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린이날 앞두고 다녀온 ‘롯데월드 어드벤처’ 봄소풍

단언컨대 테마파크를 싫어하는 아이는 이 세상에 없다. 아이들의 테마파크 사랑에는 국적이 따로 없다. 한국 국적 아동이든 이주아동이든 테마파크에 들어서면 모두 똑같이 행복해진다.

간만에 멀리 소풍을 나선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이주아동들도 마찬가지다. 매표소에서부터 기쁨에 겨워 눈을 반짝거리고, 흥분을 감추지 못해 발을 구르고 몸을 들썩인다.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아동들은 외마디 소리를 질러 들뜬 감정을 전했다.

아이들이 즐거우면 어른들도 함께 행복해진다. 이날 소풍에는 공정여행사 ‘세상에없는여행’ 직원들이 ‘짝꿍’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지난해에 이어서 두번째 함께 하는 소풍이다. 지난해 이맘때 함께 했던 아쿠아리움 나들이는 몸은 너무너무 피곤하고 마음은 너무너무 포근한 하루였다. 결국 마음의 기쁨이 몸의 피로를 이겼다. 올해도 직원들은 기꺼이 아이들의 짝꿍이 되었다.

이주아동과 함께 하는 공정여행사 ‘세상에없는여행’ 직원들

중국어∙베트남어 의사소통도 척척… 참 멋진 이모∙삼촌 짝꿍들

이 날의 나들이 일정은 꽤 빡빡했다. 일단 다 함께 회전목마를 타고, 각자 영유아용 놀이기구를 즐기다가, 점심을 먹고, 기념품을 사고, 미니 동물원에 다녀온 뒤,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다시 놀이기구를 탄다. 뭐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고 더 태워주고 싶은 교사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들은 공원 안에 들어오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알록달록한 건물들, 귀여운 캐릭터 모형을 가리키며 손가락으로 “저거 봐!”라고 외친다. 아이들이 흥분하면 짝꿍들도 바빠진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질문에 대답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타이른다. 아이를 테마파크에 데려온 모든 부모들이 하는 바로 그런 일들이다.

이날 소풍에는 만 3세 미만의 영유아가 많아서 짝꿍들의 난이도도 꽤 높다. 화장실에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옆에서 챙겨줄 것이 참 많다. 교사들은 짝꿍들을 위해서 이름표 뒤에 “자두를 좋아해요.”, “밥 먹을 때는 스스로 먹는 것을 더 좋아해요” 등등 아동의 특성을 꼼꼼히 적어두었다.

다행히 짝꿍들은 참 능숙하게 아이들을 돌보았다. ‘위험’ 표시를 무시하고 난간에 올라가는 아이를 어르고, 울고 보채면서 땡깡을 부리는 아이도 참을성 있게 잘 타이른다. 놀이기구가 무서워 우는 아이를 달래고, 용감하게 기구를 타는 아이에게는 “의젓하네”라고 칭찬한다. 동물원에 숨어있는 동물을 찾아내 알려주거나 어린이용 놀이터에서 함께 뒹굴며 놀기도 한다.

특히 이 날 소풍에는 한국말을 못하는 아동들도 함께 했다. 한국에서 살면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들은 한국 국적 아동과 비슷하게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마침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참 다행히 여행사에 외국어를 잘하는 직원들이 많아서 미리 짝을 맞출 수 있었다. 짝꿍들은 중국어∙베트남어를 써가면서 아동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교사들은 소풍 내내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이날 함께 하지 못한 부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이를 재미있는 곳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부모든 마찬가지겠지만, 이주민들은 이런 사진으로 마음을 달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대부분 장시간 노동을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미등록 이주민은 단속이 걱정되어서 집 밖에 멀리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의 경험도 제한되곤 한다.

그래서 어린이집은 더 많이 나들이를 가려고 노력한다. 이주아동도 한국 국적 아이들처럼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언어 능력도 늘고 인지 능력도 늘고, 나중에 한국 국적 아동들과 보다 쉽게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나들이도 이런 마음으로 준비한 것이다.

이주아동과 함께 하는 공정여행사 ‘세상에없는여행’ 직원들

삶은 꽤 괜찮다. 그래도 소중한 추억이 있으니까

마지막 놀이기구까지 야무지게 타고 나니 어느새 오후 3시. 놀 때만큼은 놀라운 체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이지만 이제 많이들 지쳤다. 몇몇은 졸려서 눈이 깜빡깜빡한다. 종일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들은 더욱 지쳤다.

문미숙 ‘아시아의창 어린이집’ 원장은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할 수 있었죠.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아예 못 와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일일이 일러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해주신다”고 자원봉사자에 대한 칭찬을 덧붙였다. 파트너십이 지속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인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의 보람 역시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김정식 ‘세상에없는여행’ 대표는 “지난 해에 봤던 아이들이 그 새 훌쩍 컸다”면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다 보니 마치 조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어를 잘하는 직원에게 아이의 엄마랑 친구가 되면 어떠냐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소풍 때만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처음에는 잠시 낯을 가리던 아이들도 짝꿍에게 정이 듬뿍 들었다. 짝꿍과 헤어지면서는 참 많이 울었다. 짝꿍의 사랑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리고 약한 존재들은 자신을 예뻐하는 사람을 귀신처럼 금방 알아챈다. 험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본능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주아동들은 더 약한 존재들이다. 아직은 마냥 해맑게 웃고 떠들지만, 앞으로 크고 작은 차별을 겪을 것이고, 때로는 자신을 혐오하는 한국인들도 만날 것이다. 그러나 가끔씩 찾아오는 좋은 기억으로 우리는 삶을 버텨낸다. 오늘의 즐거운 소풍처럼, 든든한 이모∙삼촌 짝꿍들처럼 말이다. 삶은 꽤 괜찮은 거라고, 너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알려주는 이런 추억이야말로 가장 큰 어린이날 선물일 것이다.

푸르른 5월은 모든 어린이들의 세상이다.

이주아동과 함께 하는 공정여행사 ‘세상에없는여행’ 직원들

이주아동과 함께 하는 공정여행사 ‘세상에없는여행’ 직원들

 

글 박효원 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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