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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아래 ‘해방촌’이란 곳이 있습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북에서 월남한 사람들,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난 온 사람들이 모여 마을이 된 곳입니다. 요즘은 이태원의 핫한 장소로 떠오르는 그 곳에는 ‘도시양봉 비:밀’ 시민모임이 있습니다. 지난 10월 13일, ‘도시양봉 비:밀’ 시민모임이 한 해 동안 양봉한 것을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잔칫날에 유아름 대표를 만났습니다.
Q. 도시에서 벌을 키우는 게 가능할까요?
꿀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은 사람도 살기 어렵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꿀벌에게는 도시가 농촌보다는 살기가 괜찮습니다. 숲만 있다면요. 도시는 농촌에 비해 고온 건조하고, 농약을 대대적으로 뿌리지 않아 더 나은 조건입니다. 꿀벌은 대표적인 환경지표생물입니다. 식물의 번식을 도와주는 벌과 같은 곤충이 사라질 경우 농작물의 약 40%가 줄어들고 각종 식물의 생식활동에 큰 영향을 준다는 국내외 보고서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벌꿀을 좋아한다면 꿀벌이 처한 환경도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생물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것, 삶의 일부가 되길 바랍니다.
Q. 해방촌에서 꿀벌은 어떻게 키우나요?
해방촌은 남산과 가까이 있습니다. 남산과 밀접한 곳 옥상에서 양봉을 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백화점, 관공서 옥상 등에서 벌을 키웁니다. 벌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Q. ‘도시양봉 비:밀’의 뜻과 활동이 궁금합니다.
시민모임명인 비:밀은 영어로 Bee:meal입니다. 꿀벌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밀원이 되어 꿀벌들이 객체를 보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도시양봉 비:밀은 Beesavers(꿀벌을 도와주는 사람들)를 매해 발굴 및 육성하여 도시에서 양봉을 하고 꿀벌들이 개체수가 줄지 않도록 도와주고, 시민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Q. Beesavers 를 매해 발굴 및 육성한다고 했는데, 어떤 분들이 도시양봉에 참여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분은 지속가능한 삶을 자기 스스로 만들고 싶어 생계 관련된 자급자족을 준비하고자 하는 분도 있고, 양조를 하시던 분은 벌꿀로 술을 만들고 싶은데 직접 양봉해서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며 참여한 분도 있습니다. 다양한 동기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하고 생활 속에서의 실천을 하시던 분들이셔서 꿀벌의 중요성, 환경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신청을 했습니다.
Q. Beesavers의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우선 꿀벌의 생태와 양봉에 대한 지식 및 기술을 배우고, 함께 양봉을 합니다. 매주 토요일 모여서 교육과 실습을 합니다. 그리고 년에 1회 시민들과 꿀벌 나눔 축제도 함께 하고요. 후배들이 뽑히면 그들에게 전수도 하고, 도시양봉에 대해 도심에서, 생활 속에서 직접 실천하는 것이지요. 현재 1기, 2기 8분이 함께 하고 계십니다.
Q.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웠는데요. 올해 꿀벌들의 활동은 어떠하였나요?
금년에는 너무 더워서 벌들도 힘들었습니다. 저희도 힘들었구요. 꿀벌들도 더우면 벌통 온도를 낮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Beesavers들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벌통 앞에 물을 갈아주고, 밀원이 될 수 있는 인근 화분을 키우느라 바빴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더워 꿀벌들이 많은 꿀을 생산하지는 못했습니다. 예년에 비해 50 ~ 60% 정도 수확되었습니다.
Q. 도시의 벌이 만든 꿀은 중금속 등에 오염되지 않았을까요?
꿀에 중금속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 합니다만, 검사 결과 중금속 검출은 없었습니다. 화분에 중금속이 있어도 벌꿀들이 꿀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금속이 사라질 수도 있고요. 화분 검사는 따로 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화분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화분을 따로 모아 팔기도 하는데요. 화분을 채취하려면 꿀벌들이 지나다니는 입구를 아주 좁게 해서, 화분을 떨어뜨리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꿀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저희는 화분 채취는 따로 하지 않습니다.
Q. 앞으로, 도시양봉 하는 비:밀 시민모임의 지속가능성도 궁금합니다.
Beesavers를 계속 모아 도시양봉을 할 예정입니다. 양봉할 곳이 마땅치 않아 숲과 가까운 관공서 옥상 등을 활용해 보려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도시양봉 책자도 제작할 예정입니다. 기술서라기보다는 꿀벌의 생태와 환경을 담은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또한 벌꿀로 식음료를 만들어 판매 해 볼 예정입니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제안을 많이 들어옵니다만, 의미는 좋으나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 내부적으로는 일반 상점을 여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Q. 대표님은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길게 활동하리라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귀촌을 할 생각을 생각하고, 자급자족을 고민하였습니다. 자급자족을 하는데,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하고 싶었고, 그것이 양봉이었습니다. 양봉을 해 보니, 결과물이 좋아 계속 이 의미를 전달하면 좋겠다 해서 벌써 5년 정도 하게 되었습니다. 환경 문제에 대해 어린이들과 함께 벌을 통해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주말마다 벌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기에 이 또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에는 집 화분에서도, 길거리에서도 꿀벌을 심심치 않게 보았는데, 요즘은 보기가 참 드뭅니다. 꿀벌들은 어느 들과 산으로 갔을까요? 도시화와 산업화가 될수록 어릴 적 지천으로 보았던 동식물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도시에서 만나는 꿀벌이 더욱 반갑습니다. 도시에서도 작은 생물들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