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협력단체인 아동자립지원단의 이석영 주임은 지난 2016년부터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장학금을 지급하고 관리하는 것은 물론 장학생을 모집하고 선발하고 이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모임과 행사를 조직하는 모든 일이 다 그의 업무이다.

이 기간 동안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큰 변화가 있었다. 국가장학금 확대에 따라 등록금 외 진로탐색이나 개인성장을 위한 자기계발비로 장학금의 용도를 확대한 것이다. 장학금은 1년에 총 400만 원을 지원하는데 등록금과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비로 사용되며, 장학생은 이 중 30%까지를 학업생활보조비로 사용할 수 있다.

아동자립지원단 이석영 주임


이는 사업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장학생들이 직접 장학금을 지급받아서 등록금이나 여러 가지 필요한 학습에 자기계발비, 교재비 등을 사용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장학금의 지급과 증빙, 관리 방식도 모두 기존과는 전혀 달라졌다.

장학생에게는 꼭 필요한 변화였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적응해야 하는 실무자는 매우 고단할 수밖에 없다. 이석영 주임은 바로 최전선에서 이 변화를 온몸으로 겪는 실무자이다. 변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고민과 노력도 그의 몫이다.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통해 꿈에 한발자국 더 다가가기를

이석영 주임을 통해 지원을 받는 아름다운재단 장학생은 1년에 60명. 분기별로 100만 원씩을 지원하는데,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영수증을 제출받으면서 장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 받는다. 상하반기에 1번씩은 직접 만나 밥을 먹으면서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고 일상생활도 확인한다. 동료와 함께 나눠서 일한다고는 하지만 업무량은 만만치 않다.

특히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장학생의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이다. 대부분 장학생은 쉽게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서지만, 이렇게 친밀하다가도 가끔씩 관계가 끊긴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장학금을 잘못 사용해 연락을 피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럴 때마다 그는 매우 마음이 무겁다. 워낙 생활비가 빠듯하다 보니, 아주 가끔은 장학생들이 일단 급한 생활고 해결을 위해 교육비를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장학금의 취지에 맞지 않기에 환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담당자로서는 이렇게 난처할 데가 없다.

이토록 힘든 것이 장학생과의 관계이지만, 반대로 그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 역시 장학생과의 관계이다. 이석영 주임은 “이메일 주고받는데 마지막 한 줄에 ‘선생님 감사해요’라고 적혀 있으면, 그런 말에 다시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그 맛에 계속 이 일을 하는 거라고.

한 장학생으로부터 전해받은 사랑과 정성이 담긴 선물


마침 그는 예쁜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다. 이날 만난 장학생에게 전해 받은 것이다. 다른 장학생이 오래 전에 만들었는데 이제야 전달받았다고 한다. 상자 안에는 작은 액자가 있었다. “석영 쌤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라는 캘리그래피 문구를 예쁜 꽃과 꼬마전구가 둘러싼 작품이다.

상자에는 정성스러운 메모도 들어있다. “쌤, 이제서야 선물을 보내요. 좀 더 빨리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더 신경+정성을 쏟느라 많이 늦어졌네요. ㅎㅎ 그래도 100% 핸드메이드로 엄청 X 100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많이 기뻐해주세요!!” 선물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득하다. 웃는 것도 같고 우는 것도 같은 복잡한 표정이지만 행복한 것은 확실하다.

이석영 주임의 또다른 주요 업무는 장학생이 참여하는 여러 가지 행사를 조직하고 자치활동을 지원하는 일이다. 아름다운재단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교육비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장학생들의 관계도 함께 지원한다.

아름다운재단 장학생들이 모여서 교류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사는 OT와 MT, 홈커밍데이다. 이와 함께 동아리 활동과 지역별 모임 등의 자치활동도 지원한다. 행사는 이석영 주임이 직접 기획하지만, 자치활동은 장학생들이 직접 기획해 운영한다. 일종의 자조모임인 셈이다.

“서로 많이 끈끈해요. 다른 친구들에게 못하는 이야기도 쉽게 나누고요. 장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그런 상황에 익숙하거든요. 자신이 시설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의 눈빛이 바뀌고, ‘너 진짜 부모님 안 계셔?’ 그런 질문도 받고…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편하게 자신을 오픈하기 어려운 거죠.”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행사는 참 품이 많이 든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어울릴 수 있어야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즐거워야 하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이 어려운 업무에서도 그에게 힘을 주는 것은 역시 장학생들이다. 그는 “MT에 다녀오면 장학생들 카톡 프사가 모두 MT 사진으로 바뀐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아름다운재단이 바라는 성과는 다릅니다

지난해 아름다운재단이 사업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꾼 것은 사회 흐름에 발맞춘 변화이다. 최근 장학사업의 가장 큰 흐름은 자기계발이다. 국가장학금 지원이 늘어나면서 등록금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늘어났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 생활 내내 각종 스펙을 쌓아야 하는 현실에서 장학생들에게도 더 많은 자기계발이 필요해진 것이다.

사업 방식은 새로워졌지만, 아름다운재단만의 특성은 놓치지 않았다. 이석영 주임은 “아름다운재단은 큰 성과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성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양적 성과에만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장학생을 선발할 때 성적을 안 봐요. 그래서 모집 기간 동안 질문도 많이 받아요. ‘저는 성적이 안 되는데 지원해도 되냐’고요. 사실 시설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은 성적이 잘 나오기 어려운데, 그것 때문에 아예 지원도 못하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소개서에서도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지를 주로 봐요. 슬픔이 아니라 희망을 보고 선발하는 거죠.”

앞으로도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이런 기본방향을 지켜나가면서, 동시에 더욱 세밀한 지원을 위해 끊임없이 사업을 개선해나갈 것이다.

장학생 한명한명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오늘도 그들과 함께 울고 웃을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사업이 일부 달라진다. 우선 학업생활보조비로 사용하는 금액은 영수증 증빙에서 제외시킨다. 장학생들의 편의를 신경 쓴 것이다. 또한 아름다운재단의 강점인 자치활동을 강화한다. 장학생들의 자치활동 횟수를 늘리고 선배 장학생들과 만나는 자리도 더 많이 만들 예정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사업은 이렇게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아름다운재단과 이석영 주임은 꾸준히 장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을 것이다. 그렇게 더 안전한 울타리가 되고 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석영 주임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아름다운재단 장학생과 예비 장학생에게 이렇게 응원과 당부의 메시지를 남겼다.

“장학금을 신청할 때 지원서에 본인의 꿈을 작성하도록 되어있어요. 그런데 살다 보면 그 계획을 제대로 실천하기 어렵고 꿈도 계속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부디 그 꿈을 잊지 않고 꼭 이루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힘들 때는 언제든 좋으니 편하게 연락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들 고마워요!”

글 박효원ㅣ사진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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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부모의 이혼이나 사망, 빈곤 등으로 인해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은 만 18세에 도달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호가 종료됩니다. 정부와 민간에서 여러 자립지원을 하고 있지만 충분한 준비나 유예기간 없이 자립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사회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불평등한 출발선에 있는 이들의 자립을 응원하며 학업유지 및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하고 자립준비를 위한 역량강화 및 지지체계 형성을 돕고자 합니다.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www.jarip.or.kr)과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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