 김종우 씨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이 꿈을 펼치도록 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합니다.”라며 오롯이 기대감을 내비쳤다. 강남지점에서 활동하는 신현득 씨는 “오늘 방문하는 가정의 청소년이 한층 건강하게 성장하길 기대합니다.”라고, 내면의 소망을 되새겼다. 하나같이 진정성이 묻어나는 표정이다.
이제는 존중의 마음으로 자원봉사가정을 살펴볼 차례였다. 강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시일을 구분해 모두 세 가정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로 계획했다. 세 가정은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장애청소년가정으로 각각 사연이 먹먹하다. 그 가운데 금일 자원봉사자들의 방문지는 한부모가정인 희선 씨(21·가명), 희진이 자매의 집이다. 책임감 강한 희선 씨와 구김살 없는 희진이는 아버지를 모시고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중이라고 조윤영 사회복지사가 알려줬다.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소식에 희진이가 무척 기뻐했어요. 지금 희진이네는 공사가 진행되는 중이에요. 욕실은 양변기와 타일을 수리하고 있고, 주방은 싱크대를 교체하는 상황이라 꽤 어수선해요. 그래서 짐 옮기고, 쓸고 닦고, 정리정돈 하는 작업이 중요한데요. 그 역할을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미소).”
자원봉사자들은 꼭 필요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로써 의미 있는 자원봉사교육을 마무리지은 그들은 희진이네에 방문하고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실 강남구라고 대다수 잘사는 줄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기초수급자만 6,915가구로 서울시 평균을 상회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상대적 빈곤은 극도의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에 자원봉사자들의 눈빛은 한층 깊어졌다. 그래서 묵묵하게, 하지만 든든하게 그들은 청소도구를 챙겨 희진이네로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최선의 자원봉사로 희망의 씨앗을 내리다
폭염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도착한 아파트. 4층의 일자형 복도 중간쯤 세간살이가 쌓여있다. 바로 희진이네였다. 지금 희선 씨는 아르바이트 중이고, 희진이는 중간고사 기간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사전에 허락받은 대로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섰다. 10평 남짓 공간은 공사 탓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장갑을 착용한 자원봉사자들은 그새 3인은 안방, 3인은 주방, 2인은 복도에 유연하게 자리 잡고 청소에 돌입했다.
사내 자원봉사활동을 계획하는 박세룡 씨는 “열악한 환경이라 안타깝지만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라며 쉴새없이 짐을 옮겼다. 또한, 역삼지점에 근무하는 박병욱 씨는 “소소하지만 필요한 보탬을 드리는 것 같아 심적으로 너무 행복합니다.”라며 바닥을 쓸고, 가구를 닦았다. 특히 강남송무지원단 소속인 신택구 씨는 “알게 모르게 생색내는 자원봉사가 되지 않기 위해 신경 쓰고 있습니다.”라며 물품을 정리정돈했다.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에 스며있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배려…… 모두 나눔의 속성이다. 그들은 짐 옮기기에 집중하느라 잠시잠깐 안경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수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와중에 바닥을 닦으려고 경비실에서 물을 받아왔으며, 희진이가 물품의 배치에 민감하다는 소식에 새 박스를 장만해서 정리정돈했다.
그사이 순식간에 세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희진이네는 완연히 깨끗한 모습을 드러냈다. 자원봉사자들의 마음도 새하얘진 듯 보람찬 표정이었다. 강남보상지원단 부단장 최승국 씨는 “바라보는 입장이라 조심스럽지만 희선 씨, 희진이가 오늘을 계기로 커다란 꿈을 실현하길 응원합니다.”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강남지점이 근무지인 김한솔 씨는 “살아오는 동안 혜택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고 싶습니다.”라며 나눔의 선순환을 다짐했다.
저마다 깨달은 감동을 되새기는 그쯤 중간고사를 끝마친 희진이가 돌아왔다. 욕실과 주방을 비롯해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집의 모습에 시쳇말로 감탄을 연발했다. 책상 주변부가 정리되고, 새 상자로 말끔해진 방에 들어서니 미소도 흘렀다. 무엇보다 희진이는 ‘SGI키다리하우스기금’으로 준비한 밥솥과 청소기를 선물받고 유독 기뻐했다.
“우와, 우리 집에 새 밥솥과 새 청소기가 생겼네요. 밥도 밥이지만, 올해 여름에는 무릎 쓸려가며 바닥을 청소하지 않아도 되겠어요(웃음).”
희진이의 웃음 너머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잠시 침묵하는 동안 나눔에 대한 자원봉사자들의 생각은 한층 깊어졌는지도 모르겠다. <SGI서울보증> 임직원이 참여한 자원봉사는 그렇게 일단락됐다. ‘소년소녀가정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그들은 희진이네 곳곳에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한여름, 아무도 모르게 임하고 싶었던 그들의 자원봉사. 슬며시 돌아서는 그들의 뒷모습에는 신기루인 듯 소설 속 키다리아저씨가 연상된다. 잇대어 그들의 목소리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유용수 자원봉사자 :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깨끗해진 모습에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김한솔 자원봉사자 :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리였습니다. 살아오는 동안 혜택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고 싶습니다.
박병욱 자원봉사자 : 예전에 힘겨운 시절이 생각났어요. 저 역시 극복했듯 힘내주길 희망합니다.
최승국 자원봉사자 : 바라보는 입장이라 조심스럽지만 오늘을 계기로 커다란 꿈을 실현하길 응원합니다.
박세룡 자원봉사자 :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꿈과 희망을 성취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김종우 자원봉사자 : 남다른 이유보다는 그냥 이웃이니까 찾아왔죠. 무엇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면 세상이 한결 풍요롭다는 얘기 들려주고 싶어요.
신택구 자원봉사자 : 한국사회가 쉽지는 않지만, 그러니까 더욱 열심히 살아가서 다양한 길이 열리길 소원합니다.
신현득 자원봉사자 : 마음먹기에 따라 환경은 변화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긍정적으로 살아주길 응원하는 마음이죠.
글 노현덕ㅣ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