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복잡해지는 사회문제는 하나의 조직이나 영역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다양한 조직이나 영역에 소속된 구성원이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시도할 수 있도록 <변화의시나리오 네트워크 지원사업>(이하 네트워크)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여성들의 연대와 자기역량 강화를 통해 권리 실현을 도운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시민들의 생태감수성 회복을 위한 담론과 실천방안을 제시한 <생태-예술-네트워크> 2개 네트워크의 활동을 지원했습니다. 지난 8개월 간 이들이 만든 ‘우리사회를 바꾸는 작은변화’를 전합니다. |
생태감수성 깨우는 생태예술네트워크
<생태예술네트워크>는 환경운동가 윤상훈, 황일수, 미술치료사 정은혜, 미학연구자 임지연 님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이다. 네트워크 결성은 ‘기후변화 시대, 자연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태도 변화를 어떤 방법으로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기후변화 대응은 다양한 주체들의 상호협력과 조정을 필요로 한다. 이는 생태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전제한다.
본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생태감수성 회복을 위한 담론과 실천방안 제시를 목표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 활동을 추진했다. 첫째, 워크숍을 통해 몸과 감각을 통해 자연의 존재들과 ‘조율’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워크북을 발간했다. 둘째, <2018 생태예술네트워크 컨퍼런스>를 통해 기후변화와 생태 문제를 다루는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소개했다.
<생태-예술-네트워크>는 시민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이성과 논리가 아니라 몸과 감각을 일깨우는 비언어적/예술적 접근이 필요하고, 이와 관련하여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실천방안을 모색했다. 향후 멤버들은 워크북, 자료집, 예술가-운동가-시민 네트워크 등 활동 결과물을 활용한 워크숍, 캠페인, 페스티벌 등을 개최하여 지속적으로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생태예술네트워크>의 윤상훈, 황일수, 임지연 님과 일문일답
Q : 멤버들은 어떻게 만났나, 네트워크를 만든 이유는?
A : 녹색연합의 내부 프로젝트 <미적경험아, 반갑다>를 통해 만났다. 업무로 지친 활동가들에게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하자, 그 자체로 활력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획이었다. 이후 정은혜가 순천만국제예술제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지금의 멤버들을 초대했다. 생태와 예술이라는 공통의 관심사 덕분에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어졌다. 올해 각자의 활동분야를 넘어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을 신청했다.
Q : 프로젝트명 ‘조율’은 어떤 의미인가?
A : 순천만에 가면 흑두루미 떼가 함께 날아오르고, 도둑게, 말똥게가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하나하나는 연약하기 때문에 다른 존재들과 튼튼한 관계를 이루어야 살아갈 수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개인은 스스로보다 관계 속에서 더욱 성장한다.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이를 확장하는 것을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치를 조금만 바꿔도 혁명이 일어난다고 하지 않나. 나 아닌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맺기를 ‘조율’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Q : 올해 어떤 활동을 했나?
A : 크게 나누면 워크숍과 컨퍼런스, 각각의 결과물을 정리한 워크북과 자료집 발간을 진행했다. 워크숍은 제주와 서울에서 세 번 진행했다. 우리는 몸과 감각을 통해 자연의 존재들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다양한 비언어적/예술적 방법을 실험했다. 예를 들면 1차 워크숍 컨셉은 ‘소리’와 ‘되기’였다. 동백동산에서는 동물소리를 내고, 스펙트로그램으로 풀벌레 소리를 기록했다. 사려니숲에서는 동물처럼 네 발로 기어 다녔다. 자세를 낮추기만 해도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실험의 결과는 워크북에 담았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의 형태로 제작했고, PDF로 배포할 예정이다. 우리가 직접 워크숍이나 강연을 해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한다면 혁명 내지는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Q : 혁명이라니, 도대체 워크숍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A : 워크숍을 통해 우리의 방법에 대해 확신을 얻었다. 사실 1차 워크숍 때, 제주에 가기 직전까지 너무 바빠서 기획단계의 컨셉만 공유하고 아무 의도나 계획 없이 자연에 들어갔다. 이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나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자연이 전달하는 진동과 파동을 느끼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반응했다. 워크숍이 끝나고 나니 나 자신이 다른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나만의 힘과 생명력을 깨달았다.
Q : 컨퍼런스는 어떤 내용으로 진행했나?
A : 컨퍼런스는 기후변화와 생태 문제를 다루는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소개하고, 서로의 문제의식을 나누는 자리였다. 보이스퍼포머, 시각 예술가, 그린 디자이너, 동물보호와 함께 하는 패션잡지 편집인, 해양 쓰레기로 작업하는 설치 예술가, 미디어 작가, 커뮤니티 아티스트, 노래하는 작가 등 8팀을 초청했다. 작가들은 우리보다 먼저 비언어적/예술적 방법으로 자연의 존재들과 대화를 시도한 사람들이다. 이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우리의 방법론을 정교화하려고 했다.
Q : <생태-예술-네트워크>의 네트워크가 확장되었다.
A : 작가 한 명을 알게 되면 최소 열 명이 따라온다. 기획자, 비평가, 관객 등 작가들이 맺고 있는 관계가 많다. 이것이 1차 네트워킹 대상으로 작가 그룹을 선정한 이유이다. 컨퍼런스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거나 서로의 활동을 지지했다. 그동안 각자 따로 떨어져 혼자 작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컨퍼런스를 통해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대화를 나눌만한 주제이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겠구나 확인했다. 내년에 당장 뭔가 해보자고도 했다.
Q : 프로젝트 전반에 대해 자체적으로 평가한다면?
A : 시민단체의 운동방식은 단정적이다.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사안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 이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단체들이 정책적, 예술적 접근을 균형 있게 다루면 좋겠다. 이에 우리의 방법론이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을까.
아쉬운 점은 많은 시민들과 만나지 못한 것이다. 올해 프로젝트는 우리의 방법을 검증하는 일종의 베타테스트였다. 우리에게 확신이 있어야 시민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실험의 결과를 워크북에 담았다. 향후 시민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우선 관심을 가질만한 단체나 개인들에 보내 피드백을 받고, 내년에는 워크숍, 강연 등 시민들과 만남을 만들 예정이다.
Q : 단체 활동에 비해 네트워크 활동은 어떤 장단점이 있었나?
A : 일단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한 달에서 한 달반에 한번 만났다. 각자 다른 성향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니까 네트워크 안에서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나뉘어졌다. 재미있는 점은 멤버들이 각자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가, 미술치료사, 미학연구자 이렇게 활동분야가 다르니까 사고체계와 언어도 다르구나 느꼈다.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우리끼리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Q : 향후 활동계획은?
A : 올해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생태감수성 회복을 돕는 방법론을 정리하고 관련 관계망을 확장했다. 이런 자원을 활용하여 시민들과 함께 워크숍, 캠페인, 페스티벌 등을 만들고 싶다. 양적 변화가 축적되어 임계점에 이르면 질적인 전환이 일어난다. 한 번에 팍 뛰어 넘는, 도약의 계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내년에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준비했으니까 내년에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Q : <생태-예술-네트워크>가 바라는 ‘세상을 바꾸는 작은변화’는?
A : 모든 사람은 각자의 소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자기 소리를 내지 못한다. 왜 그럴까. 자기 안의 고정관념이나 너는 이렇게 살아야 돼, 같은 다른 사람들이 설정해놓은 명령에 복종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올해 활동을 통해 작은 변화를 경험했다. 내가 관념적으로 가지고 있던 명령어가 사라지고, 내 안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나만의 소리를 내는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누구나 자기 소리를 내는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한편 ‘네트워크’를 실제로 경험했다. 머리로 이해했던 것이 마음으로 들어온 것 같다. 공통의 관심사를 매개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가 확장되고… 우리의 힘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확장된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나의 작은 변화를 표출한다면, 시민들이 생태감수성을 회복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작은변화’가 되지 않을까.
글 | 황선민 간사
고영옥
미술교육현장에서 오랜시간 미술교육을 하면서 이제 생태학적 감수성으로 접근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생태예술”이라는 말로 검색중에 아~ 이미 나른 체계적으로 활동하시는 그룹이 있구나! 하니 무척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