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먼저 읽기  이주아동을 함께 키우며 울고 웃던 3년간의 여정 – 1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모습

어린이집은 전국 곳곳에 숱하게 많지만, 이주아동을 위한 어린이집 한 곳을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이토록 힘들기만 하다. 험한 길이기에 혼자 갈 수는 없었다.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지원사업은 처음부터 협업 모델로 기획되었고, 아름다운재단과 아시아의창은 지난 3년 간 서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아름다운재단은 공간 구입과 리모델링, 비용 지원을 맡았고, 아시아의창은 실제 어린이집 운영과 기록, 모니터링을 맡았다.

3년 전 두 단체의 활동가들이 함께 온 동네에 발품을 팔아 매입하고 리모델링한 단독주택은 2017년 1월 개소한 아시아의창 어린이집의 새 공간이 되었고, 지금 이 곳에서는 15명의 이주아동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그러나 당연히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절했던 공간 문제는 해결되고 인가도 무사히 마쳤지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이주아동 보육권리를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고, 아시아의창 어린이집의 사례를 전파해야 한다. 협업 사업이 끝난 뒤에도 아시아의창이 자립할 수 있도록 튼튼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아름다운재단과 아시아의창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 같은 성과와 과제를 정리하기 위해서다. 이 기록은 이주아동을 보육하고 싶은 비영리단체나 어린이집, 관련 사업을 고민하는 재단들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지역단체만의 전문성, 아시아의창은 걱정 없어요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모습

Q. 새로운 사업을 하면서 조직의 역량이나 문화이 성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혹시 그런 면에서는 아시아의창 어린이집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김나희 : 가장 힘들고 가장 좋을 때 아름다운재단에서 같이 있어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같이 봐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심지어 청소까지 같이 했잖아요. 사실 어린이집에서는 이렇게 외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건 놀라운 일인데요.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교사들에게 보여드려서 좋았어요.

이영아 : 우리 사업이 아름다운재단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구나 싶더라고요. 이게 저희에게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거죠. 연대 사업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시간을 대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재단이 보여준 것이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팀 이형명 간사

이형명 : 이제 아시아의창에 대해서는 큰 걱정이 없죠, 뭐(웃음). 지역단체들은 특화된 전문성과 역량이 있는데, 아무래도 큰 기관들보다는 사업 제안 능력이 밀리죠. 그런데 아시아의창은 이제 그 부분도 너무 잘하세요. 기업 제안 관련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든지, 기부자가 관심 가질만한 포인트를 찾아낸다든지. 한해 한해 점점 서로 합이 잘 맞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곳과 같이 협업해도 능수능란하게 잘하실 거예요.

이영아 : 또 조직문화가 달라진 부분은… 저희는 NGO이다 보니 그에 맞는 조직문화를 지향하는데요. 어린이집의 문화는 또 다르더라고요. 저희와 같은 경험이나 의사결정구조를 안 겪은 분들이 많아요. 이런 차이는 앞으로 숙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홍리재희 : 아시아의창이 참 놀라운 것은 서로의 차이를 맞추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물러서거나 모른 척하지 않고 융합하는 거죠.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을 위한 워크숍이나 교육을 기획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영역과 만나도 내공 있게 잘하시겠구나’ 싶었어요.

Q. 올해면 3년간의 사업이 모두 끝납니다. 이후 방향에 대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이영아 : 크게 3가지 방향입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사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외국인아동 전담 어린이집’이 되는 것이에요. 현재는 군포시가 관련 예산을 증액할 계획이 없지만, 최소 교사 1명의 인건비라도 받도록 설득하고 있어요. 그리고 좀 더 안정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위해서 기부해주시는 곳과 공모사업 등도 알아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우리 어린이집만이 아니라 다른 어린이집, 다른 아동들도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이주아동 보육권리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팀 홍리재희 팀장

홍리재희 : 아름다운재단은 협력사업 기간이 끝나도 단체 자립에 대한 고민을 해요. 어린이집의 경우에는 공간 지원이 사실 좀 부담이긴 해요. 아름다운재단이 매입한 건물이다 보니 부동산 자산으로 잡혀있는데, 이게 어떤 면에서는 위험하거든요. 아이들이 상주하니 안전관리 문제도 크고요. 그래도 앞으로 이 공간은 쭉 지원하려 해요. 이주아동의 보편적 보육권리가 확보될 때까지, 아시아의창에게 어린이집을 운영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까지는요(웃음).

깊이 있고 폭 넓게 사람을 볼 수 있는 일의 매력

Q. 이후 이주아동 보육권리 사업을 진행할 다른 단체들, 어린이집인 재단 등에게 선배로서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아름다운재단 이형명 간사, 아시아의 창 김나희 간사와 이영아 소장, 아름다운재단 홍리재희 팀장(왼쪽부터)

홍리재희 : 건물은 꼭 신축을 사셔야 합니다(웃음)!!! 농담이 아니라, 유지 관리가 참 힘들거든요. 초기 투자비용이 좀 들더라도 건물을 지어서 들어가는 게 낫다 싶어요. 그리고 함께 할 파트너단체로 이 문제에 대한 의지를 갖고 활동하는 곳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아시아의창 같은 곳을 찾아라!

이영아 :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업을 꼭 하셔야 하나요(웃음)? 그런데 사실 이 사업이 중독성이 있어요. 저희가 보육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주아동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다 보게 되거든요. 건강, 교육, 출생, 부모의 환경 등등요. 어렵기도 하지만 깊이 있고 폭넓게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빠져나오기 어렵죠.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아동과 김나희 간사

김나희 : 초기에 저희가 손편지를 쓰고 SNS에도 사연을 올리고. 소소하게 활동을 많이 했어요. 지역에도 많이 알렸고요. 이런 소소한 활동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중학생이 방문 온다고 하면 사실 피로감이 있죠. 그런데 프로그램을 해보면 이주아동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그러면서 연계가 되어서 지금 어린이집 에어컨도 군포중학교에서 주신 거거든요.

이형명 : 지원할수록 더 지원하고 싶은 게 아동 사업이에요. 그런데 아름다운재단도 담당자도 한계가 있으니까 늘 아쉽고 힘들어요. 그럴 때는 내부에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외부 소통 채널을 열면 좋겠어요. 물론 어린이집에 외부인이 오는 것은 당연히 부담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인연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조금은 손이 가더라도 외부와의 소통과 협업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번 사업이 국내에서는 드문 방식이고 새로운 시도가 많아서 그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늘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앞으로 이 사업을 하실 분들이 이런 과정을 모두 겪을 필요는 없을 거예요. 저희가 사업 과정을 담은 가이드북을 만들고 있으니까, 이걸 참고하셔서 힘들었던 부분은 쏙 빼고 좋은 부분만 경험하셨으면 해요.

 

글 박효원 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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