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이미 커버린 어른들에게는 인생의 한 과정일 수 있지만, 이제 막 삶을 시작한 영유아에게는 인생이 송두리째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사회 전반의 인식과 제도가 바뀌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지만, 새로운 지원사업이 뿌리내리면서 비영리단체가 다시 도약할 수도 있는 가능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비영리 공익법인 ‘아름다운재단’과 군포지역의 이주민센터 ‘아시아의창’은 지난 3년간 파트너십을 맺고 ‘아시아의창 어린이집’을 함께 성장시켰다. 이주아동들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공간을 간절히 찾던 아시아의창과 이주아동 보육권리 사업을 전문적으로 진행할 단체를 절실히 찾던 아름다운재단이 기적처럼 만난 것이다.

그리고 3년의 협력사업을 무사히 진행하고 종료를 눈앞에 둔 지금 두 단체의 활동가들이 다시 마주 앉았다.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팀의 홍리재희 팀장과 이형명 간사, 아시아의창 이영아 소장과 김나희 간사가 모여 좌담을 나눴다.

가장 열악한 사각지대, 이주아동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

 Q. 아름다운재단이 이주아동 보육권리 지원사업, 그 중에서도 어린이집 공간 지원을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군포에 위치한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모습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팀 홍리재희 팀장(이하 ‘홍리재희’) : 2013년도에 처음 다문화 쪽으로 사업을 하려고 조사를 했는데, 지원되는 경우는 주로 3가지 유형이더라고요.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이주아동 이렇게요. 결혼이주여성은 그래도 지원이 되는 편이고 이주노동자는 당사자 운동이라도 있는데, 이주아동 부분은 더 열악했어요. 그리고 이주아동 어린이집들의 상황을 정리하다보니 공간이 없으면 아동들을 돌보는 것 자체가 어렵겠다 싶더라고요. 공간이 어린이집에게 정말 필요한 인프라라고 판단했어요.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팀 이형명 간사(이하 ‘이형명’) : 다른 사업과 달리 이주아동 사업은 단체 찾기가 참 어려워요. 어린이집에서 ‘다른 곳은 또 없냐’ 여쭤보기도 하고, 그렇게 알음알음으로 15곳 정도의 기관을 방문했어요. 그렇게 해서 단체를 선정했는데, 전문성은 있되 완벽히 세팅된 것은 아니라서 재단이 들어가면 시너지가 날 곳을 찾으려 했어요. 지원사업 취지가 아름다운재단이 어린이집의 전 과정을 함께 하면서 가이드북까지 만들어서 파트너십의 모델이 되려는 거니까요. 그래서 서로의 스텝을 맞추는 과정이 중요했어요.

아, 그리고 인구학적인 측면이나 지리적인 측면도 고민했어요. 첫 시도이기 때문에 (재단과 거리가 가까운) 서울·경기권을 벗어나기 어렵거든요. 그 중에 안산·오산·남양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주민들이 살던 지역이라서 어린이집도 10년 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고요. ‘아시아의창 어린이집’이 있는 군포는 이제 막 이주민이 늘어나는 상황이라서 같이 (이슈를) 세팅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지역이더라고요.“

Q.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을 만났을 때 아시아의창 어린이집의 상황은 어땠나요?

아시아의 창 이영아 소장

아시아의창 이영아 소장(이하 ‘이영아’) : 저희가 처음 어린이집을 생각했던 것은 이주민을 상담하다가 열악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발견하면서부터예요. 이런 상황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2012년에 실태조사 사업을 했고, 후속으로 어린이집을 떠올린 거죠. 사실 그 때는 과연 저희 같은 이주민센터가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는 게 가능할지 고민이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반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그 때 예산이 2천만원이 있어서… 음… 당시에는 그게 엄청 크게 느껴졌어요(웃음). 이걸로 활동가들 급여를 올릴까 새로운 사업을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어린이집을 열었죠. 아이들이 부모 없이 집에 남겨져있는 것을 제가 아는데, 알면서 가만있는 게 활동가로서 양심의 가책으로 느껴졌어요.

그리고는 어린이집을 운영할 분을 찾았는데 다들 거절하셨죠. 몇 년 동안 고생할 걸 아니까. 결국 어렵게 원장님을 모셔서 2013년에 어린이집을 시작했어요. 사실 전 그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어요. 그냥 아이들만 잘 보살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아니더라고요. 3층이라서 아이들 안전이 늘 불안하고 미인가라서 보육교사 구하기도 어렵고요. 자연스레 ‘인가’ 이야기가 나왔어요. 또 군포시가 이 문제에 신경 쓰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권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고요.

그 무렵에 딱 아름다운재단을 만난 거예요. 처음 만났을 때가 2014년 말이고, 그 뒤에 공간 지원으로 사업이 확정된 게 2015년 여름이었어요. 2016년에 건물 매입을 해서 리모델링 공사를 했죠. 2017년에 개소식을 했어요.

홍리재희 : 정말 타이밍이 예술이었어요. (웃음)

좋은 어린이집으로 알려져서 멀리서도 찾아와요

아시아의 창 김나희 간사

Q. 아시아의창 어린이집이 새 공간에서 문을 열었는데요. 어린이집이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과 가치, 다른 곳과는 다른 차별성은 무엇일까요?

이영아 : 저희의 원칙은 아동에서 출발해요. 아동의 상황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미등록아동, 한부모가족 아동들을 입소 우선순위에 둬요. 제일 열악한 상황에 놓인 아동이니까요. 또 모집정원을 다 채우지 않고 일부는 남겨놓아요. 긴급하게 보육이 필요한 아동을 위해서죠.

아시아의창 김나희 간사(이하 ‘김나희’) : 사업을 시작할 때도 아이들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많이 생각해요. 외부에서 좋은 제안이 와도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하지 않다면 정중히 거절하기도 하고, 반대로 꼭 필요하면 새로 모험도 하죠. 그러면서 어린이집과 아시아의창 법인이 함께 협업해서 최대한 아동들의 다양한 상황을 포용하려 해요. 예를 들어 아이를 본국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있을 때도 상담을 통해 상황을 듣고 최대한 아이가 계속 어린이집에 다닐 방법을 찾는 거죠.

Q. 3년 전과 비교하면 어린이집이나 아동의 상황도 많이 달라졌겠네요.

이영아 : 가장 큰 성과는 안정적 공간이죠. 그 전의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이 큰방 하나여서 종일 그 안에서 머물러야 했거든요. 새 어린이집은 넓어지고 환해지고, 딱 들어서면 ‘따뜻함’, ‘밝음’이 가장 느껴지는 공간이에요. 이주민들에게도 새 어린이집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자부심이 느껴지더라구요. 백그라운드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라고요. 그리고 군포가 작은 지역사회이다 보니까 어린이집의 파급효과가 굉장히 컸어요. 다행히 군포시의 담당 팀장과 호흡이 잘 맞아서 많이 도와주셨죠. 그래서 저희가 시 홈페이지에 칭찬의 글도 남기고 그랬어요.

이형명 : 아름다운재단은 민·관·지역의 3합의 모델을 항상 생각하는데요. 아시아의창이 군포시나 경기도와의 관계에 적극 나섰어요. 군포시에 엄청 적극적으로 ‘이 곳에 어린이집을 만들면 인가가 날까요? 한번 와서 봐 주세요’ 이런 식으로 여러 번 요청을 했거든요. 그래서 새로 개소하자마자 바로 인가를 받아서 목표를 조기 달성했죠. 평가인증도 그렇게 빨리 될 줄 몰랐는데 이번에 무려 A등급을 받았고요.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모습


김나희
:
그동안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들의 거주 지역이나 국적이 다양해졌어요. 이번에 15개월·17개월짜리 아기들이 새로 왔는데 멀리서 택시를 타고 와요. 거리가 멀어도 저희가 늦게까지 보육하니까 아이를 보내시는 거죠. 다행히 저희가 다른 어린이집보다는 저렴하고 부모님들이 택시비를 나눠 내세요. 또 올해는 세네갈 아동, 키르키즈스탄 아동도 어린이집에 새로 들어왔어요. 이렇게 아동들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저희가 좋은 어린이집으로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다른 변화는 부모님들의 여유로워진 얼굴이에요. 부모님들이 예전에는 생계나 생존에 대해서만 고민했는데 이제는 교육에도 관심을 보이시더라고요. 어린이집에 소속감이 생기니까 아이도 안정되고 부모님도 같이 안정되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홍리재희 : 아름다운재단은 어린이집을 개소하면서 언론 홍보에도 나서고 기업 제안도 적극적으로 했어요. 그렇게 알리는 것도 재단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보면 사업 초기와는 다르게 많이 변했다는 게 느껴져요. 처음에는 기업들도 ‘이주아동’이라고 하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는데 이젠 크고 작은 기업들이 기부 매칭을 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도 이주아동을 보육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거든요. 예산을 투여하는 지방정부도 있고요.

 

2부에서 계속 ▶ 이주아동 함께 키우며 울고 웃던 3년간의 여정 – 2

글 박효원 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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