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잊혀진 죽음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사회적 죽음 부르는 폭염’
전력수급에만 초점이 맞춰진 폭염대책, 독거노인에 대한 폭염 대책마련 필요해
아름다운재단, 폭염대비 ‘이웃을 체크하는 나눔 시스템’ 긴급 가동
‘홀로사는 어르신을 위한 無더위 캠페인’을 통해 독거노인 1,490여명에게 긴급 물품 지원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다. 더위를 피해 국내외 유명 휴양지로 발길을 돌리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이 더위에 마땅히 피할 곳이 없다. 2008년 7월 보건복지부 독거노인 냉난방 실태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 3명중 1명(31.7%)이 열사병과 열경련 등 폭염으로 인한 질병을 겪고 있으며, 여름철 애로사항으로 폭염으로 인한 건강이상(35.1%)을 꼽았다. 또한 폭염시 59.8%는 자신의 집에서 더위를 피한다고 답했고,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고 싶으나 질병이나 장애로 거동이 불편해 집에 있다고 답했다. 지난 7월 5일 국내 첫 폭염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강원도에서 70대 노인이 밭에서 일하던 중 사망한 것이다.
아름다운재단, 한 달간 ‘홀로사는 어르신을 위한 無더위 캠페인’ 전개
이에 아름다운재단(이사장 박상증)은 2012년 7월 18일 초복날(初伏─) 부터 8월 31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저소득 독거노인들의 “사회적 죽음”에 대한 문제제기에 더해 각종 온,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약 5,000만원 상당의 기부금을 모으는 ‘홀로사는 어르신을 위한 無더위 캠페인’을 진행하고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를 통해 독거노인 약 1,490여명에게 선풍기와 모시이불 등 여름나기 물품을 지원한다. (기부참여 : 02- 766-1004, www. beautifulfund.org)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이 도심에 사는 빈곤층 노인
?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노인과, 어린이, 저소득층, 만성 질환자다. 노인비율 특히 독거노인비율이 급증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혹한기 대책뿐만 아니라 혹서기 대책도 시급하다.
실제로 1995년 7월 미국시카고에서는 최고기온이 41도가지 치솟아 닷새 만에 740여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2003년 여름 유럽의 최악의 폭염으로 프랑스 파리에서만 4,800여명, 유럽 전체로는 7만여 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2010년 캐나다에서도 하루 동안 80여명이 무더위로 숨졌다. 올해 7월에는 미국에서만 열흘 동안 지속된 폭염으로 36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일에 강원도에서 70대 노인이 밭에서 일하던 중 사망하면서 올해 첫 폭염 사망자자로 기록되었다. 어떤 재해와 비교해도 낮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피해가 일부 집단에 집중되었는데 이들 사망자 대부분이 도심에 사는 빈곤층 노인이었다. 에어컨과 같은 냉방시설이 없거나 있어도 전기료 때문에 가동하지 않고 더위를 견디려다 사고를 당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도심의 좁은 방에 사는 저소득 독거노인에 피해가 집중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6명 중 5명은 80세 이상의 노인이었다.
폭염은 경제적, 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죽음”
? 폭염은 열사병과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건강 위협요인이다. 특히 땀으로 체온을 낮추는 기능이 약해져 있는 노인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요인이다. 그러나 폭염이 모든 노인에게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해외사례처럼 경제적으로 누군가 돌봐 줄 사람도 없고, 질병과 장애로 거동까지 불편해 시원한 곳으로 대피하기 어려워 그저 좁은 쪽방, 지하셋방 등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바람도 잘 들지 않는 작은 창문에 의지해 한 여름을 나야하는 고령의 저소득 ‘홀몸노인’에게 집중된다는 점에서 이는 경제적, 사회적 조건으로 인한 “사회적 죽음” 이다.
70살 이상 1인 가구 79만 세대, 독거노인 120만명 중 77%가 빈곤층
?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414만2000천 가구로 이 가운데 70살 이상 1인가구가 79만3000천 가구에 이른다. 이중 상당수가 고령에, 질병과, 빈곤,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있다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2012년 현재 독거노인 119만명 가운데 ‘빈곤층’은 77%인 91만명에 이르며, 이중 50만원 남짓의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을 갖고 있는 독거노인은 42.5%(50만명)에 이른다. 이에 비해 정부의 소득보장 지원을 받는 독거노인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23만4000명), 노인 일자리 참여자(8만4000명) 등 전체 독거노인의 28.8%(31만8000명)에 불과하다.
? 2010년 7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서울시 돈의동 쪽방촌 65세 이상 고령자의 건강에 폭염이 미치는 영향 조사에 의하면, 거주자의 평균연령이 73.4세였고, 쪽방의 평균 크기는 평균 면적은 2.2㎡였으며, 미로처럼 방이 몰려 있어 환기와 통풍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중 절반은 선풍기조차 없었고, 3분의 1은 창문조차 없었다고 한다. 쪽방내부의 실내 기온은 여름철 권고 기준치인 26∼28도보다 5도가량 높은 31∼32도로 여름철 권고치 보다 대략 5도 정도 높았다. 특히 이들은 거동이 어려울 만큼 만성질환을 앓고 있음으로 인해 그 만큼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협이 그 어떤 계층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폭염발생 기간 동안 어지러움과 근육통 등 건강에 이상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72.2%에 달했다.
? 결국 고령, 질병과 장애, 빈곤, 열악한 주거시설이라는 조건들이 한꺼번에 작용하면 더위는 심각한 건강 위협 요인으로 작동한다. 개인적 조건, 개인적 생활방식으로 접근하거나 단순 한 겨울 동사(凍死)소식과 같은 “토픽”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들 사회적 요인이 최근의 독거노인 문제, 더 나아가 고령화 문제, 복지국가 논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근본적인 예방조치와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 캐나다 토론토는 지난 2010년 폭염으로 인한 사망사건을 계기로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도심의 주요 공공건물이 ‘쿨링센터’로 활용한다. 공무원들은 매년 5월에서 9월 말까지 폭염 모니터링을 하고,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경찰, 소방서, 병원 등 관계기관에 통보되고 노인과 어린이, 만성질환자 등에 초점을 맞춘 폭염대책이 가동되며, 긴급전화를 통한 폭염관련 긴급전화가 운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자체별로 마을경로당 등을 무더위쉼터를 가동하거나 노인돌보미를 통한 건강관리보호프로그램 운영, 질병관리본부의 폭염 감시체계 및 폭염특보 발효체계 등을 마련하고 있다.
“서늘한 소식”보다는 “시원한 소식”을
? 선풍기 한 대, 모시이불 한 장으로 폭염으로 인한 독거노인들의 외로운 “사회적 죽음”을 모두 예방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러나 최소한 1차적인 지역중심의 ‘이웃을 체크하는 시스템’ 을 가동할 수는 있다. 언제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한 소셜네트워크의 시대이지만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 시대, 나눔을 통해 독거노인들의 외로운 죽음이 결코 잊혀지지 않도록 “사회적 차원의 관심”으로 끌어내고, 동시에 선풍기와 모시이불을 노인들에게 전달하면서 최소한 한 번 정도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서늘한 소식” 보다는 제도보다 먼저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시원한 소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