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도 드러나듯 공익단체의 프로젝트에 ‘스폰서’가 되어 주는 지원사업입니다. 사업 기간이 3개월로 다소 짧지만 그만큼 알차고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으로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이상하게 덥고, 이상하게 따뜻하고, 이상하게 비가 많이 온다거나, 이상하게 눈이 적게 오는 시간들을 지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녹아가는 빙하에 외롭게 서 있는 북극곰을 통해서 인지할 수 있었던 ‘기후변화’가 이제는 우리 일상 가까이 확인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유럽은 올해 더욱 심한 기후위기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45도가 넘는 기온을 기록했다고 하고요. 스웨덴의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가 학교를 거부하고 거리와 의회 앞에서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우리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위기감을 고조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세계 곳곳과 연결되어 서로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의 영향입니다. 인터넷은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나 구할 수 있고, 필요한 일에 어디서나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새롭게 형성된 미디어 환경은 이른바 ‘가짜뉴스’라는 것을 퍼트리기에 적합한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서로의 생각을 확장시켜는 역할을 하는대신, 각자의 지식세계와 인지공간을 더 견고하게 폐쇄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의아한 것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회인데도, 여전히 국가와 민족의 경계는 튼튼하고, 난민을 배척하는 사회문화적 현상들이 전지구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우리의 일상에, 마을에, 카페에, 학교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는가?”라는 질문이 우리 일상과 결코 분리된 현학적인 질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주변을 둘러싼 세계의 변화가 너무도 많은 치명적인 위험요소들을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그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장소는 결국 우리 일상의 관계와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지금까지 ‘풀뿌리’라는 영역, ‘마을’이라는 공간에 대한 상상으로 표현해왔던 것 같습니다. 풀뿌리학교가 기획하고 진행한 이번 Z 세미나는 그런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카메라의 줌인, 줌아웃 기능처럼, 줌아웃해서 세계를 이해하고, 줌인해서 변화의 가능성을 찾고 실험하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요.
두번째 공개특강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_자립적 삶과 상호의존적 정치”
Z세미나의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심각한 기후변화 문제에 공동체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 마을이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 미래를 주관하는 미래세대로서 밀레니얼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 새로운 사회변화 동인으로서 인터넷 문화와 정치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Z 세미나는 네 번의 공개특강과 공개특강에 대한 내부 세미나, 그리고 종합토론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세미나 중 나온 이야기들을 조금 발췌해서 공유해볼께요.
“저는 그런 논의는 사실은 지역에서 하는 게 제일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강의들도 많아지고 그러는데 사실은 손에 닿을 수 있는 변화를 할 수 있는 게 지역이고, 동네고, 서대문이고 그런게 아닐까. 관심을 어떤 방향으로 잡아야 될까, 그런 고민이 많이 들어요. 너무 넓어요. 사실은 주제의 범위가 굉장히 크잖아요. 이 고민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그 방향을 잡고 좀 더 발전시켜야 되는지 고민이에요. 요새 태양광 발전은 굉장히 지역에서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일상적으로도 많이 하시고, 맨날 서대문구 일등 했다고 자랑도 하고 그러는데, 근데 그거 이외에 뭔가가 없을까? 그거에서 좀 더 나간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많아져요.” (지역활동가, “심각한 기후변화 문제에 공동체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마을을 만드는 힘이 어디가 제일 많았냐면은 페이스북이 제일 많이 만들어주고, 또 뭐 빅히트라는 기획사가 만들어주고 기획해주고, 카카오톡도 만들어주고 하지요. 사실 기업이 판을 깐단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그 안에 작은 둥지를 틀 순 있지만 그 한계는 있어요. 상업적인 활용이라는 한계. 내가 어떤 마을을 만들고 어떤 마을에서 어떤 사람들과 살 것인지 여러분이 조금 더 주도적으로 고민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제가 ‘마을은 반드시 시골이어야 합니다.’, ‘마을은 반드시 오프라인이어야 합니다.’, ‘마을은 반드시 10인 이상과 해야합니다.’라고 이야기 하지 않아요. 그런 답은 제가 줄 수도 없고 무의미하죠. 그런데 그 답을 찾는데 참고할 만한 것들은 많아요.” (활동가, “마을이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대안은 많이 공부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이유는 이것이 뭐에 대한 대안인지를 모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88만원세대라고 그렇게 흔히들 말할 때, 진짜 그런가? 현실이 정말 그런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체감이 안 돼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각에 대해서 저는 막연하게 그것이 ‘안 좋다, 불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여기에서 공부하는 것들이 그것에 대한 대안이긴 한데 그래서 그런지 그냥 현실의 수치를 봐야 하는가? 이런 생각이 좀 들었어요. 안 불안해하는 사람이 장땡이긴 한데 저는 그런 사람은 못 되는 것 같아서… 차라리 현실을 똑바로 보고 나만의 어떤.. ‘이래서 이렇다’ 하는 식으로 변명거리를 가지고 있는 편이 저에겐 덜 불안할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대안대학 학생,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번 세미나로 엄청난 것들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설정했고, 그 질문을 계속 이어가볼 생각입니다. 우리는 왜 ‘마을’을 주목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풀뿌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가 질문해보게 된 셈입니다. 아마도 ‘마을’에 의미부여했던 맥락은 그 공간이 지닌 반자본적, 반국가적 가능성에 집중했기 떄문일 것입니다. 너무 거대해서 사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거나, 혹은 그 자체가 중앙집중적으로 구성되어 여러 한계를 스스로 야기하는 주체(국가)에 대해, 불평등을 강화하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하지만, 이미 생활세계를 완전히 침식해버렸고 시민들의 일상을 시장으로 포섭해버렸기 때문에 대안을 모색하기 어려운 조건(자본)에 대해 ‘마을’이라는 공간이, ‘풀뿌리’라는 영역이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기후위기와 같이 전지구적으로 작동하는 치명적인 위험요소에 지금의 국가 시스템과 자본중심의 조건이 결코 미래적 대안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이 풀뿌리라는 공간에 기대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풀뿌리라는 영역, 마을이라는 공간을 탈정치적이고, 진공상태인, 공리주의적인 장소로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Zoom out해서 문제를 확인하고, Zoom in해서 해법이 작동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학습과 활동의 실험들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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