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하 청자발)은 청소년이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꿈꾸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7년 청자발에 선정된 10개 청소년 모둠은 지난 6개월 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직접 전하는 ‘우리의 변화, 우리가 만든 변화’ 이야기 궁금하지 않나요? 2017년 청자발 참가 모둠 <인블룸>의 활동 후기를  소개합니다.

소의의 활동 후기

인블룸 단체사진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청소년 활동가 그룹 <인블룸> (사진 제공: 인블룸)

일 년간의 <인블룸> 활동이 끝이 났다. 활동은 끝났지만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 안산시 고등학생 활동가 18명이 선발되어 모인 발대식. 2월이라 날씨는 상당히  추웠지만 각자 준비해온 자기소개를 한 다음, 다 같이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다. 이때는 서로 서먹서먹했지만, 모두 한마디씩 하며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발대식 이후 워크숍을 했다. 멤버들끼리 서로 모르는 부분도 많고 어색한 마음도 있었지만, 워크숍을 통해 서로 마음을 열고 친해진 것 같다. 조별로 미션을 수행했고, 밤에 시상이 있었다. 아쉽게도 우리 조가 꼴찌였지만 그마저도 즐거웠다. 저녁을 먹으면서, 편의점을 가면서, 게임을 하면서 모두가 친해지기 위해 같이 움직이고, 서로를 배려해 주었다. 앞으로의 활동이 원활하게 잘 진행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워크숍을 다녀온 후 우리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첫 번째 활동을 기획하기 위해 조를 나누어 ‘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 가지씩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우리 조는 <워터건>이라는 물총게임과 부루마블을 함께하는 아이디어를 냈고, 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피구게임 <고등피구>, 안산시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다문화 이해 게임 <같이 가치>, 포켓몬고와 런닝맨을 합친 게임 <런닝몬고>과 같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런닝몬고>를 하기로 했다.

매일 같이 회의를 하여 세부적인 규칙과 장소, 진행날짜와 시간을 정했고, 봉사자와 참가자 모집, 예산관리, 필요한 물품 만들기를 진행했다. 처음 해보는 기획이라서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것도 힘들었고, 세부적인 룰을 정하고도 모두가 이해를 못해 답답하기도 했다. 막상 행사당일이 되었을 때 ‘참가자가 많을까? 준비한대로 잘 진행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참가하여 <런닝몬고>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잘 진행했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활동을 기획할 때 우리는 각자 자신이 생각한 사회문제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말했다. 그중에서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아서 미관상 보기에도 안 좋고, 악취 때문에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클린마스터>라는 활동을 기획하고, 함께 쓰레기를 주울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우리가 쓰레기를 주워서 100L쓰레기봉투를 채우면 1개당 만원을 환경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우리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이나 쓰레기봉투 안에 넣었다. <클린마스터> 활동으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게 된 것 같았다.

세 번째 활동은 제일 뿌듯하고 제일 기억에 남았던 <쉼쿵고민상담소>이다. 사람들이 고민을 적어 텐트 안으로 넣어주면 우리는 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해 드리기로 했다. 텐트 옆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공간도 마련해서 우리가 답변을 적는 동안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하는 고민부터 진짜 무거운 고민까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었다. 다 해결해 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우리는 정성껏 답변을 적었고, 이렇게 사람들과 소통을 하니 뿌듯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줌으로써 그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편안함을 드리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인블룸>의 올해 마지막 활동은 ‘우리가 원하는 학교’를 주제로 한 <희망토크콘서트>이다. 4명의 청소년이 각자 교칙, 인권복지, 교내행사, 교육에 대한 강연을 준비했다. 청소년 청중도 모집하여 강연자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했다. 강연자들이 좋은 강의를 해서 그런지 청중들의 질문시간이 길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기를 잘했다. 우리가 기획했지만 아주 잘한 것 같다.

이렇게 네 번의 활동이 끝났다. 하나의 행사를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과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생각을 짜내도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들도 있어서 의욕이 사라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활동을 통해 우리가 사회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사에 참여한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

– 김소의 (경기모바일과학고 1학년)

인블룸이 길거리 쓰레기 줍기 활동을 진행하는 모습

길거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액션! 클린마스터 (사진 제공: 인블룸)

인블룸이 시민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활동을 진행하는 모습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메세지를 보냈던 쉼쿵고민상담소 (사진 제공: 인블룸)

장지희 멘토의 후기

꽃이 활짝 핀 봄, ‘사람이 꽃처럼 피어난다’는 <인블룸>의 의미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는 12명의 활동가를 만났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아이들이라 그런지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하고 적극적이었다. 발대식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며 활동에 대한 포부를 당당히 밝혔던 아이들. 그런 그들을 보며 올해 <인블룸> 활동이 재미있게 잘 진행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5월에 1차 사회적활동을 진행했다. 안산시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문화 형성을 위한 <런닝몬GO>를 기획했다. 기획안에 대해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았고, 처음 진행하는 활동인 만큼 아이들의 기대도 컸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첫 번째 활동이고 팀워크도 잘 다져지지 않은 상태여서 아이들은 활동을 준비할 때 많이 힘들어 했고, 활동을 진행할 때도 우왕좌왕했다. <런닝몬GO>가 마구 뛰어다니는 활동이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들도 생겼다. 예상치 못한 사고에 아이들이 당황하고 풀이 죽어 아쉬움만 가득 남긴 채로 활동을 마치고 말았다.

2차 사회적활동부터는 문제인식 단계부터 천천히 걸음을 밟아나갔다. 기획회의에서 다양한 사회문제가 제기되었고, 그 중 사회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이 모였다. 특히 ‘길거리 쓰레기 문제’에 뜻이 모였다.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부족한 것이 가장 문제라고 판단하여 환경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무더운 여름, 아이들은 구역을 나누어 자원봉사자들과 쓰레기를 줍기로 했는데, 하필 그날이 연중 가장 더운 날이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활동이라 봉사자뿐 아니라 <인블룸> 활동가들도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결국 어떤 조는 <인블룸> 청소년의 주도로 쓰레기를 줍다가 카페로 가서 빙수를 먹으며 농땡이를 피웠다. 처음에는 가장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인블룸>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생각에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 실제로 혼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니 그렇게 더운 날 정해진 대로 3시간 동안 쓰레기를 줍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날은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권고도 있던 날이었다. 자신의 살 길을 찾아 카페를 찾아 들어간 아이들이 어쩌면 가장 현명했던 것 아닐까?(웃음) 그리고 덕분에 이렇게 재밌는 사진과 추억이 남았으니, 이 정도로 충분하다.

3차 사회적 활동은 청소년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자는 의미로 시작된 <쉼쿵고민상담소>였다. 이 때부터 <인블룸> 청소년들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을 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정말 정성을 들여 고민상담을 해준 텐트 속 상담가들! 익명성과 비밀보장을 위해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곳에서 미니선풍기와 얼음물 두 통에 의지하며, 시민들의 고민편지 하나하나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해서 답장을 적는 아이들의 모습이 퍽 감동적이었다. 일 년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아이들이 뽑은 가장 재밌고 유익했던 활동에 <쉼쿵고민상담소>가 선정된 걸 보니, 아이들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한 것 같아서 더욱 기뻤다.

4차 사회적활동을 기획할 때 우리는 매년 이어갈 <인블룸>의 전통과 같은 사회적활동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탄생한 <제1회 희망토크콘서트>! 올해는 ‘우리가 원하는 학교’로 주제를 잡았고, 주제는 매년 바뀔 예정이다. 청소년 강연자가 자신이 평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펼치고, 청중과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다. 첫 회는 만족스럽게 마쳤다. 앞으로도 이 활동이 안산시 청소년들의 소통의 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3월부터 11월까지 활동기간 동안 네 번의 시험기간, 중간 중간 모의고사와 학교행사 등이 있었다. 이로 인해 <인블룸>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몇몇의 아이들은 중도에 그만두기도 했지만, 새로운 열정을 가진 아이들이 그 자리를 메워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인블룸>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사회적 의미를 잘 담은 활동을 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이 활동을 얼마나 재밌게 즐기면서 하는지였다. 아무리 의미 있는 활동이라도, 아이들의 표정이 어둡거나 지루해 하면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 한명 한명이 진정성 있는 ‘청소년 활동가’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 시간과 경험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아이들이 ‘희망이 회복된 사회’를 만드는 빛과 같은 존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 장지희 (기부이펙트 활동가)

활동스케치 및 참가자인터뷰 보기
[2017년 청자발] 청소년활동을 꽃피우는 ‘인블룸’

 

글|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