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재밌는 일, 같이 합시다!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산청군 협력 파트너 김병준 활동가 인터뷰

김병준 활동가는 10년 이상 산청군 원지 지역의 한 마을에서 공동체적인 삶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다가 2년 전부터 산청읍으로 활동의 근거지를 옮겨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산청에서 청소년활동 지원단체 ‘하마’를 운영하고 커뮤니티 공간같은 ‘까지밥서점’을 운영하면서 지역 청소년들과 자주 만나 ‘시덥지 않게 노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산청 청소년 자치공간을 준비하기 위한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김병준 활동가는 2017년 지리산권 지역조사의 산청군 지역조사 담당자로 인연을 맺었으며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와 함께 산청군 지역 협력 파트너로 함께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Q.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협력 파트너로 함께 하게 된 동기는 무얼까요?

김병준 활동가 (이하 김) : 지역에서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은 있거든요. (중략) 활동을 해보면 같이 연대해서 하는 활동이 전체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고리가 될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고. (중략) 저 혼자로는, 저도 여기서 몇 년을 지냈지만, 저 혼자 일을 추진하는 게 제 역량도 부족하고, 어떻게 보면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그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그 에너지가 사실 많이 소진되잖아요. 뭘 하자고 그런다든지. 그 에너지 쏟다가 다 지치는데, 아름다운재단이라는 뒷배경이 제가 설득을, 누구한테 굳이 긴 이야기로 설득하지 않아도 무언가 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겠다 싶어서 시작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산청군 협력 파트너 김병준 활동가

몇 년 전 경남을 뒤흔든 무상급식 관련 이슈로 많은 사람이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산청군의 경우, 최근 민들레 잡지를 같이 읽는 ‘민들레읽기모임’이나 ‘어린이도서연구회 산청지부’, ‘산청군 농민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산청군의 시민사회 활동은 시작인 단계입니다. 그래서 김병준 활동가는 산청 지역의 지역활동을 묶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촉진자’로서의 활동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작이 협력 파트너로서의 활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지역에 네트워크 활동가가 필요하다고 이전부터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김 : 여기가 시민사회단체가 별로 활성화되지도 않고 그런 필요성도 별로 많이 못 느끼는, 느끼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조금만 마음 먹으면 지자체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대부분 할 수 있는 거 같더라구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자발성으로 떨어지고, 길게 보면 지자체에 종속되는 면이 있는데, (중략)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하겠다는 모임은 돈이 없다든지 뭔가 지자체에 의존하는 그런 단체에 많이 밀리고 있었고. (중략) 사고가 생기면 대처하는 모임은 있어도, 만약에 무상급식을 한다고 그러면 거기에 대한 대책을 한다든지 홍준표 주민소환을 하면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하자든지 하는 모임은 있었어도 우리가 이슈를 만들고 뭘 하는 모임은 사실 없는 거죠. 저는 그걸 넘어서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산청군내에 자발적인 시민활동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걸 일깨운다든지 뭔가 재밌는 일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럴려면은 이 공간에서 가만히 와서 기다리는 건 좀 한계가 있고 어쨌든 가서 설득을 한다든지 같이 하자고 한다든지 그런 촉매제가 필요한 건 사실이죠.

2017년 지리산권 지역 현황조사를 진행하며 산청지역 활동가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그때 모인 활동가들은 산청지역에서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한 번도 없었다는 점과 이러한 자리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모두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산청 지역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부터 매월 네트워크 모임을 진행해왔습니다. 물론, 김병준 활동가는 다른 활동가들의 의견을 모아 모임을 꾸리고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지리산권의 다른 지역과 달리 네트워크 모임을 진행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름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김 : 작년 12월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난 거 같구요. 여전히 매달 1회씩 만나고 있어요. 처음에 모여서 사람들이 이야기했지만, 지역에서 이렇게 단체가 모인 적이 거의 없어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는 모였지만 그냥 네트워크, 연대의 개념으로 모인 적은 별로 없기 때문에, 서로 뭐라고 그럴까,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거는 긍정적이죠. 제 입장에서는 촉진자로서의 역할로는 좀 힘든 부분은 있는 게 사실이에요. 단체별로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뭔가 해보자는 공감대는 있기는 하지만 그걸 잘 아울러서 어떤 결과물이 나와야 되는 것도 맞기 때문에, 어떻게 이 모임을, 어떤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이 모임이 계속 될 수 있는 건가 하는 고민이 들고. (중략) (개인적으로는) 좀더 일상을 나누고 서로에 대해서 관계를 맺어가면서 재밌는 관계가 되면서 뭔가 이끌어내면 좋겠다는 이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 (어떤 워크숍이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정말 친해지면 아니면 서로의 욕구를 좀 알면서 더 자연스러운 기회가 좀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죠.

6월 네트워크 모임 ‘민들레 읽기 모임’

6월 모임부터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단체들의 정기모임 등에 참관하여 그 단체의 활동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6월에는 ‘민들레읽기모임’의 활동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청년 독서모임 참관, 간디학교 방문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병준 활동가는 참여자들의 욕구를 확인하기 위해 참여자들을 개별적으로 찾아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볼 계획입니다.

Q. 지금까지 활동의 소감은?

김 : 여기는 그래도 최근에 청년모임도 생기려고 하고 준비모임도 있고. 조금씩 모임에서 그런 이야기는 하는 것 같아요, 뭐 해보자고. 청년들도 공모사업 안내했더니 자기는 모임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요,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니까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거죠. 대부분은 부정적인, 하지 말자라는 분위기보다는 하고 싶어 하는 게 더 많다, 제가 가서 공유하고 하자고 하면은 많이 참여할 것 같다, 더 많이 참여를 요청할 생각이거든요.

일명 ‘작은변화 산청’이라는 산청 지역 네트워크 모임에서는 지역에서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가야 할 과제로 ‘청년’ 이슈를 뽑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산청 지역에서 청년 독서모임 ‘있다’도 생기고 이들의 주최로 산청 지역 청년들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되었습니다. 이 청년 모임은 산청 청년들과 함께 간디학교 졸업생들이 기획하고 있는 산청에서의 청년캠프를 함께 기획,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산청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들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산청에서도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4월 진행한 청년모임 – 출처 : 김병준

Q. 지역 협력 파트너로서 2018년 계획과 목표는 뭘까요?

김 : 저는 하자고, 뭘 하자고 제안을 하는 거. 재밌게 하자고, 너무 심각하지 않고 재밌는 걸 하자고 제안을 하고 싶어요.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사실 많은데, 시간이 없다고 그러기는 하지만. 청소년들을 만나도 쉽고 재밌는 거 하자고 제안하고 싶고. 민들레읽기모임이나 이런 것도 그냥, 원래 목적은 민들레 읽기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건데 읽으면 하고 싶은 게 생길 게 아니에요, 그러면 뭐 좀 하자고. (그렇게 하다 보면) 결론적으로는 내년에 더 재밌게 하고 싶은, 뭐 하나 하고 싶다, 진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해보니까, 조그맣게라도 해봤는데 해보니까 재밌네, 내년에는 좀더 많은 사람이랑 좀더 해볼까, 이런 생각이 들어야지. 목표점이라는 게 사람들이 재밌게 뭐 하고 싶은 게, 저는 그게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뭔가 재밌게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지역에서 역할도 할 거고, 변화가 그러면서 일어나는 거라고 보거든요. 모여서 한 세네 명이라도 우리 단체 모임에서라도 뭔가 하는, 계속 뭔가 하는 게 중요해요. 유지되는 게, 계속 유지만 되더라도 뭔가 역할이 있듯이 뭔가 단체나 모임이 유지되려면 뭔가 계속 일을 해야 되니까 그 일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올해 조그맣게 해봤는데 내년에 또 좀 다르게 아니면 좀더 크게? 조그맣게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사람이 한두 명씩 더 붙기도 하고.

이처럼 산청지역에서는 전에 없었던 활동가 네트워크도 만들어지고, 청년들의 모임 및 활동도 준비를 하고 있는 등 이미 ‘작은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뭔가 빨리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조바심도 나고 급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지금은 모임 자체에 집중하면서 서로를 더 알아가고 지역을 더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김병준 님이 말하는 ‘조그맣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조그만 일’을 통해 그만큼 성장하고 더 ‘큰 일’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진ㅣ임현택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