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잇는, 나눔산책>은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님과 함께 나눔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2019년의 첫 번째 나눔산책 !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공유했던 시간을 소개합니다. |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 이상하리만치 사람의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말 한마디 하는 것에 큰 품이 드는 것도 아닌데 타인에게서는 물론 스스로에게 조차 우리는 참 인색하다. 모두들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일 거다.
“설레요.”
“안아주고 싶어요.”
“평화롭고 평안해요.”
나와 타인의 감정에 말을 걸다
사람들의 얼굴에 4월의 봄을 닮은 수줍음이 일렁였다. 오늘 내 기분이 어떤지 말해보는 중이었다.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물음에 스스로 답을 내보는 것인데, 그것 참 이상하다. 참석자들의 감정을 듣고 있자니 내가 덩달아 행복해진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눈을 한 번 더 맞추게 되고, 오늘 처음 본 사람이지만 괜스레 친근하게 느껴지고 말이다. 그제야 ‘감정’도 타인과 나눌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표현하는 일이 익숙하진 않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것도 더불어.
그리고 여기, 나와 우리를 연결하고, 내 삶을 타인과 공유하는데 기꺼이 다리를 놓아주는 작가 은유가 함께 했다.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이어가는 <마음을 잇는, 나눔산책>을 함께 할 아름다운재단과 기부자들과 시민들이 봄 햇살을 가득 품은 서촌 역사책방에 모였다.
“본명은 김지영이에요. 은유는 나에게 몰입하고, 글 쓰고, 책 읽는 자아로 살아가는 이름이지요. 은유로 불리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게 되어 좋았어요. 자기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글 쓰는 게 어렵거든요.”
우리는 타인과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에 내 삶에는 반드시 나 아닌 사람들이 등장한다. 피할 수 없기에 이내 순응하며 살지만 그것이 때로 고통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은유 작가는 타인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만 하는 우리네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리하여 결국엔 보다 살만 한 세상으로 바꿔나가는 방법으로 ‘이해’와 ‘공감’의 글쓰기를 택했다.
“내 삶을 타인과 공유하려면 거짓 자아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만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내가 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존재의 의미화가 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나를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생각과 의견을 가진다는 것은 나와 연결 된 세계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게 만들기도 해요.”
자신과의 대화는 세상을 이해하는 자기만의 기준을 만든다
은유 작가가 제시한 타인에 공감하며 함께 사는 방법의 첫 번째는 다름 아닌 ‘나’를 알기였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왜일까? 타인을 이해하려면 내 삶보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자기 의견이 없다는 건 늘 남의 의견으로 살게 되고 휘둘리게 되잖아요. 기준이 밖에 있으면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글을 쓰면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사유를 하게 되고 자기 기준이 만들어져요. 자유로워지기도 하지요.”
즉, 우선 세상을 이해하는 자기만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었다. 누구의 눈치 볼 것 없이 내 일상을 써보고, 불행한 일도 써보고, 자기의 약점과 결핍을 드러내는 글도 모두 써보는 것이다. 그 과정이 바로 성찰이 아닐까싶다.
“자기 삶에 집중하다보면 단독자로 내 삶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타인의 삶을 보게 돼요. 매순간 마주하는 존재에 감응하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거죠. 글을 쓴다는 건 타인의 처지가 되어 보는 것, 그 사람의 입장에 서 보는 일이기도 해요.”
나에게서 우리로 확장된 삶의 연결고리
개인적인 삶을 돌이켜보면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던 때가 있었다. 아니, 여전히 그렇다. 내 생각과 감정 따위 보다는 다른 이의 기준에 맞춰 사는 것이 속편한 게 사실이다. 그것에 이해와 공감이라는 그럴싸한 이유까지 붙이면 자존심 상할 일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진짜 공감이고 이해였는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억누른 건 아니었는지, 은유 작가의 말들이 내게 들어올 때마다 뼈아픈 질문으로 새겨진다.
“나에게서 우리로 확장되고 서로 연결되어 가는 과정이 되어가는 것, 글 쓰는 일도 결국은 지향을 그렇게 잡아야 해요.”
비록 그 과정이 지난하더라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부터 시작되고 내 삶의 서사를 만들어야 하는 여정이기에, 거기서 확장된 내가 나와 당신을, 우리와 이 사회를 서로 연결시키는 고리가 되기에 이제는 차마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은유 작가는 우리가 나와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삶의 옹호자가 되는 것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도록 용기를 건넨다.
한 시간여 진행된 작가의 다독임으로 인색하기만 했던 나의 감정표현과 나눔부터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강연 전 참석자들이 들려준 감정의 단어들로 인해 기쁨 가득한 순간들이 기억 속에 남는다. 아름다운재단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나 자신을 나누며 또 하나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갔던 자리, 관계라는 것이 만들어지려 꿈틀거리던 그 순간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 순간에 피어나온 감정을 표현해보련다. 그날의 충만했던 감정들이 모두에게 전달 되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우리 삶의 연결고리가 더욱 단단해지길 바라면서.
“날아갈 것 같다” “상쾌하다” “아름답다”
글 ㅣ이소망
사진ㅣ김권일
영상ㅣ정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