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오후 6시 30분.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서 <우토로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한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우토로마을주민대표와 한·일 시민단체 회원 등 우토로를 사랑하는 50여명은 우토로의 역사를 담는 기념관 건립을 위해 머리를 맞댔는데요.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뜨거운 이야기가 오갔던 우토로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한 워크숍 현장을 소개합니다.
우토로평화기념관을 위해 팔을 걷어 붙인 사람들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 깜짝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인천서흥초등학교 6학년 4반 어린이들이 우토로평화기념관을 위한 정성을 전달하기 위해 자리한 것인데요. 수업 중 우토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3일간 모금한 기부금과 정성껏 만든 양말 인형을 전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어린이는 박물관에 대한 당찬 소망을 밝혔습니다.
“선생님께 역사는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킨 사람들이 만드는 거라고 배웠어요. 우토로를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던 분들의 이야기가 잘 담긴 우토로평화기념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지난 여름, 우토로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한 ‘북보틀 프로젝트’를 통해 570여명의 청춘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대학생 봉사동아리 자주(ZAZU)의 멤버들도 자리해 모금액을 전달했습니다. 기부증서를 받으며 “금액의 크기 보다 우토로를 사랑하는 570여명의 마음이 담겨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해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우토로 주민들이 꿈꾸는 우토로평화기념관
우토로 주민회 엄명부 회장은 기조보고를 통해 우토로 주민들이 생각하는 기념관의 모습을 들려주었습니다. 주민들이 지키려는 것은 거주지가 아니라 60년 넘게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살아온 우토로 공동체라 밝히며 기념관의 개념을 역사, 차별, 투쟁, 희망으로 꼽았는데요. 우토로가 왜 조선인들의 집단 거주지가 됐는지, 재일동포들의 삶이 어떤지, 일본에서 어떤 역경을 거치고 살고 있는지 꼭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습니다. 자리에 함께한 우토로 주민들도 기념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재일동포 차별 문제를 잘 모릅니다. 이런 역사를 똑똑히 기록해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기념관 건립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음세대를 위한, 배움의 장으로 우토로평화기념관이 한국과 재일동포를 묶어주는 연결고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토로주민회 하수부 부회장이 생각하는 기념관의 모습이 ‘우토로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장’이라면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다가와 아키코 대표가 생각하는 우토로평화기념관의 모습은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교류의 마당’입니다.
“우토로 사람들은 무엇이든 서로 나누고 이야기 나누길 좋아합니다. 그 힘으로 가혹한 차별을 이겨낼 수 있었지요. 밥 한끼, 차 한잔을 스스럼 없이 나눌 수 있는 주민들의 교류를 위해서라도 평화기념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평화기념관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조언과 제안
이어 박물관과 기념관 관계자의 조언과 제안이 있었습니다. 평화를품은집 명연파 집장(대표)는 제노사이드(대량학살 역사 자료관)를 주제로 하는 평화를품은집 운영을 바탕으로 상설전시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요. ‘코리안 디아스포라 전시관’이 그 핵심입니다.
“가 볼만한 곳으로 입소문이 나야 기념관의 생명력이 생깁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이국의 땅에서도 뿌리를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흩어진 사람들을 뜻합니다.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자발적 이방인으로 살아온 우토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루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디아스포라에 대한 지문, 지식, 자료를 모으는 건 필수겠지요.”
문영미 이한열기념관 학예연구실장 겸 문익환통일의 집 상임이사는 ‘준비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시작단계부터 학예사와 같은 전문인력과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요.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논의가 공감할 수 있는 기념관의 기틀임을 강조했습니다.
우토로 사람들의 삶과 마을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기념관이 되길
문성근 흥사단 정책기획국장은 독일 베를린의 호헨숀하우젠 추모지 박물관 탐방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이를 통해 평화기념관에서 다양한 영상과 그래픽, 조형물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시, 관람 후 세미나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김종철 사업본부장은 마을이 가진 공간적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박물관을 희망했습니다. 기념관 안에 이야기를 가두기 보다 마을로 이어지는 길, 공원과 정원 등 부대시설까지 기념관의 개념을 확장시키자는 것이죠.
“마을의 기원인 함바집은 그 자체로 우토로 주민의 역사입니다. 하수로가 없던 시절 식수원이었던 우물도 공원의 조경으로 일부 존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기 보다 그들이 삶이 투영된 삶의 공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획이 되기를 바랍니다.”
평화기념관에 대한 고민과 제안은 자유 토론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우토로평화기념관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 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단순하게 보고 끝나는 전시가 아닌 오감으로 기억할 수 있는 체험이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우토로 마을을 기억합니다’ 워크숍의 마지막. 참가자들은 아름다운재단의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 문구와 함께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습니다. 낡은 우토로는 사라지지만 그곳에 살았던 이들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귀한 마음들은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의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해 힘을 더하는 아름다운재단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립니다.
글 김유진ㅣ사진 조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