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시민사회단체 및  풀뿌리 단체의 다양한 공익활동(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사업, 시의성 높은 사업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지원하는 ‘스폰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다양하고 알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이 작은변화를 만들어왔을까요? 여러분께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백두대간은 천 년 전부터 사용돼 온 우리 고유의 지리인식 체계이자 국토의 골격이다. 그러나, 일본 지질학자 고토분지로가 조선의 자원 수탈 목적으로 지형과 지질 연구를 바탕으로 1900년대 <조선산맥론> 을 발간하면서 이는 우리나라 산맥체계의 근간을 이루게 됐다. 현재의 산맥체계는 눈에 보이는 산의 줄기가 아니라 지질구조선에 기반한 땅 속의 광맥줄기가 기본 개념이기 때문에 고토분지로가 명명한 산맥을 따라 걸으면 실제 지형과 일치 하지 않는다.

금강산 일원의 고지도 – 출처 : 녹색연합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던 백두대간의 개념은 남한에서는 산악인이자 고지도 연구가인 고(故) 이우형 선생이 1980년 대동여지도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신경준의 <산경표>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산경표를 기반으로 한 “이 땅의 척추는 태백산맥이 아니라 백두대간”이라는 사실과 정맥 개념이 일반 대중과 지리학계에 어필하지 못했지만, 산악인들이 ‘우리 산줄기’를 찾아 대간과 정맥 종주에 나서면서 그 물리적 공간의 실체가 드러났다.

한반도 전체 식물종의 33%, 특산식물의 27%, 희귀식물 17%가 서식하고 있는 백두대간은 산림생태계의 보고이자 한반도를 관통하는 거대한 생태벨트다. 북한 백두대간에는 2개의 보호구역이 있으며 남한은 국립공원 7개소를 포함해 6개 도 32개 시에 걸쳐 있으며 북한은 4개도 1개시 32개도에 걸쳐있다.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지리산 등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야생동식물의 이동 및 개체군 확산 등 중요한 생태적 연결고리 역할하고 있으며 험준한 지리, 지형적 특성으로 사람의 인위적 간섭이 적어 야생동식물의 최적의 서식조건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백두대간을 ‘북한 조종의 산 백두산에서부터 시작하여 남해가의 구재봉까지 뻗어 있는 산줄기. 길이 1,470km이다.-중략- 이번에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두류산을 지나 태백산을 거쳐 지리산줄기의 끝점인 남해가의 구재봉(경상남도 하동군)까지는 하나의 산줄기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증하고 이 산줄기의 이름을 백두대산줄기라고 부르기로 하였다.’로 규정하고 있다. (조선향토대백과, 2008, (사)평화문제연구소/남북공동 편찬사업)

총 39장을 이어 그린 북한쪽 백두대간 마루금 – 출처 : 녹색연합

북한 백두대간을 종이로나마 샅샅이 뒤져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지에 쌓여있는 북한 백두대간을 그마나 책으로라도 만난 것은 대동여지도를 근간으로 발간된 ‘북한쪽 백두대간, 지도위에서 걷는다(2003)’가 전부다. 이후 남북 공동사업으로 진행된 ‘조선향토대백과’에 기초한 북한 지도는 2008년 지도가 가장 최신이다.

위성위에 그린 북한 백두대간 마루금 – 출처 : 녹색연합

흩어져 있던 북한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고개의 이름과 위치와 고도 등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었으며 위성을 통해서 본 북한의 백두대간은 대부분 1천미터 이상으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웅장하게 솟아오른 산맥은 백두산 장군봉(2,744m)의 위엄을 실감나게 했다. 우리나라는 산정상부까지 구석구석 탐방로가 나있어 위성으로 보아도 산정상부는 하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거의 민둥산에 가깝다. 그러나, 위성지도를 따라 손으로 그린 북한의 백두대간은 마루금을 놓치기 일쑤였다. 몇 번의 실수를 거듭하며 등산로를 찾아볼 수 없는 울창한 침엽수림에 압도당해 마치 그 속에 있는 듯했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던 백두대간은 함경남도 장진군 불산(1,873m)을 지나며 백두산 장군봉(2,744m)까지 몸을 일으킨다. 백두산 삼지연에 다다를 즈음엔 넓게 펼쳐진 등고선이 단 한번도 눈으로 보지 못한 고원의 평야지대를 지도에서 펼쳐보였다. 해발고도 2,500m가 넘는 곳에 펼쳐진 평야는 어떤 모습일까. 수목한계선 기후가 어느정도 건조되거나 한랭해져 수목이 생육할 수 없는 한계선을 말한다.

백두대간의 초원 위에서, 산에서 바다를 만난 것과 같은 광활한 상상을 해본다. 백두산은 우리나라에서 수목한계선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수목한계선은 일정하지 않고 평균적으로 해발 2000m 내외로 나타난다. 수목한계선 이상에서는 노랑만병초와 산들쭉나무를 비롯한 초장 30cm내외의 소관목과 구름국화, 나도개미자리를 비롯한 단연생 초본류들이 군락을 형성하며 함께 분포하는 고산초원을 형성하고 있다(백두산수목한계선 이상지역 고산식물 자생지 조사 및 증식연구, 2012. 김경호 석사논문).’

남북 경제협력, ‘한반도 생태공동체’ 위에서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났다. 비무장지대 GP 철거 이야기도 나온다. 평화가 성큼 다가선 것인가.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 육로로 유럽을 횡단할 수 있는 꿈이 현실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연결해야 할 것은 남과 북의 육로 뿐만이 아니다. 한반도를 종으로 관통으로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이 갈라진 55년 동안 변함없이 연결되어 우람하게 뻗어 있었다. 단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으며 야생생물들이 비무장지대를 넘고 백두산을 넘어 대륙과 연결되어 생육하는 생물다양성의 통로이자 보고다.  한반도를 하나의 맥으로 잇는 ‘백두대간’의 연결과 보전은 또 하나의 통일을 여는 귀중한 초석이다. 평화의 바람의 실현되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지난 9월 18일, 남북 정상은 평양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두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을 했고 선언문에는 처음으로 ‘환경협력’이 포함되었다. 남북 경제 협력 뿐만 아니라 남북이  정치적 상황을 뛰어 넘어 ‘한반도 생태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ㅣ사진 녹색연합

위 프로젝트는 포드환경프로그램 기부금으로 지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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