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한 가족의 나눔 이야기가 한 겹 한 겹 10년이 쌓였습니다. 그동안의 나눔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바람에 번져가며 오래도록 변치 않는 소나무처럼 깊고 은은한 향을 내며 자라나고 있습니다. ‘송하원교수의책날개기금’이 지난 10년 간 빚어낸 작은 기적은 ‘책과 나눔’을 통해 우리 사회 많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삶을 응원하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문화사회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며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것은 기적이 틀림없겠지요.
기금의 열 번 째 생일을 기념하며
<송하원교수의책날개기금>은 마지막 순간까지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긍정적인 자세를 지켜온 아빠, 故송하원 교수님(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을 행복한 마음으로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담아 그의 가족이 2009년 7월 아름다운재단에 조성한 기금입니다. 생전, 연구실의 국제화와 타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특히 애정을 보이셨던 고인의 뜻을 이어 기금은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과 아시아 이주아동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확장하였습니다.
그동안 가족들과 제자들이 꾸준한 정기기부를 통해 기금을 키워왔고 올 7월, 교수님의 10주기와 기금조성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를 조금 더 특별하게 기념하기 위해 10년간 기금이 지원했던 사업들도 되짚어보고, 기부자 가족과 만나 책과 관련된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습니다. 생각 끝에, 시민들이 많이 찾는 국내 대표 공공도서관인 ‘서울도서관에 다국어 책 기증’을 통해 한국에 와 낯선 말과 글 속에 살아가면서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국내 거주 외국인(이주민, 다문화가정 자녀 등)이 책을 통해 잠깐이나마 그리운 고향의 문화와 언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그리고 한국 사회 역시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외국 문화를 접하고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2009년 책날개를 단 아시아 캠페인 이후로 10년 만에 일명, ‘책날개 프로젝트 2탄’이 시작되었습니다.
송하원교수의책날개기금’을 통해 누군가 책을 읽으며 잔잔하지만 행복한 꿈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 우리가 행복한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_박영숙 기부자
책날개가 서울도서관에 닿기까지
‘다국어도서를 서울도서관에 기부하자’라고 결정했지만 진행 과정이 간단치만은 않았습니다. ‘어떤 국가 도서이면 좋을까?’, 다국어도서의 국가를 선정하는 기준, 도서 출판 수입업체를 찾고, 서울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도서들을 확인하고, 국가별로 아동과 어른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도서를 선별하고, 적합한 도서인지를 확인하는 검수 과정, 도서관에서 도서 검색을 위한 데이터 작업을 거쳐 서고에 자리를 잡기까지… 기금의 뜻을 담은 하나의 지원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절차 뿐 아니라 많은 준비와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무척 신기했던 것은, 서울도서관으로 전달 될 책을 구입하거나 검수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점인데요. 한 분의 소개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회봉사단과 연결되어 재능기부로 다국어도서 검수를 받고, 도서 수입 업체를 찾던 중, 이미 아름다운재단 기부자의 인연으로 함께 했던 도서 무역 업체 대표님을 만나 즐거운 소통을 하며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다국어도서 기증에 적극 협조해주신 서울도서관과는 준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던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들었지만 현재 서울도서관 관장님의 자녀분이 故송하원 교수님이 생전 재직하셨던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에 재학 중이라 도서 기부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는 놀라운 인연도 듣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자 시작된 선의가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모습에 나눔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키도 했습니다. 마치 모두가 저마다 이 기금의 뜻이 온전히 잘 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896권의 책날개가 실어 나를 이야기들
지난 11월 18일, 서울도서관의 휴관일인 월요일. 드디어 따끈따끈한 신간 도서들이 서울도서관 1층, 나눔문화컬렉션 서고에 자리잡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도서관, 아름다운재단, 기부자 가족이 참석한 조촐한 도서기증식이 있었습니다.
휴관일인 와중에도 정성스레 준비해주신 따뜻한 커피와 쿠키처럼 환대하며 맞아주신 서울도서관 관장님의 인사와 기금을 대표한 박영숙 기부자님의 소감, 서고 라운딩, 뜻깊은 날을 기록하는 기념촬영으로 자리를 기념했습니다.
제가 이전에 오랜 시간 있었던 서대문구립도서관인 이진아기념도서관 역시 불의의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가족이 딸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마음속에 간직하고자 사재를 기증해 설립된 기념도서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모기금으로 이뤄진 도서 기증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기금의 뜻처럼 시민들의 정성이 모여 선의의 활동을 하는 기관이 더 많아지고, 이 것이 더 좋은 서비스를 하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증해주신 다국어도서를 통해 故 송하원 교수님의 뜻을 잘 이어가도록 서울도서관도 노력하겠습니다._서울도서관 이정수 관장
휴관일인데도 도서관이 참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건 아마도 관장님의 도서관에 대한 철학이 건물에 쏙쏙 깃들여 있어서 인 듯합니다.
과거 베트남 국립도서관에서 한국콘텐츠 자료실을 본 것과 대학 때 캐나다 인턴십 교환학생으로 현지 도서관을 찾았을 때, 어린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책을 통해 친근하게 교류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서울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서울도서관의 좋은 자리에 준비한 책들로 다국어 책장이 만들어져서 너무 감사하고 정말 기쁘네요. 다문화권 이웃들이 책을 통해 꿈도 꾸고 힘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_박영숙 기부자
기부자 삶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 빛났던 한 기억이 이번 서울도서관에 책 기부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만의 나눔과 기부,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 또한 기부자 각자의 다양한 경험만큼 다채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지원한 12개 국가 도서는 네팔, 라오스,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러시아, 몽골,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태국 도서로 서울도서관 1층으로 가면 아름다운재단과 서울도서관이 협업해 나눔과 관련된 도서를 볼 수 있는 나눔문화컬렉션 서고와 나란히 다국어도서 서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언어를 잘 몰라도, 어린 아이들도 쉽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그림책, 어른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 등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니 많은 분이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896권의 책날개가 실어 나를 수많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10년 동안 기금이 남긴 발자국
2009년 기금이 조성된 후로 지난 10년 간, ‘책’을 매개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이주아동들의 꿈과 삶을 응원했던 송하원교수의책날개기금. 책날개를 단 아시아 캠페인과 함께 탄생한 국내거주 이주민 모국어 책 지원사업, 다문화작은도서관 지원사업, 이주아동 보육권리 지원사업을 통해 이주민들에게 모국어 책을 지원하고, 이주아동들의 교육을 위해 필요한 기자재와 아동 교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했습니다.
올해, 서울도서관에 12개 국가의 다국어도서 기증까지 더해 그간 기금이 남겨온 발자국들을 찬찬히 돌아봅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작은변화에 교수님도 하늘에서 보시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주시지 않을까요? 도서가 마련된 것에 그치지 않고, 자주 도서들을 살피고, 어떤 분들이 얼마나 자주, 어떻게 이용하시는지도 듣고, 도서관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책으로 뿌려진 씨앗들이 더 큰 잎사귀로 자라날 수 있도록 살뜰히 고민해가야겠습니다.
하나의 기금, 기부, 나눔이 단순히 물질적인 돈, 기부금의 쓰임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송하원교수의책날개기금 뿐 아니라 재단의 여러 기금들의 이야기가 그러함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어서겠지요. 한 사람의 신념과 가치, 그 신념에 공감하는 가족과 지인들, 고인의 뜻을 지키고 이어가기 위한 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나눔, 그 뜻을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재단, 기금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앞으로 저마다 곳곳에서 만들어낼 수많은 가능성들.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야만 가능한 변화들이기에 감히 작은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에 이어 앞으로의 10년 그리고 그 이후가 더 기대되는, 기금이 남길 발자국들을 응원해주세요.
재단에서 작은 기금을 십 년이 넘는 시간동안 신경 써 가꿔주어 이런 뜻깊은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기적과 같은 일에 감사하고 앞으로의 십 년도 열심히, 기쁘게 참여해서 의미있는 일들이 진행되게 하겠습니다. _박영숙 기부자
<송하원교수의책날개기금>은 평소 연구실의 국제화에 큰 비전과 열정을 쏟으며 국내 학생들 뿐 아니라 외국 유학생들도 타국에서 불편없이 마음껏 연구하고 모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과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갖도록 배려와 관심을 쏟았던 故송하원 교수님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책’을 매개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돕는 일에 소중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
+ 추모기금 만들기
1.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또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기금명을 정할 수 있습니다.
2. 고인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지원사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3. 기금에 꾸준한 정기기부를 더해 기금이 오래도록 그 뜻을 다할 수 있도록 키워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