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두 번째 토요일 오후.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아름다운 하모니 콘서트(이하 ‘아하 콘서트’)’가 열렸다. ‘아티스트웨이’를 통해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여정을 함께한 지역아동센터 아동․청소년들이 한 해 동안 갈고 닦은 재주를 뽐내는 무대다. 지원사업 수행 기관 중 18개 기관의 참여(공연 17팀, 사진전시 1팀)로 3시간 넘게 달린 ‘아하 콘서트’. 가을 막바지 단풍처럼 열정을 사른 아이들의 뜨거운 무대를 만나본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막바지 단풍으로 붉고 노랗게 물든 11월의 두 번째 토요일 오후. 올림픽공원 K아트홀을 메운 아이들의 에너지는 절정에 이른 단풍보다 더 기세 좋게 타오르고 있었다. 긴장과 설렘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두 뺨, 오늘의 무대를 위해 맞춰 입은 빳빳한 새 단복, 각자 손에 들거나 어깨에 짊어진 악기가방이 어엿하다.
새벽 4~5시에 일어나 첫 차를 타고 상경한 전라남도 광주와 무안, 경상남도 부산과 마산 지역 친구들까지, 18개 참가팀이 속속 객석을 채우면서 공연장의 열기도 한층 뜨겁게 달아올랐다. 관객이 공연자이기도 한 ‘아하 콘서트’의 특성상, 객석은 곧 대기실이기도 한 바. 다른 팀의 공연을 즐기는 한편 자신들의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아이들의 엉덩이가 그 마음을 반영한 듯 들썩거린다.
“아름다운재단이 꿈꾸는 세상은 주는 사람, 받는 사람 구분 없이, 모두가 자신이 가진 것의 1%를 나누며 풍요로운 삶을 함께 만들고 향유하는 세상입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만든 수많은 분들의 소중한 나눔을 생각해봅니다. 아름다운재단에 1%를 나눠주신 기부자님과 지역아동센터를 후원해주신 각 지역의 기부자님,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 각 센터 실무자 선생님, 그리고 무엇보다 이 무대를 열심히 준비한 오늘의 주인공, 아동‧청소년 여러분의 나눔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뽐내시고, 다른 친구들도 많이 격려해주세요.” (아름다운재단 정경훈 국장)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전병노 이사장과 아름다운재단 정경훈 국장의 축사에 이어 드디어 2017 ‘아하 콘서트’의 첫 번째 참가팀이 무대에 올랐다. 강원도 양양에서 온 일삼일팔무산지역아동센터 아이들로, 올해 처음 아티스트웨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팀이다. 플롯과 클라리넷의 맑은 음색이 돋보인 ‘맘마미아’는 첫 무대를 여는 곡답게 경쾌했다. 이어진 ‘아리랑 메들리’까지, 긴 곡을 악보도 보지 않고 연주하는 모습에서 만만치 않은 연습량을 짐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무대로 논산지역아동센터의 바이올린 협주가 이어졌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10명의 단원으로 결성된 바이올린 동아리의 이름은 ‘희망의 소리’.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센터를 이용하는 아동 전원과 학부모들이 플래카드까지 펼쳐들고 객석을 메워, 무대와 객석이 주고받는 또 하나의 훈훈한 희망의 소리를 연주했다.
다음 무대는 경남 마산에서 첫 차를 타고 상경한 석전지역아동센터 ‘풀뿌리밴드’가 바이올린과 플롯, 색소폰 연주를 들려줬다. ‘아리랑’과 ‘라라라’,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만들어준 ‘11월의 어느 멋진 날’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였다.
네 번째, 다섯 번째 무대는 광주에서 올라온 두 팀이 장식했다. 먼저 강렬한 레드 재킷으로 시선을 잡아끈 무등지역아동센터는 우쿨렐레 연주로 ‘스와니강’과 ‘I love you’를 들려줬다. 이어 푸른색 개량한복을 맞춰 입고 무대에 오른 용산지역아동센터 ‘퓨처드림’ 팀은 그야말로 해피 바이러스를 뿜어내는, ‘해피바이러스 난타’를 선보였다.
여섯 번째 무대론 대전에서 온 삼희지역아동센터의 합창 공연이 이어졌다. 하얀 드레스와 턱시도로 한껏 멋을 낸 꼬마신사숙녀 합창단이 들려준 노래는 ‘나는 나비’와 ‘차라도 한 잔’. 지도교사의 편곡을 통해 동요 ‘나비야’로 시작된 ‘나는 나비’의 경우, 윤도현밴드의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아이들의 맑은 음색에 실린 희망의 노랫말이 가슴에 쑥 스며들었다.
일곱 번째로 무대에 오른 대전 푸른솔지역아동센터는 우쿨렐레 연주를 들려줬다. 연말에 예약된 지역 내 재능기부 공연을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는 푸른솔 친구들은, 그 연습량을 증명하듯 안정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다음은 부산에서 온 두 팀이 연이어 무대에 올랐다. 먼저, 밤기차를 타고 상경했다는 은항지역아동센터 친구들은 ‘본능적으로’와 ‘벚꽃엔딩’을 통해 수준급의 기타 연주와 남다른 보컬 실력을 선보였다. 특히, 노래 도중 본능적인 랩 실력을 발휘하며 넘치는 흥과 끼를 발산한 멤버 덕분에, 공연장의 열기도 고조됐다.
1부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 또 다른 부산팀, 엄마품에지역아동센터는 색소폰 연주로 ‘가을길’, ‘등대지기’, ‘뛰뛰빵빵’을 들려줬다.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꾸며준 무대가 정겨움을 더했다.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2부는 한길지역아동센터의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시작됐다. 2009년부터 아이들의 감성 발달을 위해 ‘1인 1악기 배우기’를 실천해온 까닭에, 지역 내 문예행사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만큼 실력을 인정받는 합주단이다. ‘Song of prise’, ‘할아버지 시계’, ‘비엔나마치’, ‘Yellow ribbon’을 연주한 한길지역아동센터는 ‘아티스트웨이’를 통해 개설한 초급반 연주팀까지 더해져, 규모 면에서도 꽉 찬 무대를 보여줬다.
다음 무대는 충북 음성에서 온 청보리지역아동센터의 난타동아리 ‘두드림’이 영남사물놀이 난타를 선보였다. 난타와 사물놀이를 결합한 두드림의 공연은 우리 가락의 흥과 신명을 더욱 다이내믹하게 풀어냈다.
2부 세 번째 무대는 전남 무안에서 온 구세군지역아동센터에서 가야금과 밴드공연을 두루 선보였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소녀의 가야금 독주 ‘Let it be’로 시작, 기타‧드럼‧신시사이저를 갖춘 밴드의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연주와 노래를 거쳐, 다시 가야금 4인조의 ‘아리랑’으로 공연을 미무리했다.
네 번째 무대는 나욧아카데미지역아동센터의 난타동아리 ‘비밀’이 그 이름처럼 화려한 ‘비트와의 밀당’을 보여줬다. 2014년 1기 ‘비밀’ 결성 후 각종 청소년페스티벌과 강북구 내 행사에 참여하며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은 팀이다. 약 7개월의 연습기간을 거친 ‘비밀’ 2기 친구들의 공연도 탄탄했지만, 이어진 1기 선배들의 무대는 축하공연을 온 프로페셔널 팀에 다름 아니었다. 열정적인 공연 도중 북채가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공연을 이어가는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순서로 솔바람지역아동센터에서 준비한 공연은 우쿨렐레와 오카리나, 실로폰과 멜로디언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하모니가 돋보였다. ‘염소 4만원’, ‘언제나 몇 번이라도’와 같은 선곡 역시 맑고 따뜻한 음색을 지닌 악기들과 조화로웠다.
여섯 번째 무대는 젬마지역아동센터 ‘내 마음의 두드림’ 팀이 난타공연을 선보였다. 다섯 명의 소년이 연주한 ‘Uptown funk’, 다섯 명의 소녀가 연주한 ‘No No No’, 마지막으로 다함께 연주한 ‘베토벤 바이러스’는 깜찍한 무대 매너로 시선을 끌었다. 이어진 다음 무대의 주인공은 서울중심지역아동센터의 ‘시크릿밴드’. 여유로운 무대 매너를 갖춘 보컬과 열정적인 연주로 ‘보여줄게’와 ‘나는 나비’를 연이어 들려주며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무대는 꿈터지역아동센터 난타동아리 ‘위풍당당’이 장식했다. ‘꿈터’하면 지역 내에선 이미 난타로 유명해, 연말이면 공연 요청이 쇄도한다는 팀이다. ‘무음난타’, ‘베토벤 바이러스’, ‘코리아’로 이어진 위풍당당한 두드림은, 3시간 넘게 달려온 ‘아하 콘서트’의 대단원을 맺는 무대로 더할 나위 없었다.
합창과 밴드 공연에서 겹쳤던 노래 ‘나는 나비’의 가사처럼, ‘아티스트웨이’ 여정은 내 안의 ‘아주 작은 애벌레’와 ‘상처 많은 번데기’와의 만남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애벌레와 번데기가 곧 ‘노래하며 춤추는 나비’임을, 아이들은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확인했을 것이다. 악기 하나를 배운다는 것, 무대에 올라 노래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몸에 익힌다는 건 생각보다 더 경이로운 일이었다. 그처럼 정직한 노력과 소소한 성취의 기억들이 자신을 믿는 근거가 됐다. ‘아하 콘서트’를 통해 아이들이 다시 한 번 확인한 진실은, 나는 오롯이 나인 채로 온전한 나비라는 것. 애벌레와 번데기의 상태로도 이미 날개를 품고 있다는 것. 그렇게 제법 튼실한 뿌리를 내린 자신감이었다.
글 고우정 ㅣ 사진 임다윤, 크래파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