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사업명에도 드러나듯 공익단체의 프로젝트에 ‘스폰서’가 되어 주는 지원사업입니다. 사업 기간이 3개월로 다소 짧지만 그만큼 알차고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으로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질환 목록에 포함되어 있던 동성애 항목을 삭제하였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5월 17일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T Day 아이다호 데이)로 정하고 2004부터 매년 전 세계에서 다양한 캠페인과 시위,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지역에서만 진행되던 아이다호 기념 행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QIP를 포함한 차별금지법제정 부산연대와 함께 준비하여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부산지역에서 성소수자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혐오와 차별에 맞서 평등의 목소리를 외치겠다는 이번 아이다호 문화제는 부산최대 번화가인 서면지역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평일 저녁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분들도 함께 문화제에 발걸음을 멈추고 함께 해주셨습니다.
올해 아이다호 문화제는 울려라 평등의 목소리라는 슬로건으로 진행을 하였으며 민주노총부산본부, 부산반빈곤센터, 이주민과 함께,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 QIP,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차별받는 당사자들의 발언을 맡아주셨습니다. 중간중간 흥을 돋구는 재미난 공연과 함께 문화제의 마지막엔 ‘차별에 저항하는 격문 – 울려라, 평등의 목소리’라는 우리의 요구안을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하였습니다.
작년과 연이어 진행된 문화제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외쳤습니다. 함께 외친 그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하며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소중히 기억할 것 입니다. 차별과 혐오가 정당화 되지 않고 소수자가 더 이상 혐오표현에 상처받지 않을 때 까지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외칠 것 입니다.
2019년 부산 아이다호 문화제는 끝이 났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끝없이 퍼져 나갈 것 입니다. 성소수자던지 아니던지,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모였던지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췄던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수 있던 이번 문화제는 서로에게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문화제를 위하여 수고해주신 모든분들과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아름다운재단, 문화제를 함께 즐겼던 시민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래는 문화제에서 낭독된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의 요구안입니다.
[2019 부산 아이다호 연대 문화제] 차별에 저항하는 격문(檄文)
바야흐로 혐오의 시대이다.
한국 사회에 ‘혐오’라는 화두가 사회적 의미를 획득한지도 벌써 10여년이 다 되었다. 한때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던 소수자에 대한 폭력은 어느 덧 우리 사회의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 약자는 배제되고, 소수자는 차별받고, 폭력의 피해자는 다시 한 번 공격을 받는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합의했다고 생각했던 인권, 민주주의, 정의, 관용 등의 가치는 공허한 구호가 되었고, 누군가의 절실한 호소는 이익집단의 아귀다툼으로 취급받는다. 성폭력·성차별을 끝장내자는 집회의 참가자는 사진이 찍혀 온라인으로 신상 털릴 것을 두려워해야하고, 퀴어 퍼레이드의 참가자는 무슨 잘못을 얼마나 대단하게 했는지 끊임없이 ‘회개하고 돌아오라’는 소음을 들어야 한다. 장애인 차별을 없애기 위한 투쟁은 비장애인의 잣대로 판단하여 불법으로 규정하고, 난민과 이주민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민’이라는 이름 앞에 짓밟힌다.
무엇이 문제인가?
왜 우리 사회는 이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 특히 가장 낮은 곳에서 차별받고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잔인한가? 왜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상호 신뢰, 약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 서로를 향한 사랑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는가? 그 원인을 찾고 싶다면, 이런 혐오의 시대에 누가 이익을 얻는지를 보아라.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고 이로 인하여 이익을 얻는 집단은 분명히 존재한다. 사람들을 무한 경쟁의 늪에 빠트려 서로를 증오하고 싸우게 만드는 사람은 사회적 권력과 자산을 우리로부터 빼앗아 가진 사람들이다. 빼앗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에 대한 분노의 화살을 우리 스스로를 향하게끔 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더 강화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혐오와 차별을 선동한다. 일본의 우익 정치세력이 혐한감정을 이용하는 것과, 한국의 보수정당이 난민/이주민 혐오를 이용하는 것은 차이가 없다. 젠더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정치적 스펙트럼을 넘어 여성혐오에 한 목소리로 대응하는 것은 그들이 같은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소위 반동성애 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에 그 교회의 헌금과 신도수가 달려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구분하고, 한국 인과 외국인으로 구분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하여 서로를 반목하고 혐오하게 한다. 혐오의 시대의 이면에는 혐오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는 집단이 명백히 존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울려라, 평등의 목소리.
내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아이다호 데이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부산지역에서 반차별의 목소리를 각자의 자리에서 외치고 있는 여러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들이 모인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는 아이다호 데이를 모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날로 기념하기 위해 오늘 이 연대문화제를 준비했다. 직면한 혐오의 시대에 혐오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싸우고 있는 우리가 서로의 목소리를 키워주고, 서로의 손을 맞잡는 길임은 당연하다. 더 이상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세력과 공존할 수 없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차별받고 배제된 모든 소수자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우리가 울리는 진격의 북소리는 모이고 모여서 거대한 평등의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다. 그 목소리는 이 사회 가장 낮은 곳까지 널리 널리 퍼져나가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세력을 무너뜨리는 파동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여기에 함께 있다.
글, 사진 ㅣ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Queer In Pu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