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시나리오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특히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
부산어깨동무 <제9회 부산평화영화제>
부산에 중고 서적을 파는 보수동 책방 골목이 있습니다. 국제시장 초입에 있으며, 목조 건물들이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골목 끝에 이르러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이라고 쓰여진 8층 건물이 보입니다. 이곳이 우리가 만나게 될 ‘부산어깨동무’ 활동가들이 있는 공간입니다. 부산 어깨동무는 2018년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사업으로 제9회 부산평화영화제를 개최하였습니다. 지난 5월 17일 ~ 20일 개최되어 사업은 종료 되었으나, 평화영화제가 궁금합니다. 북한 식량지원을 하였던 어깨동무라는 단체에서 왜 이 사업을 하는지도 궁금하고요. 사업 담당자인 정윤주 사무국장님과 황예지 간사님을 만났습니다.
Q. 어깨동무라는 단체는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는 단체로 알고 있는데 부산 평화영화제와의 어떤 관계인가요?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는 단체는 「어린이 어깨동무」입니다. 부산에서도 같은 목적으로 하자는 뜻에서 「부산 어깨동무」를 2004년에 발족하였습니다. 기존의 「어린이 어깨동무」 단체와는 모법인 관계가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마음에서 ‘이름이 같을 뿐’입니다. 자매단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주요사업은 시민들 대상으로 평화문화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평화수업, 가을 독서 축제 등을 합니다. 그 중 평화영화제는 시민들과 평화이야기를 쉽게 나눌 수 없을까하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그럼, 부산 평화영화제는 「부산 어깨동무」의 단독사업인가요?
네. 단독사업입니다. 다만 부산문화재단, 기업 후원 등을 받습니다.
Q. 후원은 잘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원을 받을 때는 순조로웠으나, 2016년 지원이 모두 끊겼습니다. 저희를 후원 하였던 기업들에게 세무감사가 들어오면서 하나둘 후원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제 지킴이’ 라고 개미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33명입니다. 1만원 회원 300명이 되어야만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Q. 평화영화제가 2018년 9회째라고 하는데,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어떤 이유로 부산에서 평화영화제가 열리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10년 첫 회가 열렸습니다. 그해 남녀노소 누구나 평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여 작은 평화영화제를 시작하였습니다. 영화 두 편에 감독님 모시고 이야기 나누는 등 소소하게 하였습니다. 2회 때부터 영화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해서 지금처럼 4일로 늘려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산이 아시다시피 보수적인데, 평화에 대한 주제를 강연을 통해 어렵게 접근하기 보다는 인권에 대한 이야기, 다양한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화 예술방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평화라는 것이 내가 알 수 있는, 주변에 녹아 있는 주제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평화영화제 후기에 어떤 시민분은 “저 문제를 해결 하면 내 삶이 평화로워질 수 있는 거였어” 라고 평화가 바로 내 옆에 있음을 말해줬습니다. 예를들어 금년 영화제에서 ‘미투’영화가 상영되었는데요. ‘미투’라는 것이 내 주변에서 사소하게 일어난 폭력을 내가 인지하고, 그것이 제자리를 찾아 간다면 내 삶이 해방되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Q. 평화라는 주제가 말씀하신 것처럼 어려운 주제이긴 합니다. 금년에 대체로 어떤 응모작이 들어왔는지 궁금합니다.
금년에 935편 출품되었습니다. 2017년 500편정도 출품 되었는데, 그에 비하면 거의 2배 정도입니다. 올해 영화제 표어는 ‘너, 나, 우리’입니다. 주제는 비폭력, 인권, 반전, 반차별, 생명 존중 등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폭력을 다룬 작품들이 들어왔습니다. 이번 영화제 대상을 차지한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의 경우 사드배치 반대 투쟁을 다루었으며, 관객과의 대화 반응도 좋았습니다. 마민지 감독의 <버블패밀리>의 경우 IMF 이후 부동산 투자를 쫒았던 한 가족의 분란과 평화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관객에게 ‘평화’라는 것이 사회투쟁을 통해서만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있어서 불편한 감정들도 평화를 저해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여 오신 관객, 함께 일하는 자원봉사자 분들과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Q. 시민들의 참여는 어떠하였는지요?
영화제 나흘 동안 총 참여인 655명 정도 되었고 일 평균 150여명이 보러 와 주셨습니다. 비교적 성공적이었습니다. 다만, 초기 기획단계에서 영화 상영할 장소가 없어서 고생하였습니다. ‘영화의 전당’은 부산시가 운영하는 곳인데, 너무 비싸 이용하지 못합니다. 독립영화관이 부산에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재정란 때문에 문을 닫았고, 다른 한 곳도 비슷한 이유로 휴업 중이었습니다. 이에 저희가 간곡히 부탁하여 영화제 하는 동안 잠시 빌려 무사히 행사를 치렀습니다. 여러 해 영화제를 하였던 담당자로서는 이러한 독립영화 상영관이 사라지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비용을 들여 관객을 만나야 하는데….. 감독들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상업영화 밖에 창작되지 않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900여편이 들어왔다면 심사하는 것도 무척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 8명이 1인당 100여편을 보았습니다. 심사위원의 극한 직업이었습니다. 지원해 주신 분들이 노력한 것을 알기에 꼬박꼬박 다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헐겁게 보거나, 대충보는 것에 대한 부채감 때문에 눈이 빠져라 볼 수 밖에 없었다” 고, 심사 위원님이 토로하기도 하였답니다.
Q. 부산 평화영화제는 피날레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레드카펫도 깔고, 오스카 상 같은 트로피도 드렸나요?
시상식은 간단하게 하는 편입니다. 워낙 영화상영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시상식을 크게 할 수가 없습니다. 공식경쟁작 가운데 3편을 선정해 ‘꿈꾸는 평화상’, ‘너도나도 어깨동무상’, ‘드넓은 푸른 공감상’을 선정해 아주 작은, 정말 작은 상금과 상패를 드립니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다함께 먹으러 갔습니다. ^^
Q. 두 분 선생님께 묻습니다. 평화 영화제를 담당하셨으니, 자주 질문을 받으셨으리라 짐작은 갑니다만, 그래도.. 두 분에게 평화는 무엇인가요?
황예지 : 제 주 담당이 영화제이다 보니 영화제의 평화를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모든 억압과 차별에 반하는 것에 대한 영화를 선정 하는 것이 평화영화제의 진정한 평화인 것 같습니다.
정윤주 : 평화란 관계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친구관계, 직장안에서의 관계 등. 제가 만나는 순간순간의 관계에서 평화는 고민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Q. 두 분이 900여편이 출품작을 정리하고 600여명이 오는 4일 동안 행사를 진행하셨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인데, 여러 사람들이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다 하나로 모아 조화롭게 펼쳐 나가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요. 올해는 조금 재정적으로 안정이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Q. 평화영화제가 사회에 주는 작은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담론의 장을 만들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도 그랬어” 이야기 하면서 내 주변을 둘러보고, 우리의 공동체에 대해 고민을 해 보는 발아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사회 문제에 참여하고 투쟁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영화제를 보고, 같이 본 친구와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사회참여 한다고 생각 하는 것이지요. 영화제가 그 문턱을 많이 낮춰 준다고 생각 합니다.
평화를 이야기 하는 방식이 평화로와 인터뷰 하면서도 머리를 주억거렸습니다. 거칠고, 강하게 내가 옳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닌, 너와 내가 다른 것을 알게 해 주는 교감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제 9회 2018 부산평화영화제」 제목이 너, 나 우리인가 봅니다. 『‘너(타인)’는 ‘나’의 정체성 구성을 위해 조정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라고 소개 되어 있습니다. 내가 옳고, 너가 틀리다가 아니라 너, 나 모두 ‘우리’로 나아가야 할 소중한 존재인 것입니다. 영화제에 출품하였던 작품들 소개글을 보면 모두 의미가 있고, 따뜻한 해피엔딩일 것 같습니다.
영화제 당선작 및 초청장을 소개해 드리니, 한 번 정도 유튜브 등에서 찾아 감상해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부산 평화영화제 바로가기
[출품작 소개] <버블 패밀리>
2017 │77분│ 다큐멘터리 │ 전체 관람가 │ 마민지 감독
1980년대, 소규모 건설업, 소위 ‘집장사’를 하던 나의 부모님은 도시 개발의 붐을 타고 ‘중산층’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것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한 방 터뜨려 재기하겠다는 부모님은 15년 째 월세 집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집주인은 부모님의 월세 집을 원룸으로 재건축할 예정이라 통보한다. 노심초사하는 나와 달리 부모님은 기약 없어 보이는 부동산 투자에만 관심을 보인다.
<굿바이 마이 러브, NK>
2017 │ 89분 │ 다큐멘터리 │ 전체 관람가 │ 김소영 감독
8명의 북한 청년들이 1952년 한국 전쟁 당시 모스크바 국립영화학교로 떠난다. 1958년 종파 사건 이후 김일성 체제를 비판하면서 이들은 목숨을 내 건 정치적 망명을 한다. 이중 최국인, 김종훈, 양원식, 한진은 카자흐스탄에 정착하게 된다. 최국인 감독은 위구르족의 투쟁을 다룬 <용의 해> 로 소련 연방 공훈 감독이 되고 한진은 고려 극장의 작가로 고려인 공동체에서 활동한다. 마지막 생존자 김종훈의 시점으로 청년 사회주의자들의 이상과 노년 망명객의 고독이 객지의 비문으로 필름에 새겨진다.
<입시충>
2017 │ 81분 │ 다큐멘터리 │ 15세 관람가 │ 김재우 감독
공부하는 장면 하나도 안 나오는 남고생들의 이야기.
<하동채복 : 두 사람의 노래>
2017 │ 105분 │ 다큐멘터리 │ 전체 관람가 │ 남승석 감독
귀농하여 살아가는 하동과 채복. 집을 중심으로 커가는 농작물, 햇살, 심지어 천장 창밖에서 읽히는 계절의 변화가 부부의 편지와 맞물린다. 그들의 삶 이면에는 1980년대 대학 시절과 노동 운동, 그리고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있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금, 30년 전 편지를 읽는 둘의 모습에는 망각, 민망함, 아픔, 당당함이 교차하며 비친다. 하동과 채복의 젊은 시절 연애편지에서 한국의 어제와 오늘이 이어진다.
<소성리>
2017 │ 87분 │ 다큐멘터리 │ 12세 관람가 │ 박배일 감독
2017년 4월 26일 소성리는 경찰의 군홧발과 미군의 비웃음으로 사드가 배치되면서 평화로웠던 일상이 무너졌다. 전쟁을 막겠다고 들어온 사드는 소성리를 전쟁터로 만들어버렸고, 사이렌 소리에 맞춰 주민들은 사납게 움직인다.
<친구>
2018 │ 20분 │ 극 │ 12세 관람가 │ 곽기봉 감독
중학생인 상규와 민선은 게임을 사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가 고등학생 양아치들에게 삥을 뜯긴다. 돈을 뺏기고 집으로 돌아온 상규는 자신의 집에 온 자신의 사촌형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컨테이너>
2018 │ 26분 │ 극 │ 전체 관람가 │ 김세인 감독
경주와 은애는 수재로 인해 컨테이너에서 지내게 된다. 경주는 은애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은애는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컨테이너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은애는 물이 휩쓸고 간 동네를 향해 출발하고 경주는 은애를 따라나선다.
<No sad>
2017 │ 30분 │ 극 │ 전체관람가 │ 쑨샤오첸 감독
중국 조선족 ‘노송’은 홀로 한국에 온다. 그는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제부인 이재기라는 한국 남자를 찾는다.
<소녀에게>
2017 │ 14분 │ 애니메이션 │ 전체 관람가 │ 김준기 감독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일본군 할아버지들이 중국에서의 학살과 조선인 위안부의 존재에 대해 증언해 주십니다.
<대자보>
2017 │ 25분 │ 극 │ 12세 관람가 │ 곽은미 감독
대학생 혜리는 대자보를 써서 교수로부터 고소를 당한 날, 함께 쓴 친구 민영을 만나러 동아리로 향한다. 동아리에 들어온 신입생과 고소당한 줄 모르는 민영을 보며 혜리는 갈등에 빠진다.
<겨울잠>
2017 │ 36분 │ 극 │ 15세 관람가 │ 오세호 감독
상업영화 현장에서 임금체불을 당한 성주. 그런 성주와 함께 살던 친동생은 소방공무원학원 접수를 하겠다며 그동안 빌려주었던 돈을 갚으라고 통보한다. 성주는 동생의 학원비가 필요하다.
<수혈>
2017 │ 20분 │ 극 │ 전체 관람가 │ 이성만 감독
생명이 위급한 환자 정아가 수술실로 들어온다. 정아에게 수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고 간호사 민경은 결국 환자를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홍어>
2017│ 11분 │ 극 │ 전체 관람가 │ 연제광 감독
중소기업 신입 여사원 정민은 자신의 상사인 우 대리와 함께 홍어집에서 현 전무를 접대하게 된다.
글 송혜진 간사 ㅣ사진 권연재 간사
2018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올해는 총 38개의 단체와 7개의 시민모임이 선정되었습니다. 1년간의 사업수행 기간 중 선정 단체와 모임의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중간방문을 진행하였습니다. 그중 7개 단체와 1개 시민모임을 방문하였고, 8개의 인터뷰 콘텐츠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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