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와 관리비가 체납되어 퇴거 상황에 몰린 아동·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에 시작되었던 ‘작은집에 햇볕한줌’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이 15년의 여정을 마쳤습니다. 지난 사업 기간 동안 주거비 지원을 통해 불안한 마음에 방황하던 아이들은 꿈을 키우고, 거리로 내몰릴까 마음 졸이던 아이들은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 주거지원 정책 또한 변화해 왔고, 이로 인해 주거영역 신규사업 개발이 진행되면서 본 사업은 2018년을 끝으로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사업 종료에 부쳐 지원대상자 심사과정에 참여했던 아름다운재단 남기철 배분위원이 본 사업의 의의와 우리 사회 주거복지 지향을 짚어주신 글입니다. |
아름다운재단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 성과에 부쳐
칼럼 ㅣ 남기철 배분위원
아름다운재단의 실질적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인 “작은집에 햇볕한줌’사업이 15년의 여정을 마쳤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주거여건이 취약한 아동의 주거복지문제에 주목하여 사업을 개발하였고, 영구임대 단지 등 주거취약계층과 밀접한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관들이 사업을 수행하였다. 소년소녀가장을 포함한 아동 가정의 주거상황을 지원하려는 노력이 협력적으로 경주되었다. 나는 다행히도 이 사업에서 지원대상자를 심사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지원사업의 진행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경제성장이 모든 시민의 주거 생활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리나라가 지난 수십 년간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룩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물질적이고 양적인 측면의 절대빈곤을 어느 정도 극복해 왔다. 주거 생활과 관련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1980년에 주택보급률이 71.2%였지만, 최근 조사결과에서는 2017년 기준으로 103.3%로 100%를 상회하고 있다. 이제 달동네나 벌집과 같은 용어는 우리사회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용어이다. 대개의 가구에는 화장실과 입식부엌, 온수의 공급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집이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에 아침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수도가 없어 물을 길어야 하는 것은 옛날 일이 되었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도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주택의 공급 및 현대화의 과실을 모든 시민이 주거생활에서 누리고 있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과도한 주거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서울 지역에서 밀려나는 사람들도 많다. 만 명이 넘는 노숙인이 있고, 찜질방이나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숙소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쪽방이나 고시원 등 주거로 적절하지 못한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주거취약계층의 규모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주거권이 박탈된 ‘아동’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본질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주거에서의 문제는 단지 거주생활이 불편하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주거와 빈곤은 양방향으로 밀접하게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주거취약성은 건강, 교육, 문화, 직업, 사회적 관계 등 인간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어려움을 야기한다. 그래서 사회적 배제 중 주거배제의 문제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에는 주거문제로 인한 피해가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에 걸쳐서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곤 한다. 여러 연구에서 열악한 주거환경의 아동들이 심리적·사회적 부적응의 위험이 높다는 점이나 학업성취에서도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 실증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장되어야 할 주거권이 박탈된 ‘아동’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본질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21세기 들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주거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국가적으로 주거복지정책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주거기본법, 주택법, 주거급여법, 주거자법, 주거취약계층 업무처리지침 등 여러 수준의 법령에서 주거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원칙과 제도를 규정해놓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특히 아동에 대해서는 우선적인 보호를 위한 규정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주거급여를 통해 빈곤 가구에 임차료나 수리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에 의한 지원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거복지제도와 정책은 아직 빈양하기도 하고, 공공정책이다보니 매우 경직적이다. 공공의 급여나 서비스 수급자격이 보호자에 대한 행정적 규정, 급여기간, 지원 항목 등의 이유로 제약되기 일쑤이다. 물리적 주택이 아닌 주거생활의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에 대해서는 보호와 사회적 관심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주거생활에서의 최소한의 수준은 보장하도록 법률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가 너무나 많다.
아동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주거 지원의 사회적 가치는 엄청난 것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의 심사에 참여하면서, 최소한의 주거생활 보장을 위해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의 사례가 너무나 많고 다양하다는 것에 놀라곤 했다. 공공의 경직된 정책으로는 주거권 보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아동에게 선도적인 민간의 지원사업 방식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였다. 민간의 융통성 있는 지원으로 지난 15년 간 많은 아동에게 도움을 주었다. 이는 주거생활의 편리성만을 높여 준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보금자리를 제공한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쫓겨 날 걱정을 줄여주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학대나 폭력의 위험을 경감시켜 준 것이다. 아동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 사회적 가치는 엄청난 것이다. 게다가 이 지원사업을 통해 시설퇴소아동이나 주거의 지원이 필요한 아동에게는 공공지원의 시한을 연장하게끔 하는 공공정책 견인의 효과도 어느 정도 나타내었다.
이제 민간지원사업으로서 이 프로그램은 일단락되지만, 아동의 주거취약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우리 사회가 계속 견지해가야 할 과제이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연구자로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한 시민으로서, 그간 이 사업의 진행을 위해 노력해주신 기부자, 아름다운재단과 사회복지관 실무자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모든 아동들이 보금자리에 대한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선도적으로 함께 고민해가는 여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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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사업>은 주거영역기금, 이채원의같이나눔기금, SGI키다리하우스기금, 달팽이기금, 사이버다임작은시작기금, 박보라사랑기금, 피케이아이기금, 샘터파랑새기금, 희채행복기금으로 지원되었습니다. |
글 | 오수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