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장학금이 참 많이 힘이 되었어요.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큰 응원으로 느껴졌거든요. 제 기부를 통해 지원을 받게 되는 친구도 그런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아니, 분명히 느낄 거라고 확신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기부를 하는 저도 참 기분이 좋고요.”
정소희 씨는 지난 2017년부터 아름다운재단의 장학금을 받는 2년차 장학생이다. 보육시설을 퇴소한 뒤 대학에 진학해 간호학을 전공하는 그는 3학년이 된 뒤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올해 그는 취업 준비와 실습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2주마다 영어로 된 의학용어를 몇백개씩 외우고, 환자들의 사례를 관찰해 보고서를 쓰고, 여러 병원과 병동을 돌며 간호 실습을 하고, 그와는 별도로 시험 준비까지 한다. 너무 힘든데 그래도 재미있다.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간호사로 그의 세계는 지금 한 뼘씩 넓어지는 중이다.
얼마 전 소희 씨는 아름다운재단 기부자가 되어 자신의 세계를 또다시 넓혔다. 지난 9월부터 매월 정기기부를 시작한 것이다. 기부 영역으로는 다른 학생들에게 교육비를 지원할 수 있는 교육영역 기금을 골랐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아, 지금부터 기부를 시작해도 되겠다
사실 소희씨가 기부를 꿈꾼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일시 기부는 진작부터 참여해왔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긴급재해 등의 이슈로 모금을 하면 열심히 참여했는데 그 때마다 기분이 참 좋았다. 같은 돈이라도 더 가치 있게 쓰일 만한 사람에게 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기부에 대한 꿈을 세웠다.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성공하면 나도 기부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취업을 하면 바로 기부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소희 씨에게 기부는 ‘성공’의 증거이고 자긍심인 셈이다. 그런데 그 계획이 좀 앞당겨졌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다.
“내년에 4학년이 되니까 취업 준비를 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서류에 옛날 이야기를 적잖아요. 그러면서 문득 지금이랑 옛날이 너무 비교되는 거에요. 옛날에 너무 안 좋아서,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잘 지내고 있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 지금 기부를 시작해도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렇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희씨는 참 많이도 힘들었다. 1학년 때부터 교수들은 그에게 미리 어떤 스펙을 따고 어떤 경험을 쌓아야 할 지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 성적이 좋은 그를 아껴서 특별히 챙겨준 것이지만, 시설을 퇴소해서 이제 막 자립을 시작한 그에게는 이런 제안들이 버겁게만 느껴졌다.
당시 소희씨는 주중에는 매일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을 하고 주말에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방학에도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해야 겨우 등록금을 벌 수 있었다. 아름다운재단을 만나기 전의 일이다.
다행히 2년 전 아름다운재단 장학생이 된 뒤부터 그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성적이 올랐다. 성적이 오르다 보니 학교에서도 성적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아름다운재단 지원을 받아 캐나다로 단기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두 달 동안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한 시간이었다.
만일 아름다운재단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면 소희씨가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 때 결국 간호사의 꿈을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첫 정기 기부처로 아름다운재단을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아름다운재단은 소희 씨가 참 존경하는 김군자 할머니가 기부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그는 마침 올해 김군자 할머니에 대한 영상을 봤다. 그 전에도 할머니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영상은 그에게 다시 한번 감동을 주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한 많은 평생을 보내면서도 많은 청년에게 장학금을 기부해주신 할머니의 삶이 그의 가슴을 쳤다.
포기하지 말고 꿈을 이루세요. 그리고 기부하세요
소희 씨는 참 꿈이 많다. 현실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지만 이대로 포기해 버리기에는 꿈이 너무 크고 절실하다. 그의 꿈은 간호사로 끝나지 않는다. 간호 경력을 10년쯤 쌓으면 그 뒤에는 세계 곳곳을 누비는 긴급구호 전문가가 되고 싶다.
고등학교에 막 입학하던 3월 중순 소희씨는 긴급구호 전문가 한비야씨가 쓴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런 직업도 있구나.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8시간 이내 현장에 투여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조하는 삶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먼저 간호사가 되어 현장에서 필요할 전문기술을 익히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소희 씨는 되도록 대형병원에 취업해 다양한 진료 과목을 경험하고 싶다. 특히 응급실과 수술실, 소아병동에서 일해보고 싶다. 일반 병동보다 많이 힘든 부서이지만 긴급구호 현장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소희 씨는 “스스로 생각해도 저는 힘든 길만 일부러 골라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말로는 “이러면 안되는데”라고 하면서도 그는 웃고 있었다.
기부에 대한 꿈도 계속되고 있다. ‘정기 기부’라는 목표는 이미 이뤘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고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시설에서 생활하는 다른 아동청소년들에게도 개인 후원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침 소희씨에게는 무척 아끼던 동생이 하나 있다. 친동생은 아니지만 친동생처럼 각별하다. 갓난아기일 때 시설에 들어와서 그가 ‘업어키운’ 동생이다. 말도 잘 못하는 아기였는데 이제 벌써 5살이 됐다. 처음부터 유난히 자신을 잘 따르며 “언니”라고 부르던 동생의 후원자가 되고 싶다. 동생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도록 든든한 언덕이 되고 싶다.
이 꿈을 위해서 소희 씨는 멈추지 않고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는 그렇게 많은 동생의 언니가 되고 누나가 될 것이다. 결국 그가 바라던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소희 씨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청소년과 청년들 역시 더 많은 사회적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각자의 꿈을 이루고, 그 다음에는 기부로 사회에 그만큼 환원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선배 장학생이자 새내기 기부자로서 그의 뜨거운 응원이고 당부이다.
“저는 장학금이나 여러가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 기회를 열심히 찾았어요. 그래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다른 친구들도 좀더 열심히 알아봤으면 좋겠어요. 막막할 때에도 ‘혹시 무언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시도했으면 해요. 그러면 길을 찾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모두 성공해서 꿈을 이룬 다음에는 꼭 기부하셨으면 좋겠네요.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글 박효원ㅣ사진 이현경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부모의 이혼이나 사망, 빈곤 등으로 인해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은 만 18세에 도달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호가 종료됩니다. 정부와 민간에서 여러 자립지원을 하고 있지만 충분한 준비나 유예기간 없이 자립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사회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불평등한 출발선에 있는 이들의 자립을 응원하며 학업유지 및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하고 자립준비를 위한 역량강화 및 지지체계 형성을 돕고자 합니다.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www.jarip.or.kr)과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