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러닝맨>은 아름다운재단 청소년(기부자)와 함께 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입니다. 만12~24세까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광화문 광장에 나온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관심 있는 사회이슈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대한민국의 현재의 모습을 가장 잘 반영하는 광화문 광장의 의미를 되새기며, 세상을 바꾸는 작은 변화를 청소년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
“어린것들이 알긴 뭘 알아?!”
“집에서 공부나 할 것이지, 쓸데없이!”
“이런 거 누가 시켰어?!”
지난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일부 어른들의 말입니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모습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습니다. ‘청소년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오랜 편견은 바위처럼 견고합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얘기하면, ‘가능하냐’며 의심 가득한 반문이 돌아옵니다. 평소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낯설어도 괜찮아
아름다운재단은 청소년을 우리 사회 동료 시민으로서 인식하며 함께 하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나눔교육 반디’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청소년(기부자) 자원봉사 프로그램 <광화문 러닝맨>이 탄생했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축소판의 모습인 광화문 광장의 의미를 찾아보고, 시민으로서 역할을 발견하고, 선한 연대를 이어가려 합니다.
지난 5월 11일 토요일, <광화문 러닝맨>에 참여 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아름다운재단에 모였습니다. 들어오는 이의 표정은 하나같이 비슷합니다. 도대체 <광화문 러닝맨>은 뭐 하는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얼굴입니다. 충분히 그럴 것입니다. 일단 뭔지 잘 모르겠지만 자원봉사점수를 받기 위해, 엄마가 신청해서 왔거든요. 그동안 주어진 활동만 하다가 직접 찾아 나서는 활동을 한다는데, 새로움에 대한 낯섦과 설렘이 묘하게 섞여 있습니다.
한 자리에 모인 친구들은 안면을 익히고 ‘낯설어도 서툴어도 괜찮다’ ‘모두가 모두에게 배운다’ 서로를 응원합니다.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다양한 축제와, 서로 다른 의견이 뒤섞여 혼잡한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합니다.
대한민국 축소판 ‘광화문 광장’
광장에는 29도를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사람, 권리를 찾기 위해 외치는 사람, 지나가는 시민들 틈에서 연대를 호소하며 홀로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 등 여러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 분들이 왜 이곳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을까?’ 낯선 시민에게 눈길을 건네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봅니다.
청소년 시선으로 본 세상
어떤 세상에 살고 싶나요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 받으며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모둠별 성인 어드바이저로 참여했던 길영인, 조영실 선생님(‘나눔교육 반디’ 파트너교사)은 청소년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길잡이를 하고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더디고 지난한 과정 속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조율하며 참여 방법을 찾아갑니다.
“세월호 사건은 역사에 꼭 남을 문제이지만, 사람들은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무시하거나, 그냥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나는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리본도 열심히 만들고 토론도 열심히 했다.”며 기억과 빛 공간에서 활동한 친구들. 지나가는 시민에게 관련 안내문을 전달하며 참여를 부탁합니다. ‘누가 이런 거 시켰냐’‘정신차려라’는 사람과 ‘고맙다’며 등을 두드리며 가는 시민들 틈에서 의연하게 행동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숙인 자립을 돕고자 빅이슈 판매 도우미로 나섰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거칠고 강하게 표출하는 어른들 틈에서 청소년은 잘 해낼 수 있을까. 성인의 우려와 달리, “서로 다른 목소리 있을 수 있다”며 너그럽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살아 온 시간과 마음의 그릇은 정비례하지 않나 봅니다.
평소에 지나쳤던 목소리에 함께 하다
낯선 이에게 관심을 갖고 공감하고,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 앞에 “어린 것들이 알긴 뭘 알아?!”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타인의 존재를 마주한 오늘. 이들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청소년들도 동료 시민으로 충분한 자격이 된다는 것을 이들의 소감으로 대신하려합니다. 바위처럼 단단한 생각에 조그마한 균열을 일으키는 이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글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