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지리산이음과 함께 2018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열고 지리산 5개시군(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의 활동가와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촌 골목마다 피어나는 봄꽃을 채 느껴 보기도 전, 아름다운재단 지역사업팀 신입간사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간사가 떠난 첫 지리산 4박 5일 출장기. 봄을 맞이해 바쁘게 피어나는 지리산 자락의 생명만큼이나 들썩들썩한 열기로 가득 찼던 그곳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이 지역사업을 하고 있다고?

내가 아름다운재단 지역사업팀을 지원하게 된 이유 중 하나, 바로 건강하고 튼튼한 지역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뼛속까지 서울러인 나는 탈서울을 꽤 오랫동안 꿈꿔왔다. 그러나 간절히 바라 보아도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여기를 떠나 지역에서 삶을 다시 꾸린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늘 이런 아쉬움을 갖고 있던 차에 아름다운재단의 지역사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지역 사회의 필요와 특성에 맞도록 활동가와 지역 공익활동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역사업은 내가 살고 싶은 사회의 기틀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단순히 관심과 고마움을 넘어 그 역할에 함께 하고 싶어 재단 지역사업팀에 지원하게 되었다.

지역사업팀 출근 첫날 책상. 환영문구와 선물이 놓여 있다.

지역사업팀 첫날, 두근두근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름다운재단 바깥에서 지역사업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지역사업이 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활동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익활동을 지원한다는 설립 목표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만큼 지역사업은 재단이 활동하는 영역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만큼 재단 홈페이지와 블로그 곳곳에는 그간 재단이 활동해 온 지역사업과 관련한 글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다. 지역사업팀에 들어온 후 글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으며, 이렇게나 많은 활동이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이번 출장길에서는 나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사무국 식구들, 지리산5개시군 지역네트워크 활동가 협력파트너들, 그리고 지역의 공익활동을 직접 만나러 가는 출장이었다. 초짜 간사인 나에게 맡겨진 임무는 딱히 없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지역 활동가분들과 작은변화지원센터 사무국 식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첫째날. 지리산 산내면 사람책을 만나다

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가 위치한 이곳에서는 오래전부터 귀농·귀촌한 이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며 돈독하게 살고 있다. 2000명 인구 중 500명이 귀농·귀촌한 이곳 산내면은 비교적 젊은 청년세대가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이 이어진다.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꾸리고 있는 지리산이음 구성원들도 대부분 이곳 산내면에 살고 있다. 이곳에 있으면 흥미로운 지역 활동과 그 활동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늘 가까이에서 만나고 어울릴 수 있어 지역을 이해하기가 보다 쉽다. 또한 새로운 활동을 산내면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보고, 남원·함양·산청·구례·하동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마을카페 토닥' 전경

사진출처 :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마을카페 토닥’

산내면에 내려간 첫날,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에서는 지난 3월에 이어 두번째 월간 사람책이 열렸다. 월간 사람책은 귀농·귀촌 20주년을 맞이한 이들이 모여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 계획인지’를 마을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자리다. 20년의 세월 동안 산내로 귀농·귀촌한 이들의 삶과 역사를 2시간 동안 나눈다는 점에서, 처음 산내면에 내려온 나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날은 산내면 타이틀 부자(!) 최석민 님의 월간 사람책이 열렸다.

월간 사람책 4월 최석민님 브로셔와 함께 곁들인(!) 차

월간 사람책 4월 최석민님

20년 전 실상사 농장을 시작으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최석민님은 이후 귀농·귀촌한 이들의 비빌 언덕이자 산내면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귀농·귀촌하게 된 일생의 배경과 이후 삶에 대해 쑥스러운 듯, 하지만 막힘없이 전달하는 최석민님의 이야기에 자리에 함께한 모두가 귀 기울여 경청했다. 이전부터 알고 지낸 가까운 이들에게 월간 사람책은 그간의 추억을 되짚고 사람책 주인공의 몰랐던 면면을 발견하는 자리였다. 반면 새롭게 만난 이들에게는 귀농·귀촌의 역사와 현재 마주하고 있는 고민을 풀어볼 수 있는 해답의 지점들을 엿보게 하는 자리였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청년세대에게 귀농·귀촌이 핫 키워드인 만큼, 만일 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그들 청년에게 가 닿는다면 어떤 의미를 남기게 될까?

그날의 이야기가 개인 삶의 맥락과 시대 등 여러 요소들이 교차해서 만들어진 최석민 님만의 서사겠지만, 한편으론 현재 귀농·귀촌을 꿈꾸는, 혹은 이미 귀농·귀촌을 한 모든 사람이 겪는 고민을 이미 오래전 겪은 선배이기에, 그의 이야기에 담긴 교훈과 성찰이 분명 누군가에는 의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월간 사람책의 이야기는 우리가 도시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에도 어느 정도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넘어 도시와 다른 지역에 있는 이들에게도 월간 사람책의 이야기가 더 너르고 길게 전해진다면 어떤 파동을 만들어 낼지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았다.

마을카페 토닥에서 진행된 월간 사람책 사진. 왼쪽에는 진행자와 사람책 주인공이 있고, 오른쪽에는 자리에 참석한 마을 주민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다.

흥과 이야기가 넘쳤던 월간 사람책, 즐거웠습니다

둘째날, 지리산 어벤져스, 지역 협력파트너를 만나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는 지리산권 5개시군(남원·함양·산청·구례·하동)의 활동가와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말이 권역별 묶음이지 5개시군 중앙에는 둘레만 해도320여km가 넘는 지리산이 턱 하니 버티고 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지역은 제아무리 도(道)가 달라도 옆집 드나들 듯 쉽게 넘어갈 순 있다. 하지만 하나만 건너 넘어가더라도 차로 1시간 30분이 넘는 꽤 먼 거리다. 그 때문에 남원에 위치한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혼자서 5개시군을 전부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리산 지도. 가운데에 지리산이 있고 시계방향으로 함양, 산청, 하동, 구례, 남원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지리산은 정말 매우 크고도 큰 산입니다 (놀라움)

또한 지역이 가진 특수성을 제대로 알고 지역 내 활동가, 공익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촉진하기 위해서는 외부인보다는 내부 당사자가 더 제격이다. 그래서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는 시군별로 지역 협력파트너를 선정하고, 이들과 함께 지역의 공익활동을 발굴하고 촉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협력파트너들은 2018년에 이어 올해도 앞서 말한 역할 뿐 아니라 지역 내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4월 10일 있었던 협력파트너 간담회는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다. 이 자리에 참석해 협력파트너들과 첫인사를 나누고, 현재 진행 중인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재단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지역에서 일어나는 공익활동에 대한 정보가 1도 없던 터라 이 자리는 정말 값지고도 귀한 자리였다. 지역 공익활동의 정수 중에 정수만 모아 협력파트너들에게 직접 듣는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지역의 이슈들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동 ‘작은도서관책보따리’에서 열린 협력파트너 간담회.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하동 ‘작은도서관책보따리’에서 열린 협력파트너 간담회

지역별 의제를 중심으로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진행 예정 중인 활동에 대해 들으며, 공익활동의 지역 내 역할과 파급력, 앞으로 확장 가능성, 그리고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에 대해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역의 공익활동은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과는 정반대로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인구 부족에 따른 어려움은 지금껏 수도권에서는 상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또 다양한 사람들로 인구가 구성되지 않다 보니 활동을 꾸리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파트너들은 지역의 숨은 자원들을 속속들이 찾아내고 이들을 엮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있었다.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소한 일들을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는 협력파트너들은 간담회에서 쉼 없이 정보를 공유했다. 혹시나 우리 지역 활동과 연결할 지점이 있지는 않을지,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협력파트너들을 보고 있으니 어벤져스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의 이야기마다 ‘부럽다, 재밌겠다, 좋다좋다’를 연호하며 맞장구쳐주는 모습을 보며, 협력파트너들이 모인 이 자리가 지역의 공익활동들이 힘을 잃지 않고,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카페에 둘러 앉은 협력 파트너들이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고 있다.

간담회 끝나고 소담소담 이야기 나누는 자리

너르게 흩어진 사람들의 고민과 의지를 자신의 시간과 노력으로 하나하나 꿰고 있는 지역 협력파트너들.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역 공익활동에 활기를 불어 넣고, 앞으로 더 많은 활동과 참여를 상상해 볼 수 있게 한 그들의 노력이 참으로 멋졌다. 이들이 지역 곳곳에서 해내고 있는 역할은 작게는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지역 사람들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모두의 걸음걸음을 만드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크게 해석하면 수도권 중심으로 모든 자원이 치우쳐 있는 한국사회의 기형적인 모습을 수정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나누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들이 어느 무엇보다도 귀중하고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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