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30일 꽃샘추위가 극성인 주말, ‘한국이민사 박물관’에 특별한 방법으로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누군가는 시를 짓고, 누군가는 음악을 만들고 또 누군가는 그 음악을 연주하며 역사를 기억했던 감동의 순간!!
‘우토로와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를 소개합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인천항에서 고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고국의 땅’인 월미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는 지난해부터 ‘우토로 재일조선인’을 주제로 <기억할게 우토로 특별전>을 열고 있는데요, 이번에 특별전시와 연계하여 우토로의 역사를 기리는 작은 음악회를 개최했습니다.
음악회의 첫 시작은 유남희 시인이 우토로에 다녀와서 쓴 시 ‘우토로 아리랑’을 직접 낭송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땅은 일본 자의 것이다
땅은 뿌리내린 자의 것이다
올해도 육천사백 평 작은 땅 우토로에 봄이 왔다.
돋아나는 푸성이 한 잎에도 눈물이 맴돈다
풀 포기에도 나뭇잎에도 태극기가 펄럭인다
가슴마다 따듯한 무화과가 피고 있다.
– 유남희 ‘우토로 아리랑’ 중에서 –
나이를 지긋이 먹도록 우토로에 대해 알고 있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쓰게 되었다는 이 시는 고국의 땅에 돌아가지 못하는 재일조선인의 마음이 담겨있어 모든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다음은 ‘분당청소년 오케스트라’와 사물놀이 ‘청악’팀이 함께 연주한 색다른 연주회였습니다.
분당청소년 오케스트라는 미래의 주역인 초중고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로도 유명하지만, 2011년 우토로 마을에 방문해 연주할 만큼 우토로 문제에 오래전부터 깊은 관심과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연주회에서는 1. 아리랑 2. 가시리 3. 우토로에 바치는 노래 4. 레미제라블 5. 아름다운 나라가 연주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감동을 준 연주는 故김용교 지휘자가 작곡한 ‘우토로에 바치는 노래’였습니다.
故김용교 지휘자는 우연한 기회에 우토로에 방문했으며 1980년대까지 수도가 없어 우물 물을 먹는 우토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후, 최초로 우토로 마을 돕기 운동을 시작한 분입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에는 초등학교 친구들도 많았는데요. 작은 손으로 우토로의 역사를 기억하며 ‘우토로에 바치는 노래’를 연주할 때에는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을 담당하는 간사로써 뭉클하고 코끝이 찡했습니다.
감동의 연주가 끝나고 기립박수와 함께 시작된 앙코르 요청으로 ‘섬집 아이’가 연주되었습니다.
평소에 자장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관객들이 가사를 부르기 시작하자 이 곡이 이렇게 슬픈 곡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자님답게 청소년들의 집중시간을 고려(45분) 해 공연시간이 길어지지 않는 선에서 앙코르 곡은 아쉽지만 한 곡만 연주되었습니다. 모든 선곡이 좋았지만 여운이 남았던 앙코르를 끝으로 ‘우토로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는 끝이 났습니다.
행사에 함께 해 주셨던 분들은 바로 앞 전시실에서 우토로의 역사를 자세히 보고 느끼고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남겨주셨습니다.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평화기념관 건립뿐만 아니라, 이번 연주회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우토로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여러분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시겠어요?
아름다운재단은 우토로에 평화기념관을 짓습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들 뿐만 아니라,
다음세대의 우리 아이들이
우토로를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