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과 지리산이음이 함께 하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2018년 주요한 활동은 지리산권 5개 시군의 활동가, 활동들을 연결하고 알리는 일입니다. 이 활동은 작은변화지원센터 혼자가 아니라 5개 시군 각 지역의 협력 파트너 활동가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지역의 협력 파트너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의 작은변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소진이 아닌, 영혼이 살찌는 활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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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하동군 협력 파트너 이순경 활동가 인터뷰

이순경 활동가는 하동군 악양면에 15년 전에 귀농했습니다. 귀농 후 처음 몇 년 동안은 적응하는 시간을 갖고 그 이후로 지역의 작은도서관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몇 년 전에는 경상남도를 발칵 뒤집어놓은 무상급식 이슈 관련 하동학부모연대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했고, 이후 ‘하동참여자치연대’라는 단체를 설립하는 과정까지 참여했습니다.

2년이 넘는 무상급식 운동으로 몸도 지치고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도 지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2016년 아름다운재단의 지역사업 조사 과정에서 아름다운재단을 만났습니다. 그 인연으로 2017년 하동지역 조사 담당자를 맡아  2018년에는 하동군의 지역 협력 파트너로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동군 협력 파트너 이순경 님

하동군 협력 파트너 이순경 활동가

Q.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지역 협력 파트너로 함께 하게 된 동기는 무얼까요?

이순경 활동가 (이하 이) : 지금까지 해왔던 일은 제가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뚜렷하게 있고, 그걸 해야 되는데 내용을 채워 넣고 실제로 펼쳐내야 되는 것까지, 사람을 설득해서 같이 하자고 해야 되든지 설득이 안 되면 나 혼자라도 해야 되는, 그런 일들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일들이 대부분의 시골에 보통 살았던 사람들한테는 좀 버거워요. 저도 버겁고. 서로가 버거운 거죠. (중략) (2016년에 만나서) 저의 이야기를 하면서 뭐랄까, 좀 시원함이랄까, 공감 받는 느낌이 있어서 일단 만나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하려고 하는 일들이 무겁지 않아서 좋았고. 그리고 내가 지역에서 살면서 의미 있는 일 하고 싶다는 꿈을 접지 못하는 한 일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급하게 이뤄지는 일들 위주로 하면서 책임져야 되고 지켜야 되고 이런 것만 했는데 그런 거 말고 이제 사람들하고 커다란 목표가 있어서 무조건 그 목표로 전진하는 게 아니라, 만나서 얘기를 하면서 목표도 같이 만들어나가고 이러는 일들을 차근차근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나한테 그런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배울 수 있을 거 같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새롭게 활동하는 방법, 지역에서 지속가능하게 활동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협력 파트너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협력 파트너의 역할, 할 일을 명확하게 제시해주지도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활동해온 습성을 마음먹은 만큼 금새 바꿀 수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무엇보다도 같은 지역에서 이런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새롭게 도전해볼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현실도 한 몫 하구요.

이 :  하동에 시민사회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어요. 권력의 편에 있는 게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고 또 그들이 관심에 두지 않는 것들을 관심 가지고 이야기하고 적절한 대안도 모색하고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럴 만한 세력이 아직은… 사안이 생겼을 때 그 사안 중심으로 만나고 대응하고 이런 거는 그때 그때 있었던 거 같은데. 그게 하나의 세력으로 자리잡는 것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더라구요. 농촌이라는 특성이, 먹고 살아야 되는 도시처럼 주말이 딱 보장이 된다거나 이런 게 아니고 농번기가 되면 아무 것도 못하고 그런 거 있잖아요. 또 활동가들도 지쳤다고 이야기하고 활동가들은 지금 하는 활동이라도 유지해나가는 데 자기네 전력 소모가 큰데…

지난 4월 모떠꿈 워크숍에서 하동 활동가와 함께 하는 모습

지난 4월 모떠꿈 워크숍에서 하동 활동가와 함께 하는 모습

하동군, 특히 악양면에는 섬진강과 지리산사람들, 생태해설사회, 지리산학교 등 여러 단체들에서 여러 활동가들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면 단위의 작은 단위에서 활동을 오랜 기간 활동을 하다 보니 새롭게 배우는 것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을 소진하는 경우가 많고,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을 유지해나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이야기하고 논의하고 실천해보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 같아도 현실적으로 함께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겠지요.

이순경 활동가는 여러 번의 만남 시도와 설득 과정을 통해서 ‘왜 안 되지?’, ‘왜들 안 움직이지?’ 이런 실망도 하고 좌절의 시간도 경험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상황에 당장 하동군에 활동가 네트워크 모임을 조직해서 무언가 일을 새로 벌이는 것보다는 작은 일부터, 본인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서 무언가 새로운 일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첫 시작으로 지역의 몇몇 청년들과 함께 악양 지역의 거점공간이 될 만한 공간을 찾아보는, 그 공간을 꿈꾸고 현실화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장기 계획을 구상하고 있구요.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이순경 선생님 활동의 기반인 ‘책보따리 작은도서관’ 구성원들과 함께 작은도서관이 활발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 외에도 하동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활동가들을 수소문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는 활동도 고민하고 있구요.

그리고 또 이순경 활동가가 하동, 삶의 터전인 악양에서 꼭 해보고 싶은 활동도 있답니다.

이 : 제가 하고 싶은 거? 있죠. 신문과 방송, 그런 것도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시골살이라는 게 혼자만의 세계에 딱 갇혀 살기가 너무 좋아요. 그런데 세상 이야기는 내 삶에 영향을 미치잖아요.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세상살이에 대해서 서로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작게는 내 주변 마을 이야기부터 해서 하동, 그리고 전체 대한민국, 세계 이렇게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골은 신문은 거의 안 읽고 애써 찾아 읽지 않으면 신문 같은 거 보기가 힘들고. 관의 눈치 보는 언론사, 지역신문이 만들어내는 지역 소식이 전부 다니까. 거기에 정말 우리가 알아야 될 소식들이 있을까?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사람들이 그 정보에 접근하는 경계가 좀 낮아지면 사람들의 인식은 조금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의도나 지향점을 담지 않아도 주변의 사실들, 알아야 될 그런 것들만 제때제때 공유가 되어도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고 싶어요.

마을신문, 꼭 신문이 아니어도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매체에 대한 고민은 오래된 고민입니다. 서로에게, 우리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토론도 하고 실천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협력 파트너로 활동하는 동안 이런 고민을 나누고 마을신문 등 매체 활동을 위해 필요한 교육도 기획하고, 무엇보다 관심을 갖고 함께 해줄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활동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순경님 / 사진 임현택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

이순경 활동가 – 사진 임현택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

이런 많은 고민과 활동, 또 좌충우돌의 활동을 통해 2018년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요. (중략) 그리고 다시 새로 잘 시작하기. 그래서 (이전의 활동방식과 다르게) 활동하는 그 과정이 즐거웠으면 하는, 그 과정에서 제 마음이, 영혼이 살찌는 느낌, 피폐해지는 그 느낌이 아니고, 그런 활동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죠.

협력 파트너 활동 3개월이 지난 지금, 많은 생각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 제안도 하고 좌절도 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할까가 명확해지는 않았습니다. 또 이전에 활동하던 방식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그냥 나 혼자 할까?’, ‘내가 먼저 할까?’ 이런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마음과 습관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되나?’, ‘이게 잘 하는 걸까?’, 이런 고민과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가 사는 하동군, 그리고 악양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나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궁리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아직은 무엇 하나 명확하지는 않지만, 하동군이 어떤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더 효과적이고 재미나게 새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까를 고민하고 그 고민을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함께 하는 과정 자체가 하동에서 작은변화를 만들어가는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좌충우돌의 현실에서도 이런 믿음으로 즐겁게 재미나게 활동해나가는 이순경 활동가를 응원합니다!

 

사진ㅣ임현택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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