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3년 동안 ‘시설퇴소 및 위탁종료대상 주거안정 지원사업’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던 세이브더칠드런 중부지부 정필현 지부장님을 만나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필현 지부장님. 주거안정 지원사업 심사위원으로 3년 간 활동하셨지요. 간단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필현입니다. 아동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주거안정’ 임을 느꼈습니다.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주거지원이 꼭 필요한 아동들에게 소중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Q. 주거안정 지원사업 심사위원 활동을 통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면접에서 만난 아동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동들이 처음만난 사람 앞에서 자신의 어려운 상황과 민감한 사항들을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는 것이 쉽진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어필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압박감으로 느껴질 수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동들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는 아동도 많았습니다. 왜 눈물이 나는지에 대한 물음에 처한 상황이 힘들어서이기도 하기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도와주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고마워서’라고 하는 아동도 있었습니다. 지원사업의 취지와 의미가 따뜻하게 전해졌다는 뜻이겠지요. 아동들이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는 지원사업 과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뿌듯했고, 보람을 느낀 순간이기도 합니다.
Q. 16년도부터 지금까지 보호종료아동 230여명을 만나면서 주거안정 지원사업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보호 체계 밖으로 나온 보호종료아동은 고립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마치 섬에 홀로 남겨져 있는 것과 같은 막막함이죠. 주거안정 지원사업은 그런 아동들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과 같습니다. 아동입장에서는 주거지원사업이 자신이 힘이 빠지면 결국 놓칠 수밖에 없는 동아줄이 아니라 내가 힘이 빠져도 놓지 않는 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거안정 지원사업은 지원금 500만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사 이후에 지원사업에 선정된 아동을 만난 적이 있는데 표정부터 달라졌더군요. 주거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던 아동이 지원금을 받은 후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긴 거예요. 고시원에 살다 일반주택으로 옮기거나, 반지하에서 햇빛이 드는 1층으로 주거지를 옮기기만 했을 뿐인데 우울감이 해결되었다고 말해요.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경험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은 거겠죠.
Q. 주거안정 지원사업이 3년간 이어지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심사위원 입장에서 느낀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엇인지요.
면접을 통한 선정 시 중점적으로 생각한 건 ‘필요성’과 ‘영향력’이었습니다. ‘이 지원금으로 어떤 어려움이 해결될 것인가?’, ‘향후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선정하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심사위원이 서류심사와 면접을 함께 진행했고, 2018년에는 면접만 봤어요. 심사위원이 서류심사 후 면접을 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기소개서나 구비서류에는 보이지 않는, 도움이 간절한 아동을 탈락시킬 수도 있습니다. 서류심사 부분을 아름다운 재단과 아동자립지원단에서 담당하면서 지원자들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 주셨어요. 면접심사 가이드라인도 점점 핵심적인 내용 중심으로 수정되어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동에게 지원금이 전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타 지원사업과 다른 주거안정 지원사업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다수의 주거지원 사업들은 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행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동이 원하는 생활권이나 주거의 형태와는 거리가 멀어요. 교통이 불편한 변두리에 위치해 있거나 낯선 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아동들의 호응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주거안정 지원사업은 아동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선 전월세를 가리지 않고 지원금 한도 내에서 아동들이 원하는 곳에 살 수 있게 했어요. 모니터링으로 아동이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독립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통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지지체계 역할도 했죠. 또 한 가지, 만 24세 이상 만 28세 미만의 고연령층도 지원사업 대상으로 포용해서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올 해 지원사업에 떨어진 아동이 다음 해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만 봐도 주거안정 지원사업이 아동들의 피부에 와 닿는 사업이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Q. 마지막으로 주거안정 지원사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사업이 끝난 뒤에도 아동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교육비, 자기개발비, 주거지원비 어떤 지원사업이든 도와주고 끝나는 게 아닌, 자립을 돕는 지지체계로 남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사업을 계기로 온전히 독립하는 아동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할 겁니다. 단순한 현물지원이 아닌 인생의 변화와 성장을 지원하는 것. 그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아동자립지원단의 바람개비서포터즈처럼 보호종료아동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장치들이 더 많아 졌으면 합니다.
주거안정 지원사업은 어떻게 하면 모든 아동들이 행복한 가정에 자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민간에서 주도한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정책적 보완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아동은 존중받고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힘을 더한다면 아동이 차별 없이 보호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는 희망도 엿보았습니다. 3년 간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이끌어 온 아름다운재단과 아동자립지원단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 l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