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든 작은변화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아름다운재단 첫번째 기금인 김군자할머니기금의 뜻을 담아 교육기회 격차 및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장학생 간 지지체계 형성인데요. 2019년도에는 여러 새로운 시도들을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지역별 자치활동이 아닌 선후배 장학생으로 구성된 팀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장학생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풀어가는 법, 성공 또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작은변화프로젝트를 통해 바랬던 건 성공적인 결과물이 아닌 비록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활동을 통해 배우게 되는 ‘함께 만든 작은 변화’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장학생들은 2019년 한해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함께 만든 작은 변화라는 여섯글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

2019년 새롭게 시작된 작은변화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만든 작은변화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부모가 아닌 사회의 돌봄을 받으며 자랐다. 지금도 남들보다는 조금 더 어려운 환경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내일을 일군다. 그러나 장학생들이라고 해서 늘 ‘도움을 받는 사람’만은 아니다. 사회를 더 아름답게 바꾸는 ‘작은변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9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름 하여 ‘작은변화 프로젝트’. 그 동안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돼온 지역별 자치활동을 개편한 신규 사업이다. 기존에 지역별로 진행됐던 장학생 모임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주제별로 보다 구체적인 활동을 펼친다.

 

올해는 ‘기자단’, ‘나눔팀’, ‘디자인팀’, ‘사람책팀’, ‘영상제작팀’, ‘정책제안팀’, ‘프로그램 기획팀’, ‘홍보팀’ 등의 8개 팀이 만들어졌다. 장학생들은 모두 프로젝트 팀에 참여했고, 예전에 지원을 받았던 선배 장학생들도 ‘길잡이’로 함께 했다. 그렇게 만든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장학생 MT·홈커밍데이를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하고(프로그램기획팀), 사람책 행사를 운영하고(사람책팀), 디자인 재능을 활용하여 기념품을 제작했다(디자인팀). 장학생 MT에서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었다(영상제작팀). 자립 정보와 취업정보 등의 콘텐츠를 SNS에 주기적으로 올렸다(기자단). (기자단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자립정책을 공부하며 자료집을 냈고(정책제안팀), 자립 정보를 담은 홍보물을 제작해 유관 기관에 배포했다(홍보팀). 장학생들이 함께 모여 봉사활동을 기획해 실천했다(나눔팀).

여러 팀들 중에서도 유독 팀워크가 좋기로 소문난 ‘사람책팀’의 팀원 몇 명을 만나서 올해의 활동 소감을 물었다.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장학생들에게 단순히 교육비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사람책은 딱 그에 맞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책팀은 홈커밍데이 행사에서 사람책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했다. 기획은 물론 사람책 발굴과 섭외, 행사 준비 및 진행까지 크고 작은 실무들이 모두 팀 안에서 이루어졌다.

네가 잘했어야지대신 괜찮아. 고생했어

길잡이 언니 오빠들이 보듬어 주니까 장학생들이 더 최선을 다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서로 화목하게 지낸 거 같아요.” (가명 박지우)

모이면 잠깐씩이라도 속마음 이야기하고 고민도 들어주고. 사실 그냥 프로젝트 때문에 모인 거고 남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건데우린 진짜 가족 같았어요.” (가명 박하은)

자진해서 일을 메꿔주고 서로 응원해주고. 섭외가 불발되어서 힘들 때에도 끝까지, 정말 일이 될 때까지 다들 최선을 다해줘서 정말 좋았어요.” (가명 이은우)


지역도 다르고 사는 것도 다른데, 서로를 되게 잘 배려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일(포스터 디자인)도 수월하게 끝날 수 있었죠. 너무 고마워요.” (가명 권은영)

잘 되는 팀은 뭔가 다르다.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을 물으면 이들은 그저 “트러블이 전혀 없었다”, “아름다운재단이랑 아동권리보장원 선생님들이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비결을 물어보니 다른 팀원들은 모두 리더인 이은우 씨를 바라보았고, 은우 씨는 “팀원 모두가 리더였다. 다들 너무 적극적으로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말로 힘든 상황이 없었을 리는 없다. 특히 행사 운영은 늘 그렇다. 날짜는 다가오는데 크고 작은 실수들이 생기고 갑자기 사고가 터지고 하필 소통도 더 꼬인다. 이럴 때는 마음이 급하다 보니 서로를 배려하기 어렵다. 날선 말들로 서로를 상처주기도 한다. 게다가 모든 작은변화 프로젝트팀은 1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참여한다. 팀원들은 대부분 서로 잘 모르던 사이다. 그래서 하은 씨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끝까지 가기만 하면, 팀이 해체되지만 않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충분히 근거 있는 우려다.

사람책 행사 과정에서도 당연히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강연도 아니고 북토크도 아니고, 사람들이 책이 되고 청중이 독자가 되어 그 책을 읽는 ‘사람책’의 콘셉트는 팀원들 대부분에게 생소했다. 그래서 더 끌렸고 흥미로웠지만 그만큼 더 어렵고 복잡하기도 했다. 그래서 미리 사람책 행사를 많이 해본 단체에 가서 자문도 구하고, ‘장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정보와 조언을 많이 해줄 수 있는 사람책’으로 활동 방향을 잡았다. 그 뒤로는 열심히 사람책 후보들을 찾고 내부 투표를 하고, 고른 후보들에게 직접 연락을 돌리면서 섭외를 했다. 섭외를 해보니 어떤 사람은 연락조차 닿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사례비 액수를 들은 뒤 잠수를 타버렸다. 어떤 사람은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고아’, ‘소외계층’ 등의 낙인이 담긴 표현을 사용했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행사 며칠 전 혹은 당일에 갑자기 취소를 한 사람도 있었다.

이럴 때에도 사람책팀에서는 내분이 없었다. “그러게, 내가 뭐랬니?” “그건 네가 실수한 거야. 좀 조심했어야지”와 같은 원망이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괜찮아. 고치면 돼”, “고생했어. 그럴 수도 있지”라는 격려가 서로를 감쌌다. 그러다 보니 사람책팀은 더 열심히 활동을 했고, 그렇게 노력하는 서로를 더 배려했고, 그래서 다시 힘을 얻었다. 서울에서만 회의를 하면 부산에 있는 친구들이 힘들까봐 함께 부산에 가서 회의도 하고 여행도 했다. 부산에 사는 팀원들은 멀리서도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전체 팀에 에너지를 불러일으켰다. 열정과 응원이 꼬리를 물고 굴러가는 식이다.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변화…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 걸까

이들이 짧은 시간 이렇게까지 시너지를 내기까지는 팀원 모두가 같은 사정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서로의 마음이 어떤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고, 그래서 더 편하고 소중하고 짠하고 애틋했던 것이다.

저는 길잡이인데,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어떤 지원 정책이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먼저 경험한 사람이잖아요. 이런 게 있으니 시도해보라고 얘기해주는 역할이죠. 반대로 이런 건 하지 말라고도 하고요. 난 너무 힘들었으니까 너네는 힘들지 말라고.” (박하은)

“우리 팀은 길잡이가 특히 많았는데 그래서 정말 길이 잘 잡힌 거 같아요. 장학생들을 비춰주는 역할을 해주셨거든요. 동생들 귀여워해주고, 밥이나 차도 사주고, 이야기에 공감도 해주고, 자립할 때 도움도 주고.” (이은우)

교육비 지원을 받을 때 좋은 후배들이나 친구들, 선생님을 많이 만났어요. 사업은 끝났지만 이런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서 참여했어요. 처음에 길잡이로써 동생들을 챙겨줘야 할 거 같은 느낌이 컸는데 그냥 편하게 했어요.” (권은영)

다른 데서는 항상 이 있어요. 과하게 친절하지도 말고 과한 친절을 받지도 말고. 언니 오빠들에게는 존댓말만 쓰고 장난치지도 말고. 그런데 여기선 자꾸 선을 넘게 되어요.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어요.” (박지우)

그렇게 만든 사람책 행사는 과정만 좋았던 것이 아니다.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큰 호응 속에 행사를 마친 것이다. 홈커밍데이에 참석한 장학생들은 대부분 사람책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규모 강연이 아니라 4~6명씩 소그룹으로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이 장학생들의 욕구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프로그램 시간 동안 사람책과의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정해진 시간이 끝난 뒤에도 질문이 계속 됐다. 사람책의 명함을 받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쉬는 시간에 쉬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사람책팀에게 찾아와서 “다음에 이거 또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작은변화’의 순간이었다.

‘작은변화’는 사람책을 만난 장학생들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사람책 프로그램을 준비해온 사람책 팀원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프로젝트의 경험을 통해서, 새로 맡은 역할을 통해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그만큼 달라졌다.

리더라는 자리를 올해 처음 했는데 어떤 역할인지 알게 되었어요. 자신감도 많이 얻은 거 같아요. 같이 하는 형 누나들이 잘 한다잘 한다하니까.” (이은우)

사실 저도 선입견이 있었던 거 같아요. 시설에서 자라면서 빗나간 사람들이 있으니까, 솔직히 처음에는 이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얻을 게 뭐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생각이 깨지더라구요.” (박지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저는 일 처리 잘 하는 법에 대해서는 진짜 많이 배웠어요. 마감 기간이 딱 정해진 일을 하다 보니까 책임감도 더 많이 생기고요.” (권은영)

제가 낯을 많이 가린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사람을 가리는 거였더라구요. 처음엔 너무 세보여서 못 다가갔던 사람인데 같이 회의하고 여행도 가보니까 또 달랐어요. 그러면서 사람들도 더 많이 알게 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됐어요.” (박하은)

사람책 만들던 장학생들 우리가 바로 사람책이네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내년에도 작은변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냐”라고 질문을 던지자 사람책 팀원들은 0.1초 정도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결코 망설임의 침묵은 아니었다. 이들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너무 당연하다”고 말했다. 물어볼 필요도 없는 너무 뻔한 질문이라서 당황한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당연히’ 작은변화 프로젝트에 다시 참여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가 즐거워서, 올해 미처 못 한 일들이 아쉬워서, 그리고 서로가 너무너무 좋아서. 내년에 맡고 싶은 역할이나 보강하고 싶은 활동들도 벌써 다 생각을 해놓았다.

특히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 장학생이 직접 사람책이 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이미 서로에게서 사람책의 가능성을 찾았다. 이들은 여러 차례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사람들도 또 하나의 사람책이라고 느꼈다”, “이 안에서 많이 배웠다. 각 개인이 사람책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년간 사람책팀을 함께 해온 사람들은 서로를 열심히 정독했고, 그렇게 자신의 틀을 넘어섰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 더 넉넉해졌으며, 저마다 한 뼘씩 자랐다. 아름다운재단 장학생들은 어느새 이렇게 스스로 사람책이 되어 있었다. 이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책, 힘든 환경 속에서 만든 ‘작은변화’ 이야기가 담겨 더욱 흥미진진한 사람책들이다.

글 박효원ㅣ사진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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