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시민사회단체 및 풀뿌리 단체의 다양한 공익활동(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사업, 시의성 높은 사업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지원하는 ‘스폰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다양하고 알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이 작은변화를 만들어왔을까요? 여러분께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160만 명. 인구의 3% 내외 남짓한 수준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는 전 국민에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계비를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급비, 얼마일까요?
이러한 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1인 가족 생계급여 최대 액수는 50만 원 입니다. 2인 가족이 수급을 받는 경우에는 85만 원, 3인 가족은 110만 원 정도 입니다. 수급 가구는 이 돈으로 전기세, 가스비, 핸드폰 요금, 식비와 교통비 등을 모두 해결해야 합니다. 과연 이 돈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보장할까요?
현재 수급비를 결정하는 것은 ‘기준 중위소득’입니다. 기준 중위소득은 매년 7-8월쯤 결정 되는데요 이름도 생소한 이 기준 중위소득이 누가 복지제도의 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지난해 기준 중위소득은 단 1.04% 올랐습니다. 수급자 선정기준도, 수급자가 되었을 때 받는 수급비도 단 1% 인상에 그친 것이지요.
그래서 기초생활수급자의 한 달 살이를 알리기로 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에 맞게 수급비가 모든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고 있는지 함께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비용이 부족하고 이로 인한 폐해는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전국 30개 기초생활 수급가구가 가계부 작성에 함께 했습니다. 15명의 조사활동가가 수급가구와 함께 작성을 돕고, 수급가구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조사 종료 후 활동가 FGI와 참여가구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딱 안 굶어 죽기 알맞은 금액인 것 같아요”
기초생활수급비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생활비가 부족했습니다. 약간의 저축을 시도하다가도 갑작스러운 병원비, 이사 등의 사정 때문에 목돈 모으기에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었고, 생활비의 부족은 식대 절감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최소한의 지출을 하는 것은 건강 문제와 연결됩니다. 낮은 수급비는 단지 쓸 돈을 줄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 미래에 대한 준비를 포기하게 합니다.
“수술비 모으려고 한 사 년 동안 130만 원 모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아프면서 병원 왔다 갔다 하고 하면서 하나도 없어요.”
허리 디스크 수술을 위해 돈을 모아 온 A씨는 어렵게 돈을 모았지만 머리 안에 물혹이 생겨 급전을 지출하느라 디스크 수술을 다시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소비 수준이 애초에 낮은 사람이 지출을 더 줄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너무 더운데 음료수 한 잔만 마실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것, 음료수 한잔을 마시고 나면 며칠을 두고 ‘그 때 그 음료수를 마신건 좀 비쌌지’ 라고 자신을 자책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겠죠.
낮은 복지급여, 빈곤층의 사회적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낮은 급여는 단지 하루를 꾸려가는 일에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만날 기회,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꾸릴 기회를 박탈하고 있었습니다. 수급비로 한 달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배 곪는 어려움보다 무료한 하루 하루, 친구도 가족도 만나기 부담스러운 현실에 대해 토로했습니다.
“오만원씩 걷어가지고 바닷가에 가자는데 오만원이 쑥 빠져버리면 어떻게 살겠어. 난 안 간다고 했지. 그럴 때 조금 소외감을 느끼죠. 너희들끼리 다녀와라 했더니 나머지는 우리가 부담한다고. 이박삼일로 가자고 하는데. 이박삼일에 오만원을 날리면 (나머지 기간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는 수급비가 오르면 약간이라도 저축을 해서 남들처럼 여행이나 낚시를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결국 낮은 수급비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없애고 있었습니다. 돈을 모아 더 저렴하고 좋은 집으로 이사가고 싶은 생각, 안정적인 주거지를 찾아 건강을 회복하고 싶은 계획, 친구들과 만남을 포기하지 않고 덜 외롭게 늙어가자는 상상을 포기하고 주저하게 만듭니다. 당장 밀리는 핸드폰 요금과 가스비, 최소화하는 식비 때문에 가족들의 건강이 염려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오늘을 살아가는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가계부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했습니다.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하는데 참여하는 중생보위 위원과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도 토론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가계부 작성에 함께 한 분들이 참여 해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로 만든 영상을 많은 사람과 함께 보고 낮은 급여의 문제점을 알리려 합니다.
올 해 기준 중위소득은 좀 오르면 좋겠습니다. 수급자도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우리 사회에 살아가는 누구든 가난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현재 가난한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글ㅣ사진 빈곤사회연대
조내신(조영래)
인간 이하의 수급비로 연명하고 사는 이 나라의 노인들의 생활을 실제로 들여다 보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하나 놓치고 있는 점이 있습니다. 국가가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기본생활에 턱도없이 모자릅니다. 집없는 사람들이 집세를 내고 나면 굶어 죽기 딱 좋은 금액이지요. 문제는,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월 몇 만원이라도 벌어서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수급자들이 그 노력으로 단 몇 만원이라도 더 벌면 국가는 수급비를 그만큼 깎아서 지급합니다. 다시 말해서 주는 꿀꿀이 죽으로만 살고 더 벌려고 노력하지 말란 뜻입니다. 더구나 젊은시절 열심히 일해서 세금 탈세 않고 국가에 충성한 시민들에게 국가가 하는 이런 행위는 가능한 알아서 탈세해서 잘 사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게 하는 적폐라고 보아야지요. 국가에 충성하며 열심히 산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는 국가가 국가지 이건 나라가 아닙니다.
또 한가지, 아름다운 재단은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서 나눔장터라는걸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인 토지도 아닌 시민의 공간에서 하는 사업이, 또한 빈곤한 계층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재단이 lip service 가 실천을 하기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웃에게서 얻어오거나 한 물건을 장터에 참여해서 팔고 그렇게 얻어지는 단돈 몇푼은 수급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가게의 장터는 공평한 기회(?) 운운해서 어려운 수급자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거나 하는 일은 생각도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어린이 장터니 외국인 장터니 하며 우리 사회를 여기까지 발전시켜 온, 어려운 현실에 신음하는 수급자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양새입니다. 어려운 수급자들, 특히 국가발전에 기여하며 세월을 보내고 수급자로 전락해 버린 삶들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 이런 작은일에서 부터 행동에 옮기기 바랍니다. 그것이 말로만이 아닌, 작게 시작해서 큰 사회적 반응을 가져올 수 있는 어려운 자들에게 주는 아주 작은 희망의 신호가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