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지리산이음과 함께 2018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열고 지리산 5개시군(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의 활동가와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5명의 협력 파트너, 이름하여 “지리산 ㅇㅇ지역 네트워크 활동가”와 함께 했는데요. 이들과 작년 한 해를 돌아보고 올해는 어떤 작은변화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지 이야기 나눠 보았습니다. |
신나고 , 재밌고, 해보고, 지치고, 다시 신나고~
–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협력파트너 ‘이순경 활동가’
박경리 소설 <토지>의 최참판댁과 화개장터 그리고 섬진강을 끼고 펼쳐진 짙고 푸른 차밭이 떠오르는 지역, 경남 하동. 이곳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이하 작은변화센터)]의 협력파트너 이순경 활동가의 주요 활동 무대이기도 하다. 그와는 2017년 아름다운재단(이하 재단)의 지리산 5개 시군 활동자원조사를 시작으로 인연을 맺었다. 작년 작은변화센터와 함께한 그의 지역 활동은 어땠을까.
“신나게 돌아다니면서 그래도 이것 해볼까 저것 해볼까 많이 궁리하고 바쁘게 지냈어요. 그러다 과부하가 걸리면 가라앉았다가 다른 지역 분들 만나 자극받고 또 궁리하는 순환의 시기였어요. 신나고, 재밌고, 해보고, 지치고 다시 신나고, 재밌고, 해보고, 지치고. 계속” 그는 당시의 감정을 어깨를 들썩이고 고개를 푹 숙이며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의 첫 활동은 하동 내 단체들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잘 안 됐다고.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발 벗고 나서서 같이 일하지 않는 이상 해결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신 단체들이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게 작은변화의 시나리오나 작은조사, 작은강좌 사업을 제안하고 이를 활용한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작은변화센터 공모사업의 또 다른 장점
이순경 활동가는 관심사가 닿아 모인 사람이 지역 의제를 찾고 활동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일 외에도 작은변화센터의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 단위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중 가장 활발하게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곳이 ‘하동생태해설사회’. 그 외에도 ‘걸음으로 잇는 악양 생태길’과 ‘섬진강과 보성강의 수생식물 조사’ 지원받은 모임이 있는데 모두들 재밌고 알차게 활동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뿌듯했다고.
“공모사업을 핑계로 만나자고 연락하고 이야기 나누다가 뭐가 필요한지 알게 되고, 제가 어떤 일 하는지, 그러니까 작은변화센터 협력파트너 활동을 설명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저를 통해 연락해라 얘기도 하면서 지역에 창구를 열 수 있었어요. 공모사업이 없었으면 이들과 서로 나누는 자리가 없었을 테니까요.”
정체된 지역 시민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은 그에게 큰 숙제였다. “제가 아름다운재단 분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그 기분을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모아 기획하고, 여럿이 역할을 나눠 맡는 새로운 활동 방식을 배우고 익혀 기존 단위에 활력소가 되고 싶었다. 그의 목마름을 아름다운재단과 작은변화센터가 채워 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는 재단과 만남이나 센터와 회의나 교육이 각자의 생활 영역에서 각자 활동하며 할 수 있는 최대 횟수인 건 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느낀다.
그는 ‘작은변화센터 협력파트너’, ‘지역 네트워크 활동가’ 라는 명칭에서 하동의 시민사회를 아울러야 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그런데 하동에서 자신의 역할이나 위상은 그리 크지 않아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작고, 한편으로 활동의 폭을 이미 정해 놓은 악양면 사람들과 주로 마주하다 보니 도모할 기회는 매우 한정적이라고 느낀다.
뽀그르르 솟아오르는 작은 변화
그렇다고 그에게 고구마 백 개 먹은 것 마냥 답답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 내 ‘책보따리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다자녀, 저학년 부모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부모 모임을 만들고, 청소년 공간도 마련했다. 그곳에 청소년들이 모여 자신들의 놀이터로 삼기 시작해 보람차다 말한다.
“부모 모임에 적게는 8명 많게는 20명 남짓 모여요. 제가 계속 주도하다가 하루는 아파서 빠진 적 있어요. 그래서 다른 구성원에게 모임 주도해 봐라 했는데 이야기가 풍성히 나왔다고 해요. 그때 변화를 느꼈어요. 저 없이도 갈 수 있을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건 모임이 자생력을 가진 거니까요”
이 네트워크가 얼마나 긴밀히 활동하느냐, 청소년들이 모임을 구성하였느냐를 평하기보단 하동의 악양면부터 조금씩 고리가 이어지고 있음에 집중해 보자. 고구마 백 개를 먹고도 다시 신나게 외칠 힘을 주는 이 모임이 작은변화 사이다이기 때문.
“제가 힘이 빠지는 찰나에 저랑 같이 함양 가서 놀이판 교육 들었던 친구가 갑자기 열심히 하더라구요. 이렇게 한 사람이라도 나오면 되는 거잖아요? 한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이 씨앗이 되어서 또 할 거니까. 지금은 책보따리에서 뭔 행사를 해볼까, 우리도 애들 데리고 함양 놀이판 같은 거 놀아볼까, 이런 얘기가 나와요.”
아이들과 부모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사람들이 모였고, 그들이 스스로 모임의 내용을 만들고 운영하는 첫걸음을 떼었다. 그는 올해 활동의 범위를 악양면 밖으로 넓히고자 한다. 그도 부모 모임처럼 첫걸음 떼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 이제 작은변화의 방울을 찾아 이어주고 활력을 줄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본다.
청소년 공간을 만들 때 역시 악양의 변화에 대해 사람들과 논의하고 교육, 청소년 분야를 다루었으면 좋겠다 의견이 모아졌다. 공간 필요성에 동의하고, 만들기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일 때 신나고, 재밌었다. 공간이 만들어진 후 지역 어른에게 공간에 대해 지지받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도움의 손길이 닿았을 때 좀더 적극적으로 지역에 이 공간의 존재를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청소년 위원회를 꾸리고, 그 공간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잘 되지 않아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청소년이 공간의 주인이 된다는 것, 그 공간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되려면 그 과정에 참여하고 함께 했어야 했다는 것을 안다. 비록 그 과정이 부족했다 하더라도 올해 청소년들과 공간 운영에 대해 공부하고, 그 같은 공간을 방문하는 활동을 해본다면, 그리고 청소년 공익활동을 하는 친구들과 교류의 장을 마련해 본다면 다시 신나게를 외칠 수 있는 판이 벌어지지 않을까.
사람과 과정을 중심에 둔 파트너십
작은변화센터 임현택 센터장과 재단 박정옥 간사는 매달 5개 시군의 협력파트너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각자 지역에서 홀로 활동하는 그들과 작은변화센터가, 재단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게. 그리고 지역에서 펼치고자 하는 또는 달리고 있는 활동을 듣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엉켜있던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한다.
“두 분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 맞아’ 정신도 차리게 되고, 차분하게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만날 때마다 좋았어요. 그리고 배려 받고 있다는 느낌 많이 들었고요.”
이순경 활동가는 매월 5개 시군 협력파트너와 함께 만나는 자리도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다만 함양의 이은진 활동가 옆에 빈둥 밴드가 있듯이 본인에게도 딱 두 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악양 외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려 한다. 그 곳이 하동참여자치연대. 이 단체는 과거 홍준표 경남도지사 시절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과 ‘학교급식 지원조례’가 통과되고 경남도 무상급식이 사실상 없어졌을 때, 학부모가 주축이 되어 건강하고 평등한 학교 밥상 지키기 활동을 하면서 단체로 성장했다.
“그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악양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하동읍내 외 두루두루 있어요. 요즘은 ‘하동에서 너네(하동참여자치연대)가 희망이다’ 하면서 어르신들이 가입을 하세요. 태양광, 축사 이런 거 마을에 자꾸 건립되니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사람이 모이니 단체가 분명 해야 하는 역할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운영진들이 덜 부담스럽고 덜 지치는 형태로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협력파트너의 입장에서 제안할 것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작은변화센터가 사람 중심, 과정 중심의 파트너십을 주요 가치로 삼는 이유는 과정부터 주체가 되어야 자기 활동이 되고, 시민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순경 활동가가 느낀 느낌 그대로 그도 올해는 하동지역을 누비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함께 고민을 나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홍리 (지역사업팀 팀장) | 사진 임현택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센터장), 이순경 (하동 지역 협력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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