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도 드러나듯 공익단체의 프로젝트에 ‘스폰서’가 되어 주는 지원사업입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연중 12개월, 매월 접수를 받아서 선정합니다.) 사업 기간이 3개월로 다소 짧지만 그만큼 알차고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으로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
아트앤쉐어링의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는 총 4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됩니다. 각각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 공연예술 <나만 몰랐던 이야기>
7월 28일,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공연 <나만 몰랐던 이야기>가 막을 올렸습니다. 4개월 간 끊임없이 고민했던 ‘소수자’와 ‘존재성’ 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였습니다. 소수자는 특정 집단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소수자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차별 받고 소외되는 사람들이자 나를 포함해서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소수자성입니다. 아트앤쉐어링의 ‘공공연히’ 공연예술팀은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 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임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로, 우리 일상에서 지워진 소수자들의 존재를 그려내고(draw) 자신도 마주할 수 있는 소수자성을 그려보는(image)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5시 반, 관객들은 <옆 자리>에 앉은 소수자들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한 관객은 평소에 소수자라고 특정 지었던 사람들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내 옆자리에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 역시 소수자였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사진전을 통해 관객들은 본 공연 이전 메시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고 공연 내용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6시 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오프닝 영상은 심리적인 좁은 방에 갇힌 소수자가 사실 당신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짧지만 강렬하게 전달했습니다. 신나는 스트리트댄스를 선보인 부블리검프스의 무대는 소수자라고 생각했던 외다리 댄서가 무대 위에선 가장 멋진 예술가로서 존재 증명을 해내는 모습을 통해 소수자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소름돋았다’, ‘웅장했다’는 평을 받은 고블린 파티의 <은장도> 공연은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익숙해져 버린 시선이나 감성, 표현 방식에 대한 의문을 무용으로 표현해냈습니다. 공연 중 가장 공감되고 메시지가 와닿았다는 평을 받은 ‘넋넋한 극단’의 뮤지컬 공연은 당장의 일상 속에서 내가 마주할 수 있는 소수자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아티스트 팀별로 진행된 토크쇼 역시 관객들과 아티스트 간의 거리를 좁히며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와 닿게 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관객들에게 받은 피드백지를 통해 공연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가 잘 전달되었고(메시지 전달 관련 항목 5점 만점에 4.5점) 관객들의 의식 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관련 항목 5점 만점에 4.3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처음에 기획했던 것처럼 본인의 소수자성을 발견한 관객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지 못했다는 점과, 관객들이 공연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배부하려 했던 스티커를 제작하지 못했던 점이 굉장히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해당 공연장의 냉방 시설이 좋지 않았다는 점, 음향 상태가 중간중간 불안정했다는 점, 관객들의 중간 퇴장으로 분위기가 흐려졌다는 점 등 각종 진행 미흡으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하여 매우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연이 평일 중 하루만 진행됐기 때문에 더 많은 관객 분들을 만날 수 없었다는 것 역시 아쉽습니다. 하반기 프로젝트는 더욱더 고민하고 꼼꼼히 준비하여 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자 합니다.
끝으로 예술을 통해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자 머리 맞댄 우리에게 그 꿈을 실현하도록 지원해준 아름다운재단과 기부자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덕분에 머리와 마음에만 머물러 있던 생각들을 공연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자유롭게 펼쳐낼 수 있었고 프로젝트에 도움을 준 모든 분들께 정당한 대가 혹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연히’는 예술 나눔을 통해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아트앤쉐어링의 비전과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아름다운재단의 비전에 함께할 것입니다.
■ 시각예술 <나를 입다, 우리를 잇다>
7월 14일, 시각장애인가족회 회장님을 통해 한빛맹학교 학생들과의 만남을 위해 이른 오전부터 분주히 움직여 한빛맹학교 소재지로 향했습니다. 한창 준비 중인 프로젝트 준비로 인한 피곤함이 싹 잊혀질 만큼 생전 처음 맹아들을 만나 그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혹시나 모를 실수들에 대한 경계심이 마음에 가득했습니다. 골목에 골목을 돌아 도착한 학교는 맹아들만을 위한 학교라고 하기에는 일반의 학교들과 다른 곳이 없었고, 다만 아이들의 수가 조금 적을 뿐이었습니다. ‘맹아’라는 다소 낯선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학급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아이들의 발랄한 모습이 맹아라서 조심해야할 것들을 떠올리며 걱정해 마지않던 저희에게 부끄러움을 일러주었습니다.
Art&Sharing 이라는 단체와 함께 그림을 그릴 팀원들에 대하여 소개한 후 팀원과 6명의 맹아가 각각 한 명씩 팀이 되어 서로의 색을 정한 후 그 색이 갖는 개인적인 이미지들을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빨간색을 떠올리던 한별이는 엄마의 화는 가장 무서운 빨간색이어서 날카로운 각을 가진 뾰족한 삼각형을 그렸고, 현영이는 다양한 색과 선으로 이루어진 구름이 떠다니는 파란색 하늘을 그렸습니다. 팀원들과 아이들은 서로 정말 친한 형, 누나와 동생 같이 마주 보고 웃기도 하고 진지해지기도 하며 서로의 눈빛과 8절 도화지를 교차해가며 그림을 그리는 데 열중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환하게 웃으며 솔직한 감정과 생각들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아이들의 밝은 에너지는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활동 내내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의 용기와 솔직함이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는 팀원들에게 오히려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림 그리기 활동을 마치고 나서, 학급 담임선생님께서 생각보다 아이들이 너무 능동적으로 활동에 임해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하시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주셨을 때, 저희가 드릴 수 있던 답은 ‘저희가 더욱 감사할 뿐입니다.’라는 말밖에는 없었습니다. 단순히 맹아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라는 방문 취지를 넘어 아이들의 에너지로부터 저희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멀리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 참여예술 <이별에서 저별로>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은 매우 아프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최근에 이별하신 분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별을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며, 그동안 받은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그 이별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별이라는 것이 개개인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이라,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데 참여하신 분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진행하였습니다.
먼저 ‘니가 가면’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별한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지금 마음상태를 가면에 담아 각자의 가면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돌아가며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스로를 거울로 비추어 보며 그림을 그리면서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응시하고, 오래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이별 이후의 감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첫인상이나 외형적인 이미지 때문에 할 수 없던 깊은 속 이야기들을 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시간을 그리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과 연인을 위한 편지를 씀으로써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상처를 극복한 채 희망의 마음을 가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글씨와 그림으로 종이에 담담하게 담아내었습니다. 손으로 표현하면서 복잡했던 머릿속과 혼란스러운 마음을 동시에 정리하게 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수혜자들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건강하게 이별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프로젝트인 ‘이별 식탁’은 ‘이별에서 저별로’를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별을 소화시켜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색채와 시를 활용하여 이별에서 느끼는 감정을 시각화하고 글로 써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물에 녹여 자신의 감정을 녹이고 거기에 본인의 감정을 담은 색상을 입혀 이별을 입히고 그 의미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별을 그대로 바라보고 이를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수혜자분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담아두었던 이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좀 더 성숙해진 나를 발견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서로의 속마음을 나누며 만남, 사랑, 이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남짓 짧으면 짧고 길면 긴 활동이었지만, 저희의 프로젝트가 개개인 미래의 더 나은 연애를 위한 소중한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유기획 <‘그린뮤지엄’(Green Museum)>
<그린- 뮤지엄(Green-Museum): 우리가 그린 미래>는 500년 이후의 가상인물 ‘김그린’이 2017년 한국에 방문하여 2517년의 모습을 환경 박물관의 형태로 보여주는 프로젝트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마다 작가 개개인의 해석을 선보이는 일반적인 전시와는 달리 이색적인 컨셉을 바탕으로 한 순수미술 전시임에도 박물관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관람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기존 전시와는 차별화된 프로젝트를 구상하였습니다.
이렇게 기획된 <그린- 뮤지엄>은 전시 오픈에 앞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그린이의 일기‘를 연재하면서 컨셉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치며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계획했던 것보다 전시 설치 과정에서 전시장 구조를 토대로 작품 설치 전반에서 다양한 변주를 줄 수 있게 됨으로써 색다른 구조의 전시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방문 관람객 중 다수가 흥미롭게 관람하며 작품 곳곳에 관심을 표하였으며, 전시 관람 이후 증정하는 화분에도 많은 호기심을 보이며 즐겁게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홍보의 부족과 전시장의 접근성이 낮아 일반 관람객의 유입이 비교적 적었다는 사실은 아쉽습니다. 더 많은 분과 환경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욱 좋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홍보물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이다보니 창의적이고 프로젝트의 색을 잘 살리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최종 결과물을 확정하고 인쇄를 맡기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더뎠습니다.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인쇄를 조금 더 앞당겨 인근 지하철역이나 게시판, 대학교 게시판 등에 홍보할 수 있도록 하면 이번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전시장 역시 예산이 소요된 것에 비해 접근성과 전시 환경 모두 좋지 않았던 점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는 유동인구가 많은 인사동이나 삼청동, 혹은 원래 전시를 자주 관람하는 애호가 분들에 인지도가 높은 공간을 대관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변화의 시나리오를 통하여 저희 프로젝트 기획이 한결 생동감 있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그 자체로 동기부여가 되었으며,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으로 인하여 전시에 참여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배경과 전시로 말하고 싶은 바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회에도 보다 의미 있는 기획으로 우리 사회 속 변화를 이끄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l 사진 아트앤쉐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