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씨앗을 틔워준 한마디
김나리 기부자는 13년 차 간호사이다. 그녀가 기부를 시작한 건, 십 년 전 만난 선배 간호사 덕분이었다. 어느 날 함께 차를 마시던 선배가 “기부에 관심 있어?”라고 물었다.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갓 일을 시작한 그녀는 “잘 모른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자 ‘아름다운재단’이라는 곳을 일러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아름다운재단과 십 년 넘게 인연을 맺게 될지 몰랐다.
“처음 기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낯설었죠. 사회 초년생이 뭘 알았겠어요. 부담이 가기보다는 ‘아름다운재단’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죠. 선배는 제가 느끼기에 늘 올바른 사람이었거든요. 유머 넘치는 그분 덕분에 제가 힘든 시기를 잘 통과할 수 있었어요. 저에겐 멘토와 다름없는 분이라 그분이 하는 말은 신뢰가 갔죠.”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 대화를 계기로 그녀는 기부를 시작했다. 이전부터 병원에서 만나는 가난한 아이들을 볼 때마다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어렴풋이 느껴왔기 때문이다. 믿고 따르던 선배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녀에게 이미 기부를 향한 마음의 씨앗이 있었다. ‘기부 한 번 해보라’라는 선배의 한마디는 그 씨앗을 건드려 싹 틔웠다.
“병원에 있으면 아이들을 많이 만나요.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가잖아요. 환자들의 세세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지속해서 치료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아픈데도 치료를 못 받고, 먹고 싶어도 못 먹고,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제가 도울 방법을 몰라서 안타까운 마음만 있었는데 아름다운재단을 통해서 기부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처음부터 신뢰로만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믿을만한 하다’라는 선배의 추천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재단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돈은 제대로 쓰일까?’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십 년의 세월이 쌓인 지금 그녀 역시 ‘아름다운재단은 믿음이 가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전히 건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자극받아 그녀는 올해 ‘교육 영역‘에 더해 ‘주거 영역‘까지 기부 분야를 늘렸다. 정기기부 십 년을 기념하여 자신에게 하는 선물이기도 하다.
삶의 보람을 배로 늘린 ‘기부’
엄마가 되고 나서는 부쩍 ‘기부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내 아이가 맘껏 꿈을 펼치길 바라는 만큼 다른 아이들도 그러하길 바란다. “우리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들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유로 꿈을 접는 아이들의 뉴스를 접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 그녀는 꿈꾼다. 아이들이 맘껏 꿈을 펼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녀가 워킹맘으로 일하며 돈을 벌고 기부하는 이유다.
“어린 나이에 뭘 하고 싶은데 못하면 얼마나 속상해요. 아이들이 가정환경을 선택하고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태어났을 뿐인데 그런 환경에 놓인 거죠.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아이들이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맘껏 지원하고 싶어 제가 계속 일하는 거예요. 기부도 똑같은 거 같아요. 다른 아이들이 무언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도록 제가 기부를 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만둘 수가 없더라고요.”
이제 13년 차 간호사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 새벽 6시면 병원에 나가고, 퇴근 후에는 육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제 갓 한 살, 두 살인 아이들을 보는 건 큰 기쁨이지만, 일과 육아 말고 다른 곳에 쏟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런 그녀에게 10년을 이어온 ‘정기 기부’는 자신도 누군가를 도우며 살고 있다는 보람을 안겨준다.
“‘나도 누군가를 돕고 있구나’ 하면서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다고나 할까요.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 마음이 아프잖아요.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일하느라 아이들 돌보느라 다른 활동을 할 여유가 없어요. 기부라도 꾸준히 하니까 숨통이 트여요. 보람도 느끼고요.”
가능하다면 자녀들 역시 기부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이 작은 실천이 결국 기부하는 사람에게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강요할 수는 없는 법. 아이들에게 어떤 삶을 살라고 요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녀는 솔선수범할 뿐이다. 그 본보기 중 하나가 기부이다. 그래서 그녀는 기부를 멈출 수가 없다.
“기부 덕분에 저도 조금 떳떳해졌어요. 내 아이에게 ‘남을 도우며 살아라’라고 말했을 때 나도 본보기가 될 수 있잖아요. 나도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더 처음 제게 기부를 알려주신 분께 감사해요. 그분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안타까움만 안고 살았을 거예요. 그분이 저에게 사회를 되돌아보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해요.”
글 우민정 | 사진 김권일
<찾아가는 서비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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