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BF포럼은 아름다운재단 사무국 간사들이 다양한 주제와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8월 5일 BF포럼의 주제는 ‘호모 투어이스트’였습니다.
호모루덴스, 호모사피엔스 등을 들어보셨을텐데요. 호모 투어이스트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이번 주제는 바로 ‘여행’입니다.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은 안식월 기간에 여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관심이 큰 주제였는데요. 이번 포럼에는 여행가이자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전하는 이화자 작가님과 박재희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여행 작가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요? 여러분께 BF포럼 ‘호모 투어이스트’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섹션 1. 이화자 작가의 ‘여행의 이유’
(탈)脫Silo를 위한 여행?!
이화자 작가님은 한 문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일로(silo)는 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를 표현하는 것인데요. 외부와 소통하지 않고 고립된 사일로를 탈피한다는 의미로 여행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작가님은 여행의 이유를 크게 5가지의 ‘탈’이라며 여행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① 탈시선 – 멈춤과 단절에서 벗어나기
작가님은 여행을 하면 평소와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은하수를 따라가는 캠핑 여행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너무나 멋졌습니다.(뉴질랜드에서 은하수가 잘 보이는 스팟도 알려주셨어요!)
② 탈마음 – 용기를 얻기 위해서
여행을 하면서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고 인도 북부의 라다크 여행을 하며 밤새 차를 타고 갔던 경험 등 용기를 냈던 경험, 용기를 얻은 경험에 대해 소개해주었습니다. 또한, 오지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인명재천’ 정신(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다)으로 여행을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③ 탈지식 – 세계지도를 알아가기
자신은 지리학자가 아니지만 여행을 하면서 세계 역사와 세계 지도를 이해하는 퍼즐이 맞춰진다고 했습니다. 여행을 할수록 자신의 고정관념과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④ 탈고정관념 – 다름에 대해 알아가기
여행을 하면서 자신에게는 당연하지만 다른 곳에서 당연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몇 가지 사례를 알려주었습니다. 그중에 마다가스카르는 어떤 사물을 가리킬 때 손가락이 아니라 손등으로 가리킨다고 합니다. (엄청난 욕이라고 해요!!!!) 또한, 아프리카에서 여행하는데 밤새 너무 추워서 정말 고생했는데 그 경험을 통해 아프리카 아이들의 저체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⑤ 탈문화 – 타문화의 차이,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기
태국불교에는 요일을 상징하는 8가지 부처상이 있고 (수요일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진다고 해요.) 에티오피아의 유적지에서는 성경의 솔로몬과 시바 여왕이 이야기가 있는데 예수님이 흑인으로 묘사되어 있다고 해요. 이렇듯 여행을 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화자 작가님은 여행을 3번한다고 했습니다. 한번은 책을 읽으며 준비하는 여행, 한번은 눈으로 직접 보고 하는 여행, 한번은 여행에서 돌아와서 몇 년 뒤에라도 영화나 책을 보며 여행의 경험을 다시 되새김하는 것이라고요. 자신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자연과 사람 문화를 만나고 마음과 생각을 키우는 것인데, 다양한 삶을 알게 될수록 세상이 강요하는 삶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대안적인 삶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여행을 할수록 생각과 행동의 폭이 넓어져서 나만의 히든카드가 생기는 것처럼 영화, 책, 여행은 다 같은 행위여서 여행하는 영혼은 다른 길로 출근하면서도 여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남겨주었습니다.
섹션 2. 박재희 작가의 ‘여행과 만남’
여행이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 쇠귀 신영복
박재희 작가님은 여행에 대한 다양한 정의 중에서 자신의 생각과 딱 맞는 구절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작가님은 자신이 쌓아온 성을 벗어나는 여행을 크게 4가지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① 자신과의 만남 (나를 발견하는 방법)
작가님은 여행을 할 때 걸어 다니면서 보는 풍경, 자전거를 타고 보는 풍경, 차를 탁 보는 풍경이 다 다르더라며 자신은 걸어서 보는 걸 좀 더 좋아하는 성향이라고 했습니다. 많이 걸으면 걸을수록 자신과 만날 시간이 늘어난다며 산티아고의 길을 걷다보니 명상을 넘어 미치기 직전에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고도 하셨습니다. (모두가 웃은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ㅎㅎ)
② 타인과의 만남 (너를 만나는 체험)
여행을 하면서 길을 걷다보면 걷는 사람도 만나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도 만나는데, 타인과의 만남은 중요한 경험이라고 되었다고 했습니다. 여행을 하지 않았으면 평생 만날 수 없었거나 만날 필요가 없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타인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③ 다른 문화와의 만남 (내 세상을 확장하는 길)
④ 자연과의 만남 (존재와 생명의 자각)
이화자 작가님의 이야기와 비슷해서 생략하고, 여행을 하면서 사막에서, 자연 속에서, 별 아래에서 있을 때 ‘내가 우주의 일부구나’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며 여행 사진과 함께 여행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박재희 작가님은 BF포럼을 하는 날, 아일랜드 여행을 마치자마자 (공항에 입국하자마자) 아름다운재단에 오셨는데요. 그래서 더욱 따끈따끈한 아일랜드 여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밌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았으나 이 포스팅에서는 몇가지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알록달록한 현관문 – 아일랜드는 800년 이상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는데 영국 여왕이 죽었을 때 국상이므로 모두 검은색 문을 칠하며 조의를 표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밤새 페인트칠을 했는데 낮에 보니 모두 다양한 색깔로 현관문을 칠했습니다. 영국에서 다시 칠하라고 명령했지만 아일랜드 사람들은 ‘검은색이 무슨 색이야’라고 비꼬며 다른 색깔로 바꿔 칠했고 그 이후 다양한 색깔의 문을 칠하는 전통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아일랜드의 언어 – 아일랜드의 샵, 펍, 카페, 공공장소 등 어디에서나 독립선언서를 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일랜드의 ‘게일어’와 영어를 같이 병기하고 있었고, 경찰이라는 단어는 ‘garda(게일어)’를 쓰고 영어를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아일랜드 사람들이 police라는 영어 단어를 지긋지긋하게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역사로 치면 일본 ‘순사’와 같은 단어의 맥락과 같다고 하니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잊지 않는 방법 – 아일랜드에는 대기근을 상징하는 조형물, 기근선 공간 등이 있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이 잊지 않아야하는 것을 굉장히 세련된 방법으로 구성하며 노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작가님은 아일랜드 여행을 하면서 무엇보다 자신이 어떻게 변해야하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한국을 생각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재단과 간사들에게 우리 사회가 잊지 않아야 할 일들을 어떻게 더 즐겁게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는 당부를 남겼습니다.
Q&A 여행 작가와의 대화
Q. 혼자 여행하는 게 좀 무서운 데요. 작가님들은 여행하면서 위험한 일은 없으셨는지,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또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재희 작가 : 저는 터키에서 버스타고 가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상황이 생겼어요. 어렵게 화장실에 갔다 오니까 제가 탔던 버스가 없어졌어요. 버스에 제 핸드폰과 여권이 다 있었어요. 정말 긴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여러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든지! 여권과 지갑, 핸드폰은 꼭 지니고 다니라고 하고 싶어요.
이화자 작가 : 저는 한국에서 하지 않는 행동을 외국에서도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고 싶어요. 또한, 남의 덕을 바라지 않으면 위험한 일이 없어요. 여행을 하면서 내가 조금 더 절약하고 조금 더 편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진짜 친절한 사람들도 많지만, 내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얘기 드리고 싶어요.
Q. 여행하는 사람과 여행 작가는 좀 다른 것 같은데요. 작가가 되면서 생활의 변화 또는 여행의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화자 작가 : 첫 번째 책 ‘여행을 미치다’를 썼을 때는 이전 여행에서 인상적인 것만 썼어요. 책이 나오고 작가가 되면서 여행할 때 메모하는 부분이 생겼어요. 길을 잃어도 메모하거나 그 상황을 상세히 보게 되는 자세가 생긴 것 같아요. 단점은 원고를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기도 하는데 최대한 제 여행을 침해받지 않으려고 일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여행을 하면서 넘쳐나는 것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재희 작가 : 저는 도보여행을 하고 ‘숲에서 다시 시작하다’ 책을 출판했는데요. 내가 이렇게 세상에 공헌할 수도 있구나를 느꼈어요. 제가 알게 된 좋은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출발했던 것 같고요. 제 책은 어디서 어떻게 가야한다는 그런 친절함은 없지만 제 생각을 나누는 게 더 강했던 것 같아요. 제게 책을 또 쓰겠냐고 한다면, 저 역시 마음에서 넘쳐나서 끓어오르면 쓸 것 같아요. 저는 밀도 높은 여행을 먼저 하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그러면 여행 작가가 되지 않을까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