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주 노동자가 제법 왕래하는 서울시 구로구의 가리봉동시장. 그 한자리에 오롯이 머물러 만 20년 동안 환자들의 치아를 돌보아 온 ‘유 치과 의원’, 유광호 원장(53세)에게는 일요일도, 휴일도 따로 없다. 그것은 주로 일요일이 휴일인 중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각별하게 배려한 탓이다. 더군다나 그는 그렇게 발걸음 한 환자들의 형편을 고려해서 진료비를 무척 낮게 책정하는 경우도 매우 잦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치아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치아를 가진 사람을 진료하는 것을 소명으로 살아가는, 그야말로 진짜 의사인 까닭이다.
마음을 토닥이고 삶을 다독이는 치료
하루에도 40명이 넘는 환자들을 보살피는 유광호 원장. 환자들의 치아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마음을 토닥이고, 삶을 다독이는 그는 오세영(가명, 52세)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세영 씨는 아름다운재단과 스마일재단의 협력 사업인 ‘저소득 근로자 치과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유 치과 의원’을 노크했고, 유광호 선생님은 그런 오세영 씨를 한결같이 따뜻한 태도로 맞이했다.
“당시 오세영 환자의 치아 상태는 부분 틀니를 거의 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진료비도 엄청났고요. 하지만 제게는 재단의 취지도 그렇고, 오세영 환자가 건강하게 살 수 있게끔 치아를 치료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유광호 원장에게는 ‘저소득 근로자 치과 지원 사업’의 특성상 상당한 액수의 진료비를 감액하는 것이 대수롭지 않았다. 그뿐인가, 오세영 씨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진료비 또한 면액 처리했다. 그저 오세영 씨의 삶을 중요하게 여겼으므로 그는 오세영이라는 사람부터 들여다본 것이다.
“오세영 환자는 말수가 적었고, 착한 분이었어요. 그런데 사정과 형편이 어려워서 그런지 우울증도 있는 것 같았고, 삶을 포기하려 했던 경험도 있었던 것 같아요. 평상시에 식사 대신 술로 끼니를 때우면서 아무래도 정상적인 생활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치과의로서의 책임감
실제로 오세영 씨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앞니는 물론 어금니도 다 빠졌다. 좀처럼 음식물을 씹어 먹을 수도 없었다. 그뿐 아니었다. 그는 부정확한 발음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고 홀로 끙끙 앓는 경우가 참 많았다. 그래서 유광호 원장은 그의 치아를 치료하는 한편 심리적인 측면도 보살폈다.
“치아 발치와 틀니 제작, 상황이 힘들었죠. 위아래로 부분 틀니가 들어갔습니다. 7개의 치아에다 부분 틀니 고리를 걸 수 있게 보철을 해야 됐죠. 지금은 치료가 잘 됐어요. 요즘은 살도 좀 찌신 것 같고, 잘 웃는 것 같더라고요.”
환자들의 그 같은 모습에 그는 살맛난다. 물론 오세영 씨의 치료가 쉽지만은 않았다. 오세영 씨는 진료가 끝날 무렵, 6개월간 병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유광호 원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오세영 씨가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재단에도 연락을 취해가며 노력했다. 그 같은 그의 책임감 덕분에 온전히 치료받은 오세영 씨는 이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특별히 좋은 일을 한 건 아니에요. 제가 원래 하던 일이니까요. 솔직히 그냥 해 드리는 환자도 있고요. 다만, 치료받고 환자들이 제 손을 붙잡은 채 감사의 인사를 건넬 때 제 마음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굉장한 기쁨이 차오릅니다.”
당연한 도리, 나눔
삶에 나눔이 스며있는 유광호 원장. 하지만 15여 년 전만 해도 지금의 마음과 같진 않았다. 그즈음 그에게는 인생의 고비가 여실하게 나타났다. 한데, 그 고비의 언덕에 겨우 올라서고 보니 또 다른 풍경이 드러났던 터. 그가 힘겨웠던 만큼 힘겨운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그의 인생은 힘겨운 사람들과 동행하는 사이 지난날과 바뀌어 있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한테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것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기본이죠. 그래서 앞으로도 재단이 관련 협조를 요청하면 저는 기꺼이 응하고 싶은 용의가 있습니다.”
정말이지 유광호 원장의 말씨에는 큰 힘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살아가는 삶이 그의 말씨를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그는 치과의로서의 나눔도 그렇지만, 연말이면 수백 만 원의 사비를 들여 이웃에게 쌀을 전달한다. 결코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는 그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기초적인 도리라고 했다.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저 보편적인 삶을 나누려는 그의 마음.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이 사회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그의 소망. 그토록 나눔을 삶의 이치로 살아가는 사람 유광호란 존재의 발견, 그것으로 우리의 겨울은 따뜻할 수밖에 없을 것만 같다. 아무렴, 그의 곁을 스쳐 가는 많은 사람들은 그로 인해 올겨울을 무척이나 포근하게 날 것이다.
글. 노현덕 ㅣ 사진. 임다윤
<건강한이세상기금>은 구강 보건에서 소외되는 이웃들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지속적인 사업을 전개해나가기 위한 건강한 사회를 위한 치과 의사회(건치) 회원들과 아름다운재단 1%회원들의 귀한 마음이 하나하나 모인 기금입니다.
건강한이세상기금을 기반으로 하는 <저소득근로자치과치료지원사업>은 경제적인 이유로 구강보건에서 소외되는 이웃이 없기를 희망하며 보철치교 및 치과진료비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2013년 연말에 41명의 저소득 근로자를 선정하여 2014년 한해 동안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이 바라보는 복지는 ‘사회로 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입니다. 주거권, 건강권, 교육문화권, 생계권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사회적돌봄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임수연
이런분도 계시는군요. 선생님 홧팅.
만석
좋은생각, 좋은분, 좋은글 아침부터 기분좋게 시작합니다.
세상에는 참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고 갑니다.^^
뭉클
부끄럽지만, 선생님의 삶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뭉클.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