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지리산이음과 함께 2018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열고 지리산 5개시군(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의 활동가와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5명의 협력 파트너, 이름하여 “지리산 ㅇㅇ지역 네트워크 활동가”와 함께 했는데요. 이들과 작년 한 해를 돌아보고 올해는 어떤 작은변화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남원에 부는 작은변화,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협력파트너 ‘유지선 활동가’

지리산 동쪽에 위치한 남원에 문을 연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이하 작은변화센터)’에서 작은변화센터 협력파트너 유지선 활동가를 만났다. 2017년 아름다운재단(이하 재단)의 지리산 5개 시군 활동자원조사를 시작으로 작은변화센터 협력파트너 활동까지 인연을 이어가는 유지선 활동가. 2018년 봄날부터 협력파트너 활동을 시작하던 때로 시계를 돌려보듯 그동안의 소회를 물어보았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남원 활동가 유지선 활동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남원 활동가 유지선 활동가>

“처음에는 황당했어요. 뭐 해보고 싶은 활동 있으면 해보라고 해서요.” 한계 없이 자율권을 갖게 되니 뭘 해야 할지, 조직에서 여럿이 하던 일을 혼자 하자니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월 작은변화센터의 임현택 센터장(이하 센터장)과 아름다운재단 박정옥 간사(이하 재단 간사)가 찾아왔던 시간을 돌이켜보니 함께 방향을 잡는 과정이었고 스스로 길을 찾는 시간이었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게 17개 남원 시민단체 활동가 26명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작은변화포럼>을 진행했다.

서먹함을 녹이는 따뜻한 자리, 소셜 다이닝

3월에 작은변화포럼을 꾸리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매달 밥 한 끼 같이 먹는 ‘소셜 다이닝’을 진행했다. 다섯 번쯤 모임을 가졌을 때 ‘우리 모여서 밥만 먹고 그냥 이야기만 해도 되는 걸까?’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저도 성과가 안 보이면 안달복달하는데 센터장과 재단 간사가 속도 조절해주었어요. 남원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야 할 주제는 무엇인지 찬찬히 둘러보고 해도 늦지 않다고요.” 그래서 많은 논의를 거쳐 환경, 공동체, 건축 등 주제를 뽑고 지역의제를 살펴보았다.

유지선 활동가는 감이 있었다. 2017년 활동자원조사를 할 때부터 남원 시민단체가 모일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과거에 남원에서 평화의 소녀상 만들기 활동이나 전국 이슈를 다루는 시민단체 연대체가 구성되긴 했지만, 지역 의제를 찾거나 시민의 뜻을 모으는 네트워크는 없었다. 구심점이 누구냐, 참여단위가 누구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수 있어 누구도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활동자원조사 할 때 제게 넋두리처럼 이야기들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해보지 뭐, 안 되면 말고’ 하는 생각으로 판을 벌였어요.” 1년이 지난 지금 소셜 다이닝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은 ‘본인이 생각했던 연대체랑 달라서, 알아가는 시간과 단계가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남원 작은변화포럼 프로그램 중

남원 작은변화포럼 프로그램 중

작은변화포럼의 에너지는 역량 있는 시민단체 간 연결에서, 지역 의제 발굴과 해결에 열심인 사람 간의 연결 속에서 나왔다. 이 에너지로 지방선거 후 선출된 남원 시장과 간담회를 이끌어내고 포럼 내에 구성원 간 적정에너지 모임을 낳았다. 작년 연말에 작은변화포럼은 2019년에 제일 먼저 해보고 싶은 것을 투표로 정했다. 시정모니터단, 시민원탁회의, 환경문제 등이 순위에 올랐고, 교육 프로그램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 바탕에 느슨한 연대의 끈, 소셜 다이닝을 이어간다 하니 이들의 관계망은 어떻게 진화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남원에 부는 작은변화의 바람

아름다운재단의 작은변화센터 지원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사람 중심, 과정 중심’이다. 이 방향에서 협력파트너와 지역의제활동을 지원했는데 유지선 활동가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물어봤다.

“만족도가 높아요. 과정도 좋았고. 특히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이 좋았어요. 작은변화센터도 처음 하는 일이라 성과를 내야 했을 텐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갈까 같이 고민해줘서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제대로 왔다고 봅니다.”

작은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나 작은강좌/연구도 지원했는데 지역시민사회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물어봤다.

“다들 놀랐다, 뿌듯하다 했어요. 작은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결과공유회 이후 ‘작은 돈이 정말 알차게 쓰였구나’라고 모두 공감했어요. 그리고 뭔가 좀 다른 느낌이었다고. 그냥 ‘돈 주고 결과물이 중요해’ 이러지 않고, 처음에 좀 엉성해도 잘 할 수 있게 단계마다 함께 기획해줘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었다고요.”

유지선 활동가는 남원 시민사회의 작은변화와 본인 활동을 연결해 3가지로 의미를 꼽았다. 첫째, 단체 간 그리고 활동가 간 관계망이 형성되었고 내년에도 지속한다는 점에서, 둘째, 소셜 다이닝 구성원들 스스로 이 모임을 활용해 ‘남원지역사회 변화를 이뤄보자’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셋째, 남원 시민사회가 이제 활동을 해볼 만한 토대가 갖춰지고 역동이 싹트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했다.

<2018 작은변화의 시나리오 남원지역 간담회>

2018 작은변화의 시나리오 남원지역 간담회

네트워크 활동가, 변화의 첫 돌을 놓다

2017년 남원생협 이사로서 활동을 정리한 후 작년 한 해 소속을 따로 두지 않고 활동가 간의 관계망 짜기에 힘써 온 유지선 활동가는 사실 ‘마을 활동가’ 역할을 하길 원했다. 그러나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을 모으고 보듬다 보니 어느새 발 담그게 된 활동만 14가지였다. 그는 갖가지 모임과 활동 참여 덕분에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작은변화지원센터 협력파트너로서 인식하는 비율은 아직 그리 높지 않다. 그는 “생협 활동 10년 만에 남원생협 이사가 뭐하는 사람인지 아는 사람이 생겼는데 1년 갖고 기대하기는 어렵죠.”라고 했다. 어느 단체에 속한 바 없이 지역을 위해서 활동한다는 개념이 남원 지역에는 전무했기 때문에, 작은변화포럼과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의 영향력이 커져야 협력파트너의 역할에 대한 인식도 더 나아질거라 보았다. 

유지선 활동가는 올해 본인의 강점을 살려 곳곳에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바람과 정보를 공유해 사람과 사람을 더 많이 연결해 보려고 한다. 소셜 다이닝 활동을 하면서 신명나는 일도 있겠지만 갈등도 생길 수 있는 터라 이를 부드럽게 중재하는 역량 쌓기를 본인 과제로 삼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지역의 네트워크 활동가를 지원한다는 것은 잔잔한 동심원을 만드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역의제를 찾고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은 사람 사이의 관계망 속에서 시작된다. 그 관계 속에서 다양한 활동이 빈번히 일어난다면 지역 시민사회 생태계에도 새 바람이 불지 않을까. 남원지역 작은변화의 첫 돌을 놓는 유지선 활동가에게 사심 가득한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글 홍리 (지역사업팀 팀장) | 사진 임현택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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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과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이 함께 설립,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는 지리산권(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 지역사회 안에서 공익을 위한 활동이 확산되고, 시민사회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활동 주체를 발굴하고 다양한 활동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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