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한 주요한 동력으로, 사회의 다양한 문제해결, 정부의 공공재 공급의 보충적 역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의 옹호, 공론장과 사회적 자본 창출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비영리기반의 시민사회단체 공익활동가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공익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의 소진을 예방하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공익활동가 쉼 지원사업은 활동과 삶의 조화를 위한 쉼 활동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익활동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사업입니다. 이 글은 2019 공익활동가쉼지원사업에 선정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명현님의 후기입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를 만들기
동료 중 한명이 가지고 오는 가죽과 바느질하는 실의 알록달록 예쁜 색에 매료되어 호기심에 시작한 가죽공예~^^
가죽공예를 배우기 전에는 가죽공예에 필요한 가죽이나 실의 색 정도에만 관심이 있고 만들 가죽제품의 종류나 모양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경험도 없으니 어떤 것이 내가 좋아하는 가죽제품이고 어떤 형태 혹은 모양을 좋아하는지도 잘 몰랐던 것 같다. 뭐.. 물론 아직도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ㅎㅎ
가죽공예를 처음 시작한 날. 내손으로 만들 가죽의 모양과 색을 정하는 것도, 그 가죽에 어울리는 실의 색을 정하는 것도 즐거웠다. 아이도 아닌데 색색가지의 가죽과 실이 어떤게 더 잘 어울릴까 어떤 것을 만들까 하며 설레였다. 가죽과 실을 골랐으니 이제 신나게 만들 일만 남았다.
가죽을 크기에 맞게 자르고 작은 포크처럼 생긴 도구로 가죽을 뚫어 바늘구멍을 만들어주었다. 작은 포크처럼 생긴 아이는 치즐이라고, 치즐의 종류에 따라 바느질의 모양이나 간격이 결정되는 거라고 했다. 드디어 가죽공예 시작~~^^ 어? 근데 왜 바늘을 2개를 주지? 알고보니 내가 아는 바느질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하나의 실 양쪽을 2개의 바늘에 각각 끼워 매듭을 짓고 양손으로 바느질을 하는 일명 새들 스티치였다. 한땀한땀 바늘을 끼우고 실을 당기는 것에 몰입하다 보니 잡생각도 안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가죽공예를 많이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ㅎㅎ 내 첫 가죽공예 제품은 작은 카드 지갑^^
오롯이 내 힘으로 만들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 ㅎㅎ 만나는 사람마다 보여주고 자랑하고 ㅎㅎ
첫 제품을 만들고 나서 다른 형태의 가죽지갑도 만들고 지퍼 달린 파우치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ㅎㅎ
손이 느리고 실 하나 가죽 하나 고르는 것도 고심하는 나에게 가죽공예를 하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시간들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행복했다. 아마도 취미 하나 없이 무료한 일상을 살고 있던 나에게는 어떤 게 가장 예쁠까 하며 가죽과 실을 고르는 그 시간조차도 신나는 일이었던 것 같다.
내가 고민고민하여 가죽의 색과 모양을 고르고 실 색도 골라서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바느질한 소중한 가죽제품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큰 기쁨이 되었고 힐링이 되었다. 처음에는 가죽제품을 만들면서 혹은 다 만들고 나서 내가 쓸지 주변 사람에게 선물할지를 정했었다. 그런데 점차 가죽제품을 만들기 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가죽제품은 어떤 모양이 있을까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하고 선물할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에게는 어떤 가죽제품이 좋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진짜 말 그대로 행복한 고민이었다.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
병원 직원과 환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죽공예 재능기부~
아직 재능기부를 할 만큼 내 실력이 좋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기에 내가 받은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금전적인 게 아니더라도 가죽공예를 할 때 편안해지는 이 기분을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홍보한지 며칠 되지도 않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가죽공예에 관심을 갖고 신청을 해주셨다. 배우기만 하던 내가 처음의 나처럼 아무 경험이 없는 분들을 상대로 가죽공예를 가르쳐드린다는 건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다. 낯설은 바느질 방법이다 보니 앞에서 한명이 알려드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거의 일대일로 설명을 드리고 시범을 보여드리다 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게다가 실력이 부족한 내가 직접 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재능기부 시작 후부터 거의 난 누구? 여긴 어디? 모드로 정신없이 재능기부를 마쳤던 것 같다. 그래도 재능기부 오신 분들이 재밌어하고 즐기시는 모습에 나까지 기분 좋고 뿌듯했다.
아름다운재단의 쉼 지원 사업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종종 가죽공예를 하게 될 것 같다. 아직도 만들고 싶은 가죽제품들도 남아있고 선물하고 싶은 가죽제품들도 남아있으니까~~ㅎㅎ
글,사진 ㅣ노동환경건강연구소(www.wioeh.org)이명현