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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복지는 복복자(福)에 복지자(祉)를 합성한 한자어로 진정한 행복을 의미한다. 아름다운재단은 복지, 즉 진정한 행복을 선사하고자 전국의 8개 보조기기센터와 협력해 장애 아동청소년에게 맞춤형 보조기구를 지원하는 중이다. 품목은 기립보조기구, 착석보조기구, 목욕보조기구, 이동보조기구를 갈래로 상황과 환경을 고려해 모두 여덟 가지 보조기구로 세분하고 있다.

사실상 맞춤형 보조기구는 장애 아동청소년이 일상에서 행복을 실현하는 기본장치라서 필수불가결하다. 그것을 여실히 되새긴 인천광역시 보조기기센터는 올해 24명의 대상자에게 맞춤형 보조기구를 전달하고 있다. 가을의 초입에는 상훈씨(24)와 다현이(17) 가정에 방문했다. 저마다 맞춤형 보조기구를 체감하곤 구김살 없이 미소짓는 그들의 낯빛이 세상없이 해맑았다.

상훈씨의 이동보조기구에 스며있는 고민과 배려

갑자기 상훈씨네로 큼지막한 꾸러미를 짊어든 무리가 들어섰다. 바로 인천광역시 보조기기센터 일행이다. 상훈씨한테 맞춤형 보조기구인 이동보조기구를 설치하러 찾아오는 길이었다. 그들이 한결같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상훈씨는 화답하듯 환히 웃어줬다. 그 표정은 어머니 김미경 씨랑 사뭇 닮아있다.

2017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에 선정된 상훈이(가명)에게 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

2017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에 선정된 상훈이(가명)에게 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

“상훈이가 생후 6개월쯤 급작스럽게 경기를 일으켰는데요. 그쯤 살펴보니 눈맞춤도 제대로 못하기에 병원으로 달려갔죠. 뇌가 손상돼서 시야가 뿌옇게 비치고, 온몸을 가누기가 어렵다고 진단하더라고요.”

사실 상훈씨는 뇌병변장애 1급에 지적장애 1급이다. 혼자서 신체활동이 어려울 뿐더러 외부의 세상을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면의 세계만큼은 온화한 듯 곧잘 웃음을 머금었다. 상훈씨에 대해 이모저모 안부를 확인하는 동안 완연히 이동보조기구가 설치됐다. 그것은 좌판과 등받이가 약 100도의 기울기로 고정되어 있어 사용자의 안정성이 돋보이는 유모차였다. 스무 살을 웃도는 체형에 맞춰서 대형으로 제작됐다.

그간 상훈씨가 사용하던 유모차는 꽤 말썽이 심했다. 오래돼서 바퀴도 마모됐고, 브레이크도 문제였다. 게다가 6년 이전에 맞췄기 때문에 그사이 성장한 상훈씨에게는 협소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모차는 고가의 제품이라 교체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그때 시기적절하게 유모차를 지원받게 돼서 김미경 씨는 무척이나 기쁘고 고마운 심정이다.

이제 상훈씨는 새로운 유모차에 올라앉아 있다. 직접적인 안착감을 확인할 수순이었다. 별다른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아 간단한 주의점만 공유됐다. 다만, 사례를 관리하는 한가람 보조공학사는 “상훈씨의 척주측만이 염려돼서 목 받침대가 필요해요”라며, “자세유지기구센터를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어요”라고 고민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 김미경 씨가 가뜬한 발걸음으로 상훈씨랑 외출하는 풍경이 눈앞에 선하다.

다현이의 목욕보조기구에 담겨있는 공감과 정성

바야흐로 다현이네를 노크하는 인천광역시 보조기기센터 일행. 다현이는 맞춤형 보조기구인 목욕보조기구를 전해주기 위해 찾아온 그들을 수줍은 미소로 맞이했다. 다현이는 뇌병변장애 1급으로 지금 고등학교 특수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아직은 받침이 들어가는 글자가 어렵고, 화폐의 개념과 단위가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다이어트로 체중을 관리하고, 아이돌 연예인을 좋아하는 천생 여고생이다.

2017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에 선정된 다현이(가명)에게 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

2017 장애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에 선정된 다현이(가명)에게 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

다현이는 그렇게 어엿이 성장해 용모와 청결에 더욱이 신경 써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그런데 등교나 외출을 위해 욕실에서 준비하는 과정은 대개 1시간 안팎이다. 거기다 어머니 김진아 씨는 허리 디스크로 고생이라 딸을 씻기기가 여간하지 않다. 인천광역시 보조기기센터 일행은 다현이네 사정에 공감하며 정성 다해 목욕보조기구를 세팅해나갔다.

“다현이가 어렸을 적에는 나름대로 욕실에서 케어가 가능했는데요. 성장할수록 머리를 감기거나 눕혀서 씻겨주기가 어렵더라고요. 활동보조인들도 버거워하고요. 특히 외부에서 활동하고 샤워할 때는 위생문제도 발생해 여러모로 목욕보조기구가 시급했죠.”

김진아 씨의 목소리 위로 마침 목욕보조기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현이가 사용할 목욕보조기구는 입식형이며 등받이 각도가 6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체험이 중요한 터. 다현이가 목욕보조기구에 오르자 한가람 보조공학사가 다가가 “가운데 시트고정벨트를 조절해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요, 올해는 안전벨트도 2개가 제공돼 더욱 사고를 예방할 수 있어요.”라며 살뜰한 설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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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현이는 그대로 목욕보조기구에 앉아 불편감을 점검했다.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다만, 욕실로 이동해 들어서는 과정에서 문턱에 걸렸고, 입구는 빠듯했다. 김진아 씨는 완만한 경사로와 욕실문을 떼어내는 방법을 가늠했다. 그것으로 목욕보조기구는 온전하게 전달됐다. 혹시나 궁금증은 추후에 언제든 물어보면 된다. 이제는 다현이의 욕실생활이 한층 평안해지리라 기대된다.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이면 상훈씨와 다현이는 이동보조기구와 목욕보조기구를 일상에서 익숙하게 활용할 듯하다.

우선, 김미경 씨는 상훈씨를 위해 주간보호시설을 개설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상훈씨는 주간보호시설에서 이동보조기구를 통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다현이는 수()치료를 받았기에 물을 무척 좋아라 한다. 따라서 김진아 씨는 수영장이나 물놀이장에 방문할 때마다 목욕보조기구를 필히 대동하리라.

그로써 상훈씨와 다현이의 웃음은 나날이 늘어날 것만 같다. 실제로 그들의 웃음은 순백색같이 거짓이 없었다. 그야말로 한 번의 웃음한 번의 행복으로 승화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맞춤형 보조기구를 통한 웃음으로 그들의 복지, 곧 진정한 행복이 실현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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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노현덕 l 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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