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2018년 동안 진행 했던 ‘시설퇴소 및 위탁종료대상 주거안정지원사업’을 종료하면서 본 사업의 사례관리를 담당했던 담당자 세 분을 모시고 사업의 과정과 결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세 분의 기관담당자분을 모시고 주거안정 지원사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정선 : 안녕하세요. 서울 명진들꽃사랑마을 김정선 자립전담요원입니다. 명진들꽃사랑마을은 대규모 아동양육시설로 베이비박스를 통해 입소한 아기들과 미취학, 초중고생 등 약 70여명의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김민욱 : 반갑습니다.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 자립전담요원 김민욱입니다. 대전가정위탁지원센터는 친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할 수 없는 경우 일정기간 위탁가정(조부모 양육, 친인척 양육, 일반가정 양육)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입니다. 현재 약 168세대, 212명의 아동들의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안기술 : 안녕하세요.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평강사랑의집 안기술 시설장입니다. 평강사랑의집은 그룹홈(아동공동생활가정)입니다. 일반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숙식하며 공동생활을 하는 양육시설로 총 7명의 아이들과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Q. 각 기관별로 만 18세가 넘은 퇴소아동들의 자립준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요. 또, 독립을 위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김민욱 : 가정위탁아동이 바로 자립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90% 정도가 가정에 머물며 취업이나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시설 아동보다는 주거 걱정이 덜한 편이죠. 다만, 대학입학이나 취업 등을 위해 타 지역으로 가는 경우 자립정착금 300만원(대전 지역)과 디딤씨앗통장을 활용해 주거비를 해결합니다.
자립정착금은 만 18세가 되면 나오는데 금액은 300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까지 지역과 시설 형태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디딤씨앗통장은 저소득 가구의 아동이 매월 일정금액을 저축하면 국가(지자체)에서 1대 1로 매칭해 월 4만원 범위 내에서 동일금액을 적립금으로 지급하는 것인데 개인차마다 적립금액이 다릅니다.
김정선 : 아동양육시설의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원칙적으로 퇴소하도록 되어있어요. 주된 독립자금은 서울의 자립정착금 500만원과 개인적으로 받은 후원금 통장, 디딤씨앗통장이 주를 이루죠. 명진들꽃사랑마을에는 자체 운영하는 자립생활관과 서울시에서 지원받은 자립형 그룹홈 두 곳이 있어 만18세 이후 최대 2년까지 머물 수 있어요. 무상 제공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독립 전에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요.
안기술 : 우리 그룹홈의 퇴소아동의 경우 지역에서 나오는 자립정착금 500만원과 디딤씨앗통장을 독립자금으로 사용합니다. 그룹홈에는 진로 상담이나 퇴소 후 사후관리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자립지원 전문 인력이 없다 보니 대형 양육시설에 비해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퇴소 후 취업이나 대학입학을 하는 아동들에게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선택하도록 권유하곤 합니다. 어려움이 생기거나 힘들 때 그룹홈을 찾아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죠.
Q. 주거안정 지원사업 신청 시 사례관리대상자의 상황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정선 : 명진들꽃사랑마을에서는 2016년에 2명, 2017년에 1명, 2018년에 2명의 아동이 주거안정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았어요. 모든 퇴소 아동이 주거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전제하에 사업에 대해 알려주고 신청자를 모집했지요. 18년도 지원자 한솔(가명)이의 경우 17년도 퇴소 후 재수 준비를 하면서 자립정착금과 디딤씨앗통장의 돈을 다 쓴 상황이었어요. 지인의 도움으로 보증금을 내고 월세만 부담하며 지내고 있어 주거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김민욱 : 만 18세를 맞은 승우(가명)는 대학에 입학 하면서 대리위탁가정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자립정착금을 보증금으로 모두 사용한 상태라 생활이 빠듯했습니다. 주거안정 지원사업에 대해 알려 주었더니 선정되면 학업에 좀 더 전념할 수 있고,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며 지원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왔더군요.
안기술 : 수호(가명)는 현재 20대 중반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찾아와 퇴소했는데 6년 정도 지난 어느 날 전화를 걸어 3만원만 줄 수 있냐고 하더군요. 그룹홈으로 찾아왔는데 노숙생활로 많이 지친 상태였습니다. 갈 곳도 마땅치 않았고요. 우선 그룹홈에 머물게 하면서 도와줄 방법을 찾던 중 주거안정 지원사업 소식을 듣고 해보자고 권했지요. 수호의 나이에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이 흔치 않기 때문에 더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Q. 주거안정 지원사업 신청 시 구비해야 할 서류와 절차는 어땠는지요. 지원 금액 등은 적당했다고 보시나요?
김정선 : 내야하는 서류가 복잡하지 않고 꼭 필요한 내용들이어서 준비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본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김민욱 : 서류 통과 후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했는데 아동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주거의 절실함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도 되었고요. 500만원이라는 지원금도 적당했다고 봅니다. 보증금에 국한하지 않고 보증금과 월세, 또는 월세로 다양하게 받을 수 있는 점도 유용했습니다.
Q. 사업 과정 중 진행된 주거환경 모니터링 지표에 대한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활용도는 어땠는지요.
김정선 : 16년도 사업 초기에는 점검해야 할 모니터링 지표가 작은 책 한권 분량으로 양이 많아서 소화하기 버거운 감이 있었어요. 2018년 오리엔테이션 때 모니터링 지표가 간소화 될 거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실제로 사용할 때 받아보니 1장 짜리로 바뀌었더라고요. 꼭 살펴봐야 할 내용만 들어 있어서 체크하기도 어렵지 않고 지원사업을 떠나 퇴소아동의 주거환경 모니터링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안기술 : 수호와 함께 집을 구하러 다닐 때 모니터링 지표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유해한 환경이 없는지 부터 채광, 방음, 통풍, 대중교통, 월세, 관리비 등을 살펴보면서 여러 집을 비교했고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거주지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훗날 수호가 혼자 집을 구하더라도 실수 없이 좋은 집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Q. 사업 선정 이후 지원대상자들의 주거는 어떻게 변화했는지요. 지원대상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안기술 : 그룹홈 근처에 집을 얻고 자주 들르는데 그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수호도 고시원과 피시방을 전전하다 따뜻한 방에서 주거비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소극적인 편이었는데 얼마 전에는 거주지 근처에서 일자리를 구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보이더군요.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김정선 : 17년도 주거안정 지원사업에 두 친구가 신청했는데 한 명만 선정되었어요. 선정된 친구는 성취감을 느꼈고 그렇지 않은 친구는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실망보다 ‘내가 더 노력해야 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말이죠. 무조건 주어지는 것보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려줄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16년도부터 주거안정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얻은 소득이 있습니다. 월세로 지원금을 받는 아이들의 경우 매달 방세를 내고 지급영수증을 보내주면 지원금을 보내주는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자연스럽게 지불에 대한 개념, 규칙적인 습관이 생기더라고요. 독립에 있어 자기조절은 필수잖아요. 월세를 약속한 날에 맞춰내야 하고, 이를 위해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어디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공부지요. 이 사업 이후에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리라 생각해요.
김민욱 : 승우군은 다른 지원 사업에 떨어지고 주거안정 지원사업에 선정된 케이스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도움이 꼭 필요한 친구가 지원을 받게 되어 담당자 입장에서도 매우 기뻤습니다. 주거안정 지원사업 중 교육을 받았는데 지원금을 짜임새 있게 사용하는 법과 LH임대주택에 관해 알 수 있어서 유용했다고 합니다. 단순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내일을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며 말이지요.
Q. 마지막으로 주거안정 지원사업에 대한 의견이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김정선 : 다른 단체에서 주관하는 퇴소아동지원사업 있었는데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벤치마킹해 일정금액을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6개월 간 나눠서 지원해 주셨어요. 주거안정 지원사업이 다른 지원 프로그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주거안정 지원사업이 있어 아이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독립을 준비할 수 있어 감사했어요. 퇴소 이후 자립정착금과 디딤씨앗통장을 모두 사용해 버린 아동의 경우 주거비나 생활비가 급할 때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주거안정 지원사업이 굉장히 유용했던 것이 자립정착금과 디딤씨앗통장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는 거예요. 주거비를 해결해 디딤씨앗통장을 아끼고 퇴소아동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벌 수 있었죠. 3년간 아이들에게 따뜻한 집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했고, 제2의 주거안정 지원사업이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욱 : 보호가 종료된 가정위탁아동은 5년 동안 평가대상이 되는데 자립전담요원으로서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할 때만 아동들과 연락이 닿곤 했었습니다.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아동의 상황을 보다 생생하게 느끼고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뜻 깊었습니다.
장학금 등의 교육비 지원사업은 많지만 주거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주거안정 지원사업이 유일합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전세주택지원의 경우 자격기준이나 지원규모의 문제로 실질적인 수혜에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요. 주거안정 지원사업은 퇴소아동에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지원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안기술 : 아동양육시설에서 살면 주거비가 없고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고, 아프면 무료로 치료도 받을 수 있지만 시설을 나오면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높은 주거비까지 이중고가 지워지면 아이들은 살아갈 활력을 잃게 됩니다. 퇴소 후 바로 공공주택, 임대주택, 행복주택 등에 입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주거안정 지원사업이 주거의 사각지대에 있는 퇴소아동들을 위한 롤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직한 정책인 만큼 국가적인 지원사업으로 성장하길 바라봅니다.
글 l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