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지리산이음과 함께 2018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열고 지리산 5개시군(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의 활동가와 공익활동을 지원하였습니다. 그 과정을 5명의 협력 파트너, 이름하여 “지리산 ㅇㅇ지역 네트워크 활동가”와 함께 했는데요. 작년 한 해를 돌아보고 올해는 어떤 작은변화를 만들어 가려 하는지 이야기 나눠 보았습니다. |
구례 시민사회, 기지개 켜다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협력파트너 ‘정태연 활동가’
구례 지역 협력파트너 정태연 활동가. 다른 4명의 협력파트너 활동가들보다는 조금 늦게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이하 작은변화센터)>와 인연을 맺어, 2018년 4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소개를 먼저 들어보았다.
“구례 사는 정태연이라고 합니다. 서울시 은평구 거주할 때 민주노동당 은평구위원회 위원장을 했었습니다. 서울시당 환경위원장도 했구요. 옆지기가 국립공원 관련 시민운동을 하는데 오래전부터 지리산에서 살길 원했어요. 그래서 2008년부터 살게 됐습니다.”
그는 구례에 정착하고 ‘구례곡성학교(현 지리산학교)’에서 <아름다운 길 걷기반>과 <지리섬진탐사반> 강사로 활동했다. 그간 정치, 사회, 노동 분야의 운동만 했었는데 구례지역의 아이들과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대자연을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서울공화국으로 대표되는 성장과 경쟁 담론을 뛰어 넘어 궁극적이고 생태적인 삶을 그리며 지리산을 택한 그에게 걷기는 최적의 콘텐츠였다.
길 걷기와 함께 병행한 초기 활동이 대안적 삶을 위해 대안에너지와 유기농법을 배우고 체험하는 ‘지리산 초록배움터’ 운영이었고, 섬진강을 좋아해 수달 지키는 활동도 했다. 그것을 인연으로 섬진강 길 걷기를 시작하면서 임실~남원~곡성~구례를 잇는 ‘섬진강길’ 만드는 활동가로,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지리산국립공원, 섬진강을 잇는 ‘한섬지 천리길’ 만드는 활동까지. 그는 길을 이으면서 또 다른 변화의 길을 모색해왔다.
함께 만드는 과정의 힘
정태연 활동가와 작은변화센터의 인연은 2018년 봄, 그가 협력파트너 역할을 하면서부터다. 그가 협력 활동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이 세상에 공정하거나 정의롭지 않은 것이 있다면 계속 바꿔나가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런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지역사회로부터 생겨나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구례라는 지역사회도 조금씩 변화가 있어야 될 텐데’ 하는 바람은 항상 있었지만 막상 하려니 애매한 게 있었어요. 그런데 오관영과 임현택 센터장이 와서 내가 구례에서 느낀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자는 취지라고 이야기해서 시작했습니다.”
지역사회 변화의 바람을 담아 시작한 협력파트너 활동, 그는 2018년 한해를 돌아보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의 힘을 성과로 꼽았다. 초반에 특정 의제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의제를 살폈다. 청년과 청소년, 지역의 공간 문제, 지방자치 예산 문제, 지역 매체의 필요성 등. 한편, 구례시민사회단체들의 협의체인 민주단체연합의 안정화를 목표로 했던 것은 성급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성격이 다른 단체들의 협의체 안정화가 진정한 목표가 될 수 있는가 당시에 고민이 많았다고.
그러던 중 커뮤니티 내에 구례군의원 배지 금액이 회자되면서 예산문제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생겼다. 그 모임이 구례살림연구회.
“그때 작은변화센터에서 작은강좌/조사 지원사업 할 때였는데 윤주옥 씨에게 작은강좌 신청해보면 어떻겠느냐 제안했어요. 그렇게 예산 관련 강좌를 열었어요. 교육 후 예산 감시 활동을 하는 모임이 자연스레 구성이 됐는데 활동 방식에 어려움이 있어 떠나신 분, 나중에 소문 듣고 찾아오신 분 등등 구성원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생겼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지역 의제
정태연 활동가는 작년 한 해 구례지역에서 사람들의 관심사를 집어내고, 그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시작점을 제안해왔다. 그의 연결 기획자 역할은 구례지역에 어떤 변화로 이어졌을까.
<좋은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주민토론회>
구례살림연구회에서 군 의회 모니터링을 하다 축협 오거리 인근 부지에 군립 매천도서관 이전에 60억, 전남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 이전에 50억이 투여될 계획이라는 것을 알았다. 구례읍 축협 오거리는 구례구청 및 군의회와 5개의 초중고교가 모여 있어 군내에 학생을 비롯하여 유동인구가 빈번한 지역이다. 운영주체가 다른 공공도서관 2개관이 한 부지에 들어서는 것은 예산이나 인력 등의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설계안이나 도서관 프로그램도 지역 특색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었다.
또 한편으로 재미있는 것은 이번 문제는 구례살림연구회 군 의회 모니터링에서 발견하였지만, 도서관에 담을 철학과 원칙 그리고 내용은 별도의 ‘좋은도서관모임’을 만들어 풀어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 청소년 미디어센터를 꿈꾸는 ‘구례TV 모임’에서 군의회 의장과 부의장을 찾아가 도서관 이전 문제부터 골프연습장, 지리산정원관리사업소, 군내에 산재하는 공유자산의 유휴실태 등 인터뷰 하기도 했다. 도시재생센터에서 준비 중인 청년몰이 생색내기용이 아닌 지역 청년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되기 위해서 청사진이 필요한 거 아닐까 고민하는 사람들까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배움의 요구가 생기고, 그 뒤로 활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 구례지역 시민사회 곳곳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역협력파트너는 ‘삼촌’이다
“저라는 사람이 많이 건전해졌다니까요. 과거에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런저런 대소사를 챙기는 게 다반사였다면, 이제는 조금 더 공적이고 공익적인, 어떻게 보면 제가 희망하던 일들이 조금씩 많아졌다고 볼 수 있죠.”
그가 정의하는 지역 네트워크 활동가는 “지역의 의제를 열심히 찾고, 관계를 맺어, 조건과 여건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고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협력파트너라는 역할이 더해지면 “가슴에 담아 두었던 아이디어가 스러지지 않고 희망이 되고 활동으로 움틀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구례에서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삼촌’이라 부른다고, 그는 작은변화센터의 협력파트너는 그런 ‘삼촌’같은 존재라고 한다.
작년에 구례살림연구회에서 의회 모니터링을 하다가 구례군이 골프연습장 토건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걸 알게 됐고, 이를 군의회에 문제 제기해 의원 만장일치로 14억 전액 삭감 시킨 사례가 있었다. 헌데 구례군은 올 상반기 추경으로 다시 올린다하고, 지역 토건 사업에 수십억이 잘 못 쓰여 감사에 걸려도 징계 하나 없는 상황이라고.
“건설토목 한 번 하려고 했던 분들 쉽게 접지 않잖아요. 케이블카도 그렇고. 전임 군수가 백두대간생태교육관, 지리산역사문화교육관, 목재체험관 으리으리한 규모로 만들어놨는데, 문제는 건물 지키는 사람만 있고, 그 안에서 운영할 프로그램 콘텐츠가 없는 거예요.”
하여 정태연 활동가는 올해 참여예산제로 가기 위한 과정을 사람들과 만들어 볼 계획이다. 구례군민들 스스로 정책을 제안하고, 예산을 계획하는 일명 ‘예산정책제안대회’가 그것. 올해 7월 개최를 목표로 현재는 구례살림연구회 회원들과 참여예산제도 학습에 매진하고 있다.
글 홍리 (지역사업팀 팀장) | 사진 임현택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센터장), 정태연 (구례 지역 협력파트너)
[홈페이지 둘러보기] ‘아름다운재단’과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이 함께 설립,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는 지리산권(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 지역사회 안에서 공익을 위한 활동이 확산되고, 시민사회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활동 주체를 발굴하고 다양한 활동을 지원합니다. |
겨리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