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지원, 이제는 세상으로 한걸음씩
– 하남시종합사회복지관 정현구 사회복지사 인터뷰
“앗, 보배(가명) 오늘은 양말 안 신었네? 발목 다친 데는 괜찮아?”
“보통은 수면양말 신는데, 오늘은 전기장판이 따뜻해서 안 신었어요.”
“물리치료는 어때? 꾸준히 받고 있어?”
“차(장애인 콜택시)가 되면 매일 가는데, 쉽지 않아요.”
정현구 사회복지사의 가정방문은 꼼꼼했다. 학교 성적, 가족관계, 건강상태를 차근차근 물어보았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가족들의 태도와 반응도 살폈다. 집안 분위기의 변화도 확인하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상황을 모르고 이 장면만 봤다면 간만에 만난 조카와 즐겁게 수다를 떠는 막내삼촌으로 보였을 것이다.
정현구 사회복지사는 하남시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팀에서 일하는 베테랑 사회복지사다. 지역 사회 내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례를 발굴하고, 필요한 자원과 서비스를 찾아서 연계한다. 그 뒤에도 꾸준히 대상자들과 만나 서비스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새로 발생한 문제점은 없는지 소통한다.
아름다운재단과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을 통해 보배와 지영이네(가명) 가족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것도 이와 같은 사례관리 업무의 일환이다. 이들의 상황을 꼼꼼하게 기록해 지원신청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사업에 선정된 뒤 매달 해당 가정의 주거비 고지서를 확인하고 실제로 주거비를 전달하는 것까지가 모두 그의 전문적인 사례관리가 필요한 일이다.
지난해 8월부터 1년 반째 주거지원사업을 진행해온 그는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되는 주거비가 적지 않은 금액이고 사업 대상자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된다.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서 담당자로서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막내 삼촌같은 사회복지사, 큰조카 같은 대상자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은 단순히 돈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주거비 지원은 단순히 얼마의 현금이 아니라 작은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역시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더 필요한 부분을 챙겨야 한다. 그래서 그는 되도록 자주 대상자들과 만나고 연락을 하고 직접 가정에 찾아가기도 한다. 그의 사례관리가 이렇게 꼼꼼하고 편안한 것은 대상자들 삶의 변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차곡차곡 쌓이면 때때로 기적처럼 변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지영이네 가족은 어머니가 오랫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어려워해서 잠깐의 대화도 쉽지 않았다. 후원물품을 받을 때조차 문을 조금 열고 물건만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그는 가족 모두와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칠 수 있다.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지영이 어머니는 얼핏 보기에는 외향적 성격으로 보일 정도.
특히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지영이와의 대화는 참 인상적이었다. 정현구 사회복지사가 막내삼촌 같다면 지영이는 당차고 어른스러운 큰조카 같다. 지영이는 막연히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미래의 직업으로서 사회복지사의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제가 있어보면 사회복지사가 힘들다는 것을 정말 뼈저리게 느껴요. 일의 강도는 높은데 그만큼의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임금도 높지 않고. 어떻게 보면 대상자들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직업적 여건이 올라가면 보람을 느끼면서 더 잘할 수 있을텐데… 나는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맞아. 사회복지사들도 자신이 충족돼야 하거든. 이거 지금 내가 상담받는 거 같은데? 지영이 국회로 가도 되겠다.”
“사람들이 ‘원래 사회복지사들은 다 그렇다’고 하는데, 세상에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이런 건 좀 바꿔보고 싶어요.”
“정말 고마워. 사회복지사 어려운 걸 이렇게까지 잘 알아주다니. 진짜 너무너무 고마워.”
정현구 사회복지사는 “이 일을 7년째 하고 있지만 대상자에게서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면서 연신 지영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 감사하면서 함께 소통하고 있었다.
조금 더 편안해진 가족의 표정
가족들의 변화에는 아름다운재단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 역시 한 몫을 차지했다. 그는 “처음에는 가족들이 조금 날카롭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주거비를 지원받으면서 지금은 훨씬 좋아졌다”고 전했다.
지영이네 가족은 지영이는 물론이고 반항심 가득하던 사춘기의 남동생도 친구들과 좀 더 잘 지낸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어려워하던 어머니도 이제는 얼굴이 많이 편안해지셨다는 것이다. 주거비 지원이 가져다준 생활의 여유, 그리고 희망 덕분이다.
“대상자들이 애초부터 학업에 대한 욕구가 강했고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주거비 지원을 받으면서 그 목표가 뚜렷해진 것 같습니다. 가족들도 많이 달라졌고요. 지영이 어머니처럼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 지영이나 보배처럼 어려운 현실을 감내해나가는 것은 정말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잖아요.”
지영이 어머니는 2달 전까지만 해도 “취업을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권유를 듣고 “그래도 아직은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새 더 씩씩해져서 정리수납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다.
정현구 사회복지사는 그 어떤일 보다 서로를 더욱 생각하며 배려하는 가족들의 변화된 모습에서 사회복지사로써의 보람과 어디에서도 얻지 못할 배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들이 있기에 더욱 감사하다.
“아름다운재단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이 진행되도록 기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대상자들이 이 사업 덕분에 꿈을 꿀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이 친구들이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글 박효원ㅣ사진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