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도 어김없이,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휴식] 부문에 총 14팀이 선정되어 계획한 대로 혹은 좌충우돌하며 각자 나름대로의 쉼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합니다.

박주희, 신정은 님은 대만에 다녀왔습니다. 대만의 대자연,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유명지 곳곳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의 힐링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잘 쉬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낀 기회였답니다. 

 

2014년 11월14일부터 11월21일까지 7박 8일간의 긴 여정으로 인천녹색연합의 기둥인 보름(신정은)과 다람쥐(박주희) 활동가가 대만으로 활동가 쉼 연수를 다녀왔다. 출국 직전까지 쌓여있는 업무와 일상 속에서 숙박 예약도 다 하지 못 했지만, 준비과정에서 만났던 우리나라의 꼼꼼하고 친절한 블로거들의 도움을 믿고 ‘일단 가보자!’ 마음을 먹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대만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행 1일.

입국 첫날은 서로가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새벽부터 집에서 나와 대만에 도착하고도 타이페이 시내를 경유해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숙소 지우펀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찾아가야 했으니. 오후 4시 체크인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첫날부터 새로운 숙소를 구해야 할 판이어서 더욱 서둘렀지 싶다. 버스 안에서도 긴장한 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대만의 한자어들, 본 적 없는 나무들, 칙칙하게 느껴지는 건물 모습까지 낯선 환경을 보며 앞으로 펼쳐질 일주일이 어떻게 될지 기대반, 염려반의 마음으로 이동했다.

체크인 시간은 임박해오는데 지우펀에 도착하니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더군다나 옛거리 골목 끝에 있다는 숙소는 어디인지… 옛거리 골목의 끝이 맞는지 살짝 헤매다 숙소에 도착을 하니 긴장이 풀리지 않았을까. 짐을 풀고 밥부터 먹고 나니 정신없이 걸었던 옛거리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이날 하루는 그냥 그렇게 쉬기로 했다. 우리는 쉬기 위한 여행을 온 것이니까. 그리고 우리에게는 지우펀을 돌아볼 수 있는 내일이 또 있으니까. ^^            

여행 2일.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예류지질공원 모습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했던 택시투어. 리얼트립(real trip)을 통해 현지의 한국인 가이드를 미리 섭외했다. 우리가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예류지질공원. 이미 알려진 유명한 관광지이고,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하는 곳이라 사진으로 보긴 했지만, 사진 속의 주요 장면만 보다가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니 정말 놀라웠다. 굳어진 모래지형의 암반이 솟아올라 바닷바람과 파도의 풍화작용에 의해 기이한 버섯모양의 암석을 만들었다. 지금도 풍화작용은 진행 중이고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여왕두는 향후 10년 이내에 사라질 거라 한다. 내 발에도 부숴진 모래들이 잔뜩 묻어왔다. 

지역주민들이 사라져가는 여왕두 보존을 위해 인위적인 간섭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투표에서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도 한다. 관광지로 지역경제에 큰 소득을 주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대만 시민들을 보며 같은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라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를 생각하니 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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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지역

 

두번째 방문한 곳은 스펀. 이곳은 10가구가 살았다고 스펀(十分. 열 십 나눌 분)이다. 그만큼 작은 산골마을이다. 산등성이에 있는 지우펀에서 산비탈을 내려가 해안가 예류를 둘러보고 다시 산을 올라가 스펀까지 갔으니, 거의 강원도 한계령이나 대관령 옛길을 넘나든 수준이었다. 

이색적인 것은 스펀역을 지나는 핑시선 열차가 운행하는 철길 주변으로 백여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좁은 길가에 풍등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것이었다. 이 지역에 풍등이 유명해진 이유는 과거 워낙 오지인 이곳 지역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풍등을 띄웠고, 그것이 이제는 이 지역만의 특색이 되어 대만에서는 풍등을 띄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풍등 띄우기는 누구나 다하기에 ‘안할까?’ 하다 우리도 하고 왔다. ^^ 직업병인가? 그 와중에도 우린 ‘날아가다 떨어져 불나는 거 아냐?, 쓰레기 많이 나오겠다’ 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색상에 따라 소원의 의미가 달랐고, 우린 붉은색(건강), 분홍(애정, 결혼), 노랑(재물), 녹색(번창) 4가지 색이 담긴 등에 글씨를 써서 하늘에 띄웠다. 빚지지 않는 삶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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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스의 황금폭포를 배경으로

 

다음 관광지역은 진과스이다. 스펀에서 진과스로 이동하는 것도 30분 넘게 걸렸다.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산을 넘고 넘어 굽이굽이 구부러진 길을 오르락 내리락. 살짝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한국 같았으면 죄다 터널을 뚫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다. 

진과스는 금, 은, 구리 등 광물이 많이 나는 지역이었다. 일제시대 때부터 불과 20년 전까지 채광이 이루어졌지만, 인명사고가 난 뒤로 폐쇄했단다. 광물을 캐기 위해 판 땅굴이 단면으로 봤을 때 지그재그로 600km에 달한다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할 수 있는 거리. 그 안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죽기도 했단다. 잠시 들른 광산박물관에 200kg, 돈으로 환산하면 80억에 달하는 금덩어리가 있었는데, 다들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이드가 우리한테도 사진 찍으라고 했는데, “저희는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려구요.” 라며 안 찍었다. ^^ 금을 캐기 위해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죽거나 노동착취를 당하는데, 왜 수많은 광물 중에 하나인 금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기념품점에서 시어머니, 남편의 선물로 목걸이와 금괘모양의 usb를 샀다는 슬픈 현실.

→ 사진 배경은 땅속의 구리성분으로 인해 붉게 보이는 암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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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일대 풍경

 

대만 들어온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2일 동안 우리가 머문 곳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의 영감을 줬다는 지우펀이다. 과거 9가구만 살아서 뭐든 9등분을 했다고 지우펀(九分)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작은 마을인 이곳이 이렇게 커진 이유는 둘째날 갔던 광산 지역인 진과스에 광산이 개발되며 번 돈을 이곳 지우펀에 와서 소비하게 되면서란다. 


산비탈에 위치한 집들, 작은 골목과 계단들이 매력적인 이곳은 우리나라의 동피랑 마을이나 북촌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일본인 관광객과 드라마 <온에어>에서에서 촬영해선지 한국관광객도 매우 많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잠을 자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했다. 더군다나 이곳에서 2박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며 가이드도 놀랐다. 놀 것도 없는 곳에서 밤에 뭐했냐고. 하지만 이 번잡한 관광지에 관광객이 없는 비오는 아침의 산책은 잊을 수 없는 편안함을 주었다. 그런데 막상 다니고 보니 우리가 계획한 여행의 동선이 참 애매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다닐 수 있는 것은 충분한 여정과 예산 지원이 가져다준 결과. 그저 감사할뿐~^^

여행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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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밖풍경과 타이루거협곡풍경

 

전날 가이드의 조언을 참고해서, 화롄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다음날 자이를 가서 아리산에서 2일을 보내기로 정했다. 차편 예매 후 타이페이역에 가까운 숙소를 잡고 짐을 맡기고 화롄으로 고고고~~!!! <꽃보다할배>에서 봤던 타이루거 협곡을 가기 위해서다.

화롄에서는 택시투어를 계획했고 점잖게 호객행위를 하신 영어가 능숙하신 택시 기사와 함께 5시간 정도의 타이루거 투어가 시작되었다. 협곡 입구의 패루에서 인증샷. 주요 관광포인트인 장춘쓰(장춘사), 엔즈커우(제비구멍), 띠아오차오(흔들다리), 텐샹에서 세워주고 돌아보는 시간을 주었다. 이 협곡의 도로는 화롄 지역과 타이중을 이어주는 도로로 그 거리가 260km(?) 정도로 길다고. 이 도로를 만들며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절이 장춘쓰다. 압도적인 절벽의 위압감이 느껴지는 협곡이었다. 많이 기대를 해서인지 아님 긴 기차와 이어지는 차량 이동으로 인해선지 좀 피곤했다. 감동은 살짝 아쉽기도 했다. 택시투어가 아닌 오토바이투어나 자전거투어 혹은 걷는 여행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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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싱탄해변에서 본 태평양

 

타이루거 협곡을 다 둘러봤을 무렵부터 떨어지는 빗방울. 타이루거의 날씨는 일년 중 80%는 비가 온다고 한다. 그럼에도 관광 도중에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은 우리는 럭키가이라고 했다. 다음은 치싱탄(칠성단) 해변. 태평양을 바라보며 작은 자갈과 파도소리 그리고 넓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트이는것 같았다. 두 여인이 비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느끼는 동안 한 여인의 몸은 감기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때부터 약 4시간 가량 무거운 몸으로 우산으로 비에 맞서며 화롄 시내의 다운타운을 배회했다. 아리산을 가기 위해서는 좀 더 따뜻한 옷을 준비해야 했고 숙소에는 자정이 넘어 들어가게 되기에 저녁도 먹어야 했고 약도 사야 했다. 한문도 잘 몰라, 영어도 어설퍼, 중국어는 더 몰라. 그래도 그렇게 돌아다닌 것을 보면 참 놀랍고 이젠 전 세계 어디든 겁먹지 않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생겼다.

여행 4~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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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산의 대자연

 

아리산은 산림열차로 더 유명한 곳이다. 세계에 몇개 없는 산림열차로 자이역에서 3시간 30분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 많은 여행객들이 꼭 이 열차타는 것을 권유한 것이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2,200m가 넘는 고도를 지나며 각 기후대에 따라 다른 식생을 보는 그 자체가 가장 큰 볼거리라고 했다. 그래서 하루에 한번만 운행한다는 이 열차를 꼭 타고 싶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은 버스. 열차는 없고 오로지 버스로만 갈 수 있단다. 올라가서 보니 운행했던 산림열차 노선이 산사태로 손실돼서 복구가 되지 않고 있었다.

아리산공원 일대는 현재 국가산림보전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 자이역에서 아리산역까지 열차는 못 탔지만 아리산역 일대 열차는 관광용으로 여전히 운행되고 있었다. 마치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 과거의 열차 모습 그대로 있었다. 아리산의 유명한 5가지가 일출, 운해, 석양, 산림, 그리고 기차다. 워낙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수시로 구름이 넘나들며 환상적인 풍광을 보여주었다. 아침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주산역까지 기차를 이용해서 올라갔는데 구름 위에 있다 보니 전망대에서 보인다는 해발 4,000m가 넘는 주산은 구름 뒤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곳 아리산공원 지역의 숲을 천천히 걷고, 느끼고, 보며 이번 여행의 목적인 ‘쉼’을 온전히 즐기지 않았나 싶다. 숲을 다니며 사무실의 다른 활동가들 생각도 많이 났고, 아름드리 나무를 볼 때는 무참히 잘려나가 가리왕산의 나무도 떠올랐다.

여행 6~7일.

2박 3일간의 아리산 여정을 마치고 다시 타이페이를 거쳐 마지막 여정인 우라이로 향했다. 이제는 제법 대만의 교통편이 익숙해졌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대중교통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마지막 이틀 여정은 온천으로 유명한 우라이다. 대만 여행을 준비하며, 쉼에 목적을 두고 긴 여정의 마무리는 온천욕으로 여독을 풀고 쉼의 정점을 찍기 위해 우라이 예약을 해놨다. 첫날은 긴 이동과 우라이에 도착하면서부터 맞은 비로 지친 몸을 온천욕으로 이완 시켜주었다.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우라이 폭포와 우라이지역의 계곡

 

사전에 우라이의 정보를 확인하고 온천과 폭포, 꼬마기차를 확인했고 그저 관광지겠구나 생각 했다. 하지만 대만의 대자연은 마지막까지 여운과 감동을 주었다. 정보를 전혀 모르고 가서 감동이 더 할 수도 있었겠다. 천천히 도로변을 거닐며 노천온천도 확인했다. 현지인들은 비싼 돈을 내고 온천욕하는 우리같은 관광객들을 비웃을 수도 있겠다 싶게 길 옆 계곡에서 온천물이 솟아나는 게 정말 신기했고, 그 옆으로 무수히 늘어져있는 펌프와 파이프들을 보며 이 온천은 얼마나 갈까 싶기도 했다.

두 다리로 걸어다니며 보았기에 알 수 있었던 온천 지역의 현실을 뒤로 하고 레이동을 향해 도로를 걸었다. 길 가로등에 스피커로 현지 타이야 원주민의 음악일 것 같은 음악이 적당한 음량으로 흘러나왔다. 배경음악도 나오고 햇볕은 따사롭게 비춰주고 나비들이 날이다니며, 아래 계곡에서 들리는 물 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으니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생각치 못한 길에서 힐링의 정점을 느꼈다. 

우리는 상당구간 낯선 길을 찾아 헤매며 걸었고, 본의 아니게 길도 잘못 들어 구불구불 아스팔트길까지 한참을 걸었다. 오래 걸어선지 녹색순례(녹색연합 활동가들의 정기적인 도보순례)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덕에 대만에서 별의별 동물도 만났다. 길에 쓰러져 있는 박쥐, 원숭이가족, 뱀만큼이나 크고 긴 지렁이, 죽었어도 커서 놀라게 했던 거미까지. 숲길, 계단길, 아스팔트길을 오래 걸으며 대화도 많이 나누고 좋은 기억을 남기고 이곳 우라이까지 7박 8일간의 대만 여행을 마무리한다.

돌아갈 날이 다가오니 할일도 떠오르고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을 가족도 더욱 생각나고, 정말 진짜 잘 쉬고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도 느끼고 왔다. 잘 쉴 수 있도록 보내준 가족들, 사무처 식구들, 비용을 지원해준 아름다운재단까지 모두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여행이었다. 

글 / 사진 : 박주희, 신정은 (인천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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