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아름다운재단 첫번째 기금인 김군자할머니기금의 뜻을 담아 교육기회 격차 및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장학생 간 지지체계 형성인데요. 2019년도에는 여러 새로운 시도들을 시작했습니다. 그중 지원이 종료된 선배 장학생들의 참여로 ‘길잡이’ 활동이 진행되었고, 20여명의 선배장학생들은 길잡이가 되어 여러 활동들을 함께 했습니다. 길잡이는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주는 ‘멘토’이기 보다는 먼저 경험해 본 선배로서 함께하며 본인이 알고 있는 여러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장학생 간 만남의 자리를 통해 ‘홀로서기’가 아닌 ‘함께’하는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선배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었어요. 보호종료아동은 다 아프고 힘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박효수)
“전 받아온 게 참 많아요. 그런데 물질적인 것보다는 사람에게 받은 도움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사람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서요.” (정소희)
“사실 교육비를 지원받는 동안 제 성장에만 집중했어요. 활동은 잘 못했죠. 그런데 나 하나만 채우는 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더라구요. 그러던 차에 기회가 온 거죠.” (김다정)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너무 좋았어요. 지금도 꾸준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요. 생일도 챙겨주고, 취업하면 내 일처럼 기뻐하고.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참여했어요.” (박현수)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줄 때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지금도 많이 바쁘고, 그래서 나중에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이러다 보면 계속 핑계를 찾을 것 같더라구요.” (손지원)
보육시설을 나와 자립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금전적 지원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간절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속사정을 편하게 이야기할 친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는 믿음직한 선배.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줄 이런 사람들이 너무 절실하다.
김다정 씨, 박현수 씨, 박효수 씨, 손지원 씨, 정소희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설에 있던 선배들과는 교류가 이어지지 않았다. 어떤 지원사업이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것은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이었다.
교육비를 지원받아 학업에 집중한 것도 참 좋았지만 더 큰 수확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원사업이 끝난 지금에도 그 온기를 잊지 못한 이들은 동생들을 도와주는 ‘길잡이’가 되었다. 장학생들의 ‘작은변화 프로젝트’ 팀에 참여해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선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올해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작은변화 프로젝트 활동을 새로 시작했다. 작은변화 프로젝트는 장학생들이 직접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자립 정보를 나누는 등 여러 활동을 펼치면서 자신과 사회를 바꾸는 활동이다. 그 동안 교육비를 지원받았던 선배 24명도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다. 후배들의 프로젝트를 이끌어주고, 더 나아가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조금 앞서 길을 걸어본 사람, 그래서 장학생들의 길을 가장 잘 안내해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육비보다 더 큰 행복은 바로 ‘사람’
길잡이들은 장학생들보다 조금 먼저 장학금을 지원받은 선배지만 그렇다고 그 사이에 삶이 확 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경우도 있고 이제야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이 결정됐거나 회사에 다니는 경우에도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다음의 길을 찾느라 여전히 분주했다. 그래도 길잡이 제안을 받았을 때는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이게 다 사람 때문이다. 그 동안 이들은 지원사업을 통해서 소중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 교육비 지원은 이제 모두 끝났지만 앞으로도 이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싶었다. 자신이 받았던 사람의 온기를 동생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작은변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선배 장학생들은 팀 안에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학생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나눔팀에서 소희 씨는 업무 분담과 관련해 활약을 했다.
“팀 안에 작은 팀을 만들었어요. 한명씩 역할을 맡으면 빈자리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담당을 세 명씩 배정하자고 했어요. 다른 프로젝트를 해봤으니까 아는 거죠.”
기자단은 콘셉트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정 씨는 활동 방향을 잡는 데 애를 썼다.
“콘텐츠를 어떻게 올릴까 하다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고요. 콘텐츠에 적용할 템플릿도 만들고. 어떤 걸 올릴지 의견 모으고. 올리는 날짜 까먹지 않게 알려드리기도 하고요.”
지원 씨는 사람책팀에서 활동했는데, 마침 예전에 이런 프로그램을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사람책이란 게 그냥 강의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책처럼 꺼내보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전 이미 경험을 해본 거라서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다고 얘기해줬어요.”
디자인팀은 홈커밍데이 기념품을 만드는데, 이 때 효수 씨가 전체적인 방향을 잡았다.
“적극적인 팀원들이 더 많이 활동하도록 하고, 그런 사람들이 하고 싶은 디자인 위주로 제품을 만들기로 했어요. 그런 다음에 거기에 따라서 예산도 맞춰보았고요.”
장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모아 책자를 만드는 홍보팀에서는 상대적으로 인맥이 넓은 현수 씨가 디자이너를 소개해주었다.
“디자인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팀에 전공자도 없고. 다른 팀원들은 아직 학생이니까 아무래도 사람들을 많이 모르잖아요. 제가 업계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디자이너를 찾았어요.”
선배로서 리더로서… 부딪히고 실패하며 다시 배운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전국에서 여러 명이 함께 모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참가자들은 모두 학업과 취업 준비 등으로 정신없이 바빴다. 길잡이들은 후배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리더’로서의 고충도 많이 겪었다. 팀원이 갑자기 ‘잠수를 타서’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혔다. 어렵게 봉사활동 기회를 마련했는데 시험 기간이 일정이 미뤄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런 실패들이야말로 인생의 자산이다. 지금의 사회는 좀처럼 청년들에게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한번만 넘어져도 마치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처럼 겁을 준다. 이런 사회에서 비빌 언덕이 없는 청년들에게 실패는 더욱 큰 두려움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가 틀렸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제로 길잡이들은 작은변화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이런저런 실패를 맛보았지만 동시에 그만큼 많은 것들을 얻었다. 장학생일 때는 겪지 못한 ‘선배’이자 ‘리더’로서의 경험을 쌓은 것이다.
“의견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얘기도 나오고. 그래서 제 틀을 많이 깬 것 같아요. 제가 몰랐던 정보도 많이 공유하고. 홍보물에도 반영하고요.” (박현수)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이다 보니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좀 더 너그러워진 것 같아요.” (정소희)
“같이 하는 길잡이 중에서 자기 목소리를 많이 내면서도 동생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도록 돕는 친구가 있었어요. 저랑은 다른 방식인데, 보면서 배워야겠다 싶더라구요.” (손지원)
“때로는 제가 끌고나가야 할 때도 있었는데요. 그럴 때 여러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서로 양보하면서 의견을 취합하는 툴도 배웠고요.” (박효수)
“각자 성향이 다르니까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되잖아요. 그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게 된 기회였던 거 같아요. 다양성을 알게 돼서 좋아요.” (김다정)
힘들게 걸어온 이 길을 지도 삼아
사실 길잡이들은 작은변화 프로젝트 활동에만 나가는 것이 아니다. 장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에도 함께하며 자립정보를 공유해주는 강사가 되기도 하고, 사업에서 제작되는 활동집에 디자인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자 “그렇게 많이 나가야 후배들과 친해질 수 있고 프로젝트도 잘 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장학생 커뮤니티는 이들에게 이토록 애틋하고 특별한 존재다.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다가 혹여나 편견어린 시선을 받게 될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저를 이해시킬 필요가 없어요. 이미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서로 지원 정보 같은 것도 많이 알려주고요. 사실 그 친구가 지원하면 제 기회가 줄어들 수 있는데 ‘나한테만 필요한 건 아닐 거야. 같은 상황인 친구들도 절실할 거야’라는 마음이 들어요.” (손지원)
“제가 다른 지원사업 관련해서도 대외활동을 많이 했는데 여긴 좀 달라요. 나를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에요. 경쟁하기보다 도와주고 싶어 해요. 예전에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을 더 이해하게 됐어요.” (정소희)
“정말 힘든 일을 저에게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제가 선물해준 책을 읽고 그것 때문에 이겨냈다고 하더라구요. 그 때 되게 울컥했어요. 제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감사하고… 장학생일 때 더 많이 활동을 못한 게 참 후회되더라구요.” (김다정)
“여기는 사실 (활동들이 지원사업의 일환이라) 어찌 보면 반강제적으로 모였고 그래서 저마다 관심사도 다른데, 그래서 오히려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여러 지역이나 여러 전공의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정보도 많이 알게 되고. 서로 도와줄 수도 있고요.” (박현수)
“아무래도 환경이 비슷하니까 진솔한 이야기를 쉽게 나눌 수 있어요. 어디에서 어떻게 자랐는지… 저도 참 힘들게 자랐고, 그래서 제일 억울한 게 나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친구들을 만나니까 좀 달라지더라구요. 나만 나쁜 환경에서 자란 게 아니잖아요.” (박효수)
길잡이들은 ‘순환’을 강조했다. 자신들이 먼저 길잡이가 되어 후배들에게 등불을 켜주고, 후배들이 다시 길잡이가 되어 또 다른 후배들의 손을 잡아주는 나눔의 선순환을 꿈꾸는 것이다. 이런 길잡이들이 함께 한다면 길은 앞으로도 길게 이어지고 조금씩 넓어질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언젠가는 평평해질 것 같다.
글 박효원ㅣ사진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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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부모의 이혼이나 사망, 빈곤 등으로 인해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는 아동은 만 18세에 도달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호가 종료됩니다. 정부와 민간에서 여러 자립지원을 하고 있지만 충분한 준비나 유예기간 없이 자립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사회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불평등한 출발선에 있는 이들의 자립을 응원하며 학업유지 및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하고 자립준비를 위한 역량강화 및 지지체계 형성을 돕고자 합니다. ‘2019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www.jarip.or.kr)과의 협력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