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
-드라마 ‘비밀의 숲’-
최근 종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황승목 검사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 씨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이 드라마가 시간이 흐른 뒤에는 현실을 반영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현실성 없는 판타지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며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런 드라마가 비현실적이라 느껴지는 사회에서 사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지금 이거 실화입니까?
최근 화제가 되는 드라마, 영화, 웹툰 같은 작품 중에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고 조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탄탄한 구성력을 갖춘 콘텐츠가 지닌 사회적 파급력은 매우 커서 종종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때문에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실제 사건이 재조명되기도 합니다.
한 예로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인화학교의 청각장애 아동 성폭행 사건이 그렇습니다. 이 사건은 한 교사의 공익제보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지만 소설 ‘도가니’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소설과 영화를 통해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사건은 재조명되었고 관련 법률안이 긴급하게 처리되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작품들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대중의 관심 뿐만이 아니라 문제의식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잘나가는 검사 조들호가 검찰의 비리를 고발한 이후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인생 2막을 여는 내용의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눈 딱 감고 조금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에서 뭘 그렇게 힘들게 살아요? 혼자 정의의 사도 놀이 하면서”
“가끔식은 너같은 놈들한테 감사해. 왜냐면 니들은 상식적인 행동을 해도 그게 무슨 정의로운 일처럼 보이게 만들거든.”
침묵하면 변하지 않으니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사람과 침묵하면 변하는 게 없으니 침묵해선 안 된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누구의 말에 더 공감하고 있을까요?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같이 상식적인 행동을 당연하게 여기며 진실과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우리 모두 바라는 바입니다. 하지만 진실과 정의를 지킨다는 것은 때로 냉혹한 현실을 겪게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말이야, 불합리한 사회구조가 어쩌니, 저쩌니 막 욕하면서도 내부고발자들한테
막 배신자 딱지나 붙이고 욕하려고 그런다. 아무튼 뭐 고발한 사람만 손해지 뭐.
-드라마 ‘김과장’-
드라마 김과장의 대사는 우리 사회에서 공익제보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데 가혹한 현실을 겪습니다. 부조리한 문제들이 해결되었다고 해도 공익제보자들의 존재는 세상에서 쉽게 잊혀집니다. 공익제보로 오랜시간 고통을 겪은 공익제보자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민단체의 응원과 격려, 그들이 보내는 찬사가 살아가는 자존감을 회복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공익제보의 최대 수혜자는 국민이다. 그들이 보호해 줄 것이다.”
공익제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이 보내는 응원과 격려, 함께 해주겠다는 약속이 아닐까요?
우리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에요.
-영화 ‘도가니’-
진실을 밝혀도 큰 대가를 치러야하는 사회,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행동이 마치 비합리적이라 손가락질 당하는 현실은 달라져야하지 않을까요? 아직도 이같은 현실에서 많은 두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진실을 알리고 양심을 외면하지 않는 ‘송곳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회가 더 부패하지 않도록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참 녹록하지 않습니다.
시민사회지지캠페인 ‘어쩌다슈퍼맨’은 사회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홀로 버티며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했던 공익제보자와 공익활동가를 지원하는 캠페인입니다.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잊혀질뻔한 사건이 재조명되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것처럼, 우리들의 삶 속에 지극히 평범하게 사회 정의과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지만 어쩌다 슈퍼맨이 되어야 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며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