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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서 만난 이주여성들의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
“쉼터 이주여성 스토리북”
이주여성을 위한 민간 대사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2000년 10월에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여성의 인권 증진과 권익 옹호, 역량강화, 관련 정책 제안 활동 등을 해왔다. 2017년에는 이주여성 역량강화 사업 일환으로 “쉼터 이주여성 스토리북”을 출간하기로 하였다.
국내 거주 이주민의 수가 200만 명, 결혼이주여성의 수가 20만 명, 그리고 전국에서 정부 지원 쉼터는 26개, 민간단체 운영하는 쉼터들도 있다.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이주여성과 자녀가 폭력피해로 입소하는 수는 2014년에는 1,281명, 2015년에는 1,125명, 2016년에는 1,034명에 이른다. 정부와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이주여성의 사회적응과 인권증진 활동을 통해 다양하게 지원과 지지를 하고 있으나 폭력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쉼터의 정보를 알거나 주변 이웃들의 신고로 혹은 관련 단체를 통해 이주여성 쉼터로 연계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못 하는 경우도 있어 인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한다.
폭력 피해로 인해 쉼터에 입소한 이주여성은 피해자지만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워서 재판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주여성의 경우 자녀를 양육하고 싶어도 한국어 능력, 재산 증빙, 양육보조자가 한국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양육권을 빼앗기기도 한다. 이주여성은 비록 폭력을 피해 도망쳐 나온 생존자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혼한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들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주여성은 ‘정상가정’을 유지할 경우에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한계를 만나며, 가정에서 벗어난 이주여성은 한국에서 살 권리마저 박탈당하기도 한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번 ‘쉼터에서 만난 이주여성들의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쉼터 이주여성 스토리북”을 통해 폭력과 맞서 생존한 이주여성 당사자의 목소리와 자녀의 안전을 위한 길을 택한 이주여성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계획했다.
이주여성쉼터에 입소하기 전, 입소과정, 쉼터생활과 앞으로의 계획 등 쉼터입소 이주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그동안 쉼터에 입소한 이주여성들의 이미지는 가혹한 폭력의 희생자로 비추어졌다. 그러나 쉼터에 입소한 이주여성들은 폭력의 상황에서 생존한 생존자이다. 생존자로서 쉼터 이주여성들이 두려움 속에서 침묵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위험을 알리고,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를 통해 폭력피해이주여성에 대한 편견과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족정책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이주여성의 현실을 알리고, 가족의 일원으로서 어머니와 며느리, 아내라는 이름의 이주여성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이주여성의 삶에 이야기를 알리고자 했다.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전국 6개 이주여성쉼터로 찾아가며 28명의 이주여성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주여성들은 다양한 나라에서 왔고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결심했다. 어떤 사람은 맞선을 보았을 때 남편이 착해 보여서, 어떤 사람은 언론을 통해 한국 남성이 자상하며 한류스타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보아서, 어떤 사람은 가족을 돕고 싶어서, 더 나은 삶을 찾아가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남편이나 시집가족에게서 폭력 피해를 입고 쉼터에 입소했다는 것이다.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좀 더 상세하게 듣기 위해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국사회의 이주여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한 이주여성, 남편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했지만 가족과 자녀를 지키기 위해 견디다 더 큰 폭력을 당해 심하게 다친 이주여성, ‘너를 일하게 한국에 데려왔지 한국어 공부하라고 데려온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면 한국어를 알아야하는 필수 조건을 외면하고 외부와의 관계를 차단시키는 가족, 그리고 결혼 생활에서 자녀 양육에 전혀 동참하지 않다가 이주여성과 자녀가 쉼터에 입소하니 먼저 이혼 소송을 제기해 자녀 양육권을 주장한 남편,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립을 결심하며 삶의 희망을 놓치지 않는 이주여성, 거주지 변경했는데 14일 이내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품행미단정’으로 판정해 한국 국적 취득을 불허 받은 이주여성 등 인터뷰를 하는 내내 꼭 꼭 누르는 그들의 아픈 마음을 눈물로 이야기 했다. 정말로 이주여성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고통을 겪었을까? 그들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분노의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인터뷰 내용을 녹취하고 녹취된 내용을 듣고 또 읽으며, 이를 분석하고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종이 몇 장으로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책으로 담으려니 우리는 회의하고 또 회의하고,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좀 더 쉽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 또 고민했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여러 번 반복적으로 글을 쓰고 다시 고치며, 서로의 원고를 읽고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인터뷰된 자료를 가지고 7가지 주제를 정했다 : 통제, 경제적 착취, 물리적 폭력, 양육권, 자립, 체류권과 성폭력 등의 이야기와 이러한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제도적으로, 상황적으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해설 원고를 덧붙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변호사, 한국여성단체, 쉼터 관계자, 이주분야에서 활동 및 연구하는 사람 등에게서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이주여성 당사자 활동가의 목소리도 함께 담아내기로 했다. 이주여성쉼터와 이주여성 인권활동을 하는 이주여성 당사자 활동가의 활동 이야기를 통해 이주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리고 쉼터에서 ‘속상하다고 굶으면 안 돼요. 얼른 식사하세요.’ 라고 말하며 이주여성들을 지원하는 선주민 활동가들의 이야기와 이주여성쉼터 기능과 역할을 함께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폭력 피해에서 벗어나 생존자가 되는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연구자의 목소리를 담아 이 책이 시민과 사회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준비했다.
이렇게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획하고 쉼터 입소 이주여성들을 찾아가 심층면접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한 노력을 모아 ‘쉼터 이주여성 스토리북’을 만들어냈다. 비록 한 권의 책이지만 그 안에서 담은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여성의 현실을 알리고 또한 그들의 생존자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사회의 변화가 있길 기대한다. 그들은 타국에서 와서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아픔을 겪었지만 그 환경에서 살아남았고 폭력과 맞서는 용기 있는 이주여성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어머니와 며느리, 아내라는 이름의 이주여성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이주여성의 삶을 담아내는 이야기인 것이다.
지금까지 쉼터 입소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거의 없었다. 폭력에 고개를 숙이지 않으며 더 이상 두려움 속에서 침묵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위험을 알리고,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더욱더 의미 있는 것이 지금까지 쉼터 입소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없었다. 쉼터에서 만난 이주여성들의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 “쉼터 이주여성 스토리북”이 2018년 4월에 오월의 봄 출판사를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글ㅣ사진 이주여성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