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모임,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합니다. 성패를 넘어 시범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공익활동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부산지역 쪽방주민 자치조직 만들기 ‘내미는 마음’

지난 7월 19일 부산역을 중심으로 쪽방에 거주하는 분들과 함께 자조모임을 만드는 시민모임을 다녀왔습니다. 이름은 “내미는 마음”입니다. 사업명은 「부산지역 쪽방주민 자치조직 만들기 “내미는 마음”」입니다. 사업명과 모임명이 같습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인 영도 해돋이 마을에서 만났습니다. 영도 해돋이 마을은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이주해 돌과 흙으로 집을 짓고 살면서 시작된 곳입니다. 6.25 전쟁이 끝나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계시던 분들이 갈 곳이 없어 임시로 거주했고 근대화되면서 쪽방촌 · 달동네가 되었습니다.  마을 주택이 20년 이상 노후주택이며 상수도 보급이 낮아 극심한 가뭄에는 평지에서 물을 끌어올려 공동 수도에서 받아 생활 한다고 합니다. 넓은 도로가 부재, 소방차가 올라갈 수 없어 현재 곳곳이 소방도로 공사 중이었습니다.

(* 쪽방촌 :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 놓는 방. 보통 3㎡ 전후의 작은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 달동네 : 도시 외곽의 산등성이나 산비탈 등 비교적 높은 지대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해돋이 마을을 찾아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가파른 골목을 올랐습니다. 부산 택시 아재는 아무렇지도 않게 ‘쓩’ 올라갔지만 서울 촌에서 온 저는 손잡이를 꽉 잡아야만 했습니다. 그 마을이 어떤 곳이기에 자조 모임을 만들고자 하는지 더 궁금하게 만든 오르막이었습니다. 오르막 끝에 있는 복합커뮤니티센터 카페마렌에서 해돋이 새뜰마을사업 사회경제분야 마을 활동가로 이 사업을 담당하는 임기헌 님을 만났습니다.

열정적으로 설명하시고 계신 임기헌님

Q. 쪽방, 이름만으로도 어떤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쪽방은 근대화 과정에서 사람들이 도시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싼 거주지를 찾아 모여진 곳이 쪽방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용직으로 혈혈단신 온 사람들,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보증금이 없는 월세 임시거주처가 필요했죠. 역주변에 싼 여관들이 생기고  쪽방들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IMF 때는 경제난으로 가족관계가 단절된 홀로 사시는 분들이 쪽방촌에 모여들었고, 노숙자도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주거지로 마땅하지 않은 쪽방거주자, 여인숙거주자도 넓은 의미로 노숙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리에 있다고 노숙자가 아닙니다. 적정주거에 살지 못한 분들도 노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숙자에 대한 UN의 정의는 ① 집이 없는 사람과 옥외나 단기보호시설 또는 여인숙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② 집이 있으나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③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또한 집은 있지만, 관계,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도 홈리스(노숙자)라고 표현합니다. 요즘은 집이 있어도 사회적으로 고독사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언론에 나온 고독사 건수를 보면 고령자 보다 40세 ~ 65세 고독사가 더 많습니다. 늙고 병들어서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가 없어 고독사하는 것입니다. 집의 유무 보다 가족과 같은 사회적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Q. 아, 그래서 쪽방 자치 모임이 필요한 것이군요? 서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네. 현재 쪽방주민 중에서 또는 쪽방생활을 정리하고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분 중에서 ‘내미는 마음’에 소속되어 활동하시는 분들이 10여명 계십니다. 대부분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20년 ~ 30년 되신 분들입니다. 알코올중독도 계시고, 몸이 불편해서 벌이를 할 수 없는 분들도 계십니다. 100만원 ~ 200만원 정도면 임대주택을 가실 수 있는데, 돈이 없어 이곳에 계신 분들도 계시는데, 임대주택에 가셨다가 다시 이곳에 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현재 부산반빈곤센터라는 사회운동 단체의 사무실 공간에서 한 달에 한 번 또는 수시로 모여서 형님, 동생으로 서로 의지하면서 도배 봉사, 김장나누기, 목공교실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이기만 한다고 사람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생산적이고 규칙적인 일이 필요하여 반찬을 만들어 배달한다거나 봉사활동을 해 보려 합니다. 자조모임 규칙도 정하여 지키려 합니다. 모임에서 술마시지 않기, 명절마다 별세하신 쪽방주민들 합동추모식 하기, 야유회, 볼링 치기 등 자체적으로 규칙을 만들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Q. 이런 여름 정말 더울 것 같은데, 쪽방에 사시는 분들은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세요?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집안은 생활하기 힘듭니다. 이분들의 코스가 있습니다. 동네 나무 밑에 계시거나, 쪽방주민 관련 기관 사무실에 출근하시거나….. 일을 할 만한 건강도 안되고, 공사장에서 일용직 일을 하더라도 요즘에는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소득이 발생하면 결국 수급비가 깎이게 됩니다. 그러니, 특별한 일이 없이 배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복잡한 문제까지도 감안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이 필요합니다.

해돋이 마을 전경

Q. 이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16년 10월에 미등록 상태로 노숙 생활하던 우즈베키스탄 홈리스 이주노동자가 출입국관리소에 잡혀 강제 추방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던 중 일주일만에 사망했고, 무연고자이기 때문에 아무도 시신을 인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빈소도 없이 구청에 계약되어 있는 장례업체에게 넘겨져 화장하고 무연고자들만 따로 모시는 지하 안치소에 보관됩니다.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워 쪽방주민들과 지원해주는 여러 단체들과 함께 비용을 모아서 하루 빈소를 마련하여 ‘공동체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그때 국내에 있던 이주민 가족들이 빈소로 찾아와 함께 장례를 치렀는데 그 분의 유골은 아직까지 찾아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게 모인 분들이 지금 「내미는 마음」에 함께 계신 분들입니다. 이후 무연고 분들의 공동장례식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 죽음이 나의 죽음이 될 수 있다”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예를 갖추어 장례를 치릅니다. 우리라도 가족이 되자고 모이게 된 것입니다.

Q. 자치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힘들고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 가장 힘든가요?

아무래도 열심히 찾아뵙고 상담했는데 달라지지 않을 때 같습니다. 그럴 때는 포기를 하게 됩니다. 그나마 의지가 있는 사람과 함께 해야 저도 힘이 납니다. 셀수도 없이 응급실 모셔다 드리고, 조언도 했으나… 좌절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 분 외에도 신경쓰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분이 제 주위에는 많더라구요. 활동가들이 스스로 치치지 않도록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함께 모여서 활동가 서로에게 비빌 언덕, 쉴만한 의자가 되는 ‘활동가 연대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나랏님도 구제하기 힘들다는 빈곤 현장에 계신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사람이 살다보면 위기 상황이 닥칩니다. 위기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효율적인 대책들이 부족합니다. 경제적으로 필요한 부분도 있고, 의료적인 부분, 정신보건적인 부분 등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그러한 것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이 지원체계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당사자 스스로 가는 곳이 결국 쪽방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사회제도로만 해결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적인 모습도 중요하고, 큰 몫을 차지합니다.

특히 마을 만들기의 경우 궁극적으로는 그 지역 삶의 질, 특히 가난한 이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권력을 가진 주민들의 삶이 우선적으로 더 나아지는 것 같이 보입니다. 가난한 주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마을 만들기 공동체 사업조차도 빈곤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적어도 그 마을에서 고독사는 안되게끔 해야 하는데..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게 공동체 안으로 끌어 들여야 합니다. 당사자들도 받는 것에 익숙해 계십니다. 복지 정책이 시혜적인 것이 많아 거기에 물들어 계신 것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복지 운동이라고 생각 합니다. 서울역 건너편에 있는 동자동 쪽방촌에 신용으로 소액대출사업을 하는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라고 있는데 이곳처럼 나 자신과 서로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만약 대학교를 간다면 그냥 ‘사회복지학과’를 가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 했었습니다. 의협심이 강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동네 아이들끼리 싸워도 맨 앞에서 대신 맞고,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사회복지 전공은 하지 않았지만, 사회복지쪽 일을 하게 되고, 지역자활센터에 들어가 일하게 되면서 빈곤영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부산반빈곤센터 반상근 활동가, 쪽방상담소에서 일하게 되었구요. 현재는 부산주민운동교육원에서 주민조직가와 주민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모두가 다 부자가 될 수도 없고, 담당자가 구제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 어디까지 목표를 삼아 활동하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이 변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또한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계속 변화하고,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분의 변화 어느 지점에 내가 서 있는 것이 중요 할 것 같습니다. 그 지점에 점 하나 찍고 간다고 생각하고 일을 합니다. 나 이후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고요. 내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정 중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항상 과정에 있습니다.

해돋이 마을 비탈에 잘 가꾸어진 밭

임기헌 선생님과 이야기하다 보면,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 폭 빠집니다. 저는 한 마디 여쭤 보았을 뿐입니다만, 임기헌 선생님은 저보다 2배 ~ 3배를 열정적으로 성심성의껏 답해 주십니다. 듣고 있다 보면, 저도 당장 일어나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분명 힘드셨을 터인데, 표정은 싱글벙글입니다. 수 많은 실망과 어려움 속에서도 그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힘을 주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망을 주는 사람보다는 당신을 필요로한 분의 손을 잡기 위해 더운 여름날, 매일 같이 영도의 가파른 달동네 산길을 오릅니다. 휘적휘적 등산배낭 메고, 슬리퍼 신고도 좁은 동네를 잘도 다니십니다.  “현장”에서 즐겁게 일하는 ‘운동가’를 보는 듯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어려운 빈곤 현장에서 얼굴 찡그리지 않고, 한숨 한 번 내쉬지 않고 즐겁게 일하시는 분이 계시구나~ 감탄하게 합니다.

임기헌 선생님이 일하고 계시는 해돋이마을을 한 바퀴 함께 걸었습니다. 비탈에 돌과 나무로 지은 허름하고, 작은 집들이지만, 화분이 가득하고, 빨래가 널려 있습니다. 텃밭도 가지런히 가꿔져 있습니다. 그곳을 사진으로만 보았다면, 저는 60~70년대의 사진이라고 우겼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요즘 집, 공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오래된 곳입니다. 헌데, 집 밖 동네 나무 그늘에 지팡이 짚고 앉아 인사 나누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표정은 밝기 그지없습니다. 임기헌 선생님을 보며, 운동에 대한 열정을,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며 삶에 대한 즐거움을 한껏 느끼고 왔습니다. 여름의 강한 햇빛만큼이나 인상 깊은 곳이었습니다.

글 송혜진 간사 ㅣ사진 권연재 간사

2018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올해는 총 38개의 단체와 7개의 시민모임이 선정되었습니다. 1년간의 사업수행 기간 중 선정 단체와 모임의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중간방문을 진행하였습니다. 그중 7개 단체와 1개 시민모임을 방문하였고, 8개의 인터뷰 콘텐츠가 연재됩니다.

  • ‘도시공원의 작은변화’ : 환경운동연합 <공원일몰제 대응 및 조직화사업>
  • ‘노동조건의 벽 허물기’ :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 월담 <최저임금 올리 GO~ 지키 GO>
  • ‘스무살, 우리는 잘 보내고 있을까’ : 안산새회연대 일다 <함께 꿈을 찾는 스무살 학교>
  • ‘다시 만난 세계, 다시 그릴 세계’ : 젠더정치 연구소 여.세.연.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위한 지방선거 Watch dog 프로그램>
  • ‘사과’ :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법정>
  • ‘너,나,우리’ : 부산어께동무 <제9회 부산평화영화제>
  • ‘관계’ : 내미는 마음 <부산지역 쪽방주민 자치조직 만들기>
  • ‘이웃’ : 아시아의 친구들 <화성외국인보호소 정기방문과 모니터링>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