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의 2019 공익활동가 네트워크 지원 사업에 선정된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이 현장 실습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현장실습의 문제와 대안에 대해 심층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요. 그 현장의 이야기를 지금 전해드립니다. |
지난 6월 20일, 충남 아산시민연대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유가족 간담회’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간담회에는 교육청 관계자와 유가족, 활동가, 시민들이 참석하였는데요.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CJ 진천공장 현장실습생 故김동준님 어머님, 외식업체 토다이 현장실습생 故김동균님 아버님께서 자녀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말씀하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현장실습이란 명분으로 고된 현장에 떠밀리는 실습생들
현장실습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장실습이라는 명분하에 고되고 위험한 일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노동자들에게 시킬 수 없는 업무를 현장 실습생에게는 쉽게 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현장 실습생들을 보호하는 장치들은 유명무실할 뿐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하다보니 틀리고, 실수하기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질책과 폭행이 이루어진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노동 인권이 무시되는 현장실습 현장
학교는 취업률을 높여야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더 받습니다. 무리해서라도 학생들을 현장실습 보내고, 이 현장실습을 통해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이유입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본인의 전공과 관련 없는 직무에 현장실습을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견학과를 전공한 학생이 콜센터에 근무하기도 하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학생이 돼지고기, 햄을 나르는 공장에 들어가 실습을 하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현장실습을 가기 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각서 하나를 작성하게 됩니다. “현장실습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법적인 효력은 없으나, 이를 작성하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작성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나, 학부모 역시 위축되기 때문입니다.
벌칙도 있습니다. 외식업체 토다이에 근무한 현장실습생 故김동균 님의 사례를 보면, 지각을 하게 되면 연장근로를 벌칙으로 주었고 실제로 시행했습니다. 벌칙을 이유로 마감 조에 근무한 실습생을 다음날 오픈 조에 근무하게 해, 실습생이 탈의실 캐비넷에서 쪽잠을 잔 사례도 있었습니다.
유명무실한 제도, 보호받지 못하는 실습생들
현장실습에 나가는 실습생들은 표준계약서 작성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표준계약서의 내용을 보면 잘 정리되어 있으나, 그 누구도 내용에 대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지켜지지도 않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실제 표준계약서에 도장이 다른 실습생 이름으로 찍혀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학교장 도장이 빠져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노동인권교육 역시 연간 5시간이 전부였습니다. 아이들이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을 쌓기에 턱없이 부족한 교육시간입니다. 아이들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하는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현장실습에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교육청, 부모,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의 힘을 모아야 할 때
이 날 질의응답 시간엔 많은 의견들이 나왔는데요. 문제를 관리감독기관인 교육청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행정기관이 실태조사 등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학교, 교육청, 학부모,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가 함께 실태조사 및 대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교육청에서도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며, 대책을 세우는데 더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녁 6시 반에 시작된 간담회는 3시간 이상 이어졌고, 많은 의견들도 나왔습니다. ‘다시는’ 산재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시민들의 작은 움직임도 함께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터의 안전을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다시는’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는 것 또한 그 시작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글 | 황선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