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시나리오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다시 만난 세계, 다시 그릴 세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거 과정에서의 여성정치 참여 문제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민간단체입니다. 여성정치참여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95~2014년 치러진 여섯 번의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1474명(광역 96명·기초 1378명)의 자치단체장 가운데 여성은 20명(1.4%)에 불과합니다. 이 중 여성 광역단체장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렇게 여성정치참여율이 낮은 것은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연구와 활동이 활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세연의 6.13 지방선거 토론회가 끝나고 여름이 짙어갈 무렵 조혜민 사무국장님과 연주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조혜민 사무국장(앞)과 연주 활동가

Q. 예전 여성정치 할당제 운동부터 매 선거철이 되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활동을 접할 수 있는데, 내년이면 여세연이 20주년이지요?

여성할당제는 90년대 초반부터 국제사회에서도 이슈가 됐었습니다. 여성운동 진영에서도 정치운동에 관한 의제들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여세연이 만들어졌어요. 여세연은 ‘여성 정치세력 민주연대’ 의 줄임말입니다. 할당제 도입운동과 동시에 여성 후보자들을 발굴하는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정치권에 여성을 진출시키려는 활동을 시작했죠.

Q. 여세연은 다양한 정치영역 중에서도 특히 어느 부분에 집중하나요?

그간 생활정치, 의회정치 등 다양한 영역들을 다뤄왔지만 최근에는 선거를 중심으로 활동이나 연구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여성정치참여와 이를 위한 실질적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연구와 운동을 이어가는 단체는 저희가 유일하지 않을까싶습니다.

Q. 얼마 전에 ‘6.13 지방선거 토론회를 개최하셨죠?

올해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으로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여세연은 매 선거 때마다 공천에서의 여성비율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올해는 ‘아재지도’로 유명했던 민주당의 경우, 올해 전국 17곳 광역단체장 후보가 확정되었지만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죠. 그런데 올해 인상적인 점은 여성후보가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한 거예요.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알리는 지도를 보고 ‘아재지도’라고 쉽게 사람들이 부르고 비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죠.

Q. 공천 과정의 여성비율 문제제기를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었나요?

‘95년생 지선이의 미투’라는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었어요. 95년 이후로 광역 자치단체장에 여성이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였어요. 하지만 비율만의 문제제기는 아니었고 정치권 내 여성들이 겪는 일상적인 성폭력에 대한 고발을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정치영역의 남성화된 문화와 여성의 낮은 비율은 구분되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요.

Q. 여성정치인이 배제되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여성 정치인 수가 적은 것에 대해 중년 남성 엘리트 중심으로 구성된 정치 구조, 보수적 사회 분위기를 들 수도 있습니다. 또 한편에는 여성들이 나서지 않아서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들이 애초에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키우려고 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많은 여성정치인들은 지역에서 꾸준히 정치 활동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이 없다’는 식의 굉장히 기준이 모호한 이유를 들어 공천을 받지 못하기도 했거든요.

Q. 공천을 받기 전 당에서 심사를 하지요?

전략공천이 아닌 이상 조직과 인맥이 우세한 남성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내 경선에 탈락한 한 여성 후보자는 ‘당내 경선은 돈과 조직이 기본이 되는 정치적(충성) 싸움’이라고도 말했죠. 그만큼 공천심사위원들의 권한이 강력한데 모순적이게도 심사과정은 투명하지 않습니다. 즉 어떻게 이 후보가 공천되지 못했는지 알려주지 않는 거죠. 공천 후보 심사에 관한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공개를 하지 않게끔 (정당 내부 규범이라고 볼 수 있는) 당헌․당규에 명시가 되어있기도 하고요.

Q. 당에서 여성 정치인을 발굴하기 위한 제도나 장치가 있지 않나요?

원내정당의 경우, 국가로부터 정당보조금을 받는데, 그 중 10프로 이상을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쓰도록 한 조항이 있고 이를 근거로 ‘여성정치발전비’라고 합니다. 이건 여성 정치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 지원을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 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감시가 되지 않고 여성정치발전비 관리나 집행에서 여성조직을 배제하고 정당에서 그 돈을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작년에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여성발전비 사용처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분석을 했습니다. 살펴본 결과, 여성정치발전비를 여성 당직자 인건비로 과다하게 지출하고 있었죠. 최근에는 여성국 직원이 아닌데 여성국으로 처리해 월급으로 사용한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참고]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 : 젠더정치 연구소 여세연의 여성발전기금 톺아보기

Q. 올해 지방선거 준비부터 진행과 결과 토론회까지 숨 가쁘게 상반기 일정을 달려오셨다고 알고 있어요.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지만 저는 녹색당의 여성청년후보들의 등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간 여성청년후보자들은 항상 있었지만 올해의 경우, 페미니즘 의제들과 함께 당당하고 멋진 여성 청년후보자들이 보였다는 게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고 이 흐름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여성정치참여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실 두 분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연주 활동가 : 저는 그동안 여성에 대한 편견이 불편하고 힘들었어요. 정치학과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집에서 여자가 무슨 정치공부냐는 인식이 있었고, 과내 동기들 절반이 여성인데 학생회 회장은 항상 남자, 부회장이나 총무는 여자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불편했죠.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입학 면접 질문 중에 요즘 여자들은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으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죠. 그런 불편한 감정이 여성운동이라는 언어로 설명이 가능해지더라고요.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하는 공부도 그렇고, 관련 활동으로도 이어지게 된 거 같아요.

사무국장 : 대학 때,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해결하기 참 어려운 구조 속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 회의 자리에 있는 이들이 2명을 제외하곤 남자였죠.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일이 정치영역에서의 여성대표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게끔 한 것 같아요. 상근활동가의 경우, 현실적으로 생활에 대한 고민 때문에 쉽진 않았지만 시민사회단체 일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고, 마침 여세연을 만나게 됐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사무국장 : 제가 언제까지 이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 오늘의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어렵더라도 긍정하면서. 그리고 시민사회에 중간활동가들이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그런 측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가령 청년활동가들이 고민하는 것들을 잘 엮어나가고 싶고요. 이제 시민사회영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분들이 본인 활동에 보다 욕심이 생길 수 있도록 복 돋아 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도 하고 함께 나누고 싶어요.

연주 활동가 : 저는 올해 논문을 꼭 끝내고, 더 많은 활동에 관여하고 다양한 공부를 하고 싶어요. 우선 가깝게는 가족들과 싸우지 않고 사회문제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내공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이 나를 자꾸만 ‘불편한 사람’으로 손가락질하는데 가족에게만큼은 제가 느끼는 불편한 것들에 대해 이해받고 지지받고 싶어서요.

여세연 활동가들의 문제제기와 분석에 공감하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만난 세계에 대한 확인. 그리고 다시 만날 세계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글 권연재 간사 ㅣ사진 송혜진 간사

2018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올해는 총 38개의 단체와 7개의 시민모임이 선정되었습니다. 1년간의 사업수행 기간 중 선정 단체와 모임의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중간방문을 진행하였습니다. 그중 7개 단체와 1개 시민모임을 방문하였고, 8개의 인터뷰 콘텐츠가 연재됩니다.

  • ‘도시공원의 작은변화’ : 환경운동연합 <공원일몰제 대응 및 조직화사업>
  • ‘노동조건의 벽 허물기’ :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 월담 <최저임금 올리 GO~ 지키 GO>
  • ‘스무살, 우리는 잘 보내고 있을까’ : 안산새회연대 일다 <함께 꿈을 찾는 스무살 학교>
  • ‘다시 만난 세계, 다시 그릴 세계’ : 젠더정치 연구소 여.세.연.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위한 지방선거 Watch dog 프로그램>
  • ‘사과’ :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법정>
  • ‘너,나,우리’ : 부산어께동무 <제9회 부산평화영화제>
  • ‘관계’ : 내미는 마음 <부산지역 쪽방주민 자치조직 만들기>
  • ‘이웃’ : 아시아의 친구들 <화성외국인보호소 정기방문과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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